JMT 3: 2018-0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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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부, 드디어 간다!
퍼밋 신청
JMT 종주가 언젠가 나의 버킷 리스트로 자리 잡았는지, 해마다 JMT 종주 허가를 신청하기 시작했습니다. 매번 양쪽에 신청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습니다. 이처럼 가기가 쉽지 않은 곳이라 더욱 갈망하게 되었고. 이번 해는 꼭 되리라는 희망을 갖고 신청해 봤지만 바로 실망한 것이 벌써 몇번인지.
매년 8월 중순 부터 말까지 시간을 비워 두고, 어김없이 2월엔 요세미티에 신청서를 접수하고 3월엔 위트니에 신청을 접수해 봅니다. 요세미티는 2월 초 부터 2월 말까지 매일 신청하여 매일 추첨에 떨어졌다는 이메일을 받아 보았고. 3월 14일 밤에 위트니에는 거금 $20을 투자해서 신청합니다. 내이름으로 한장, 제 처이름으로 한장 신청을 합니다.
위트니 신청에는, 신청하는데도 요령이 있습니다. 작년 통계를 보고는 어느 요일에 가장 적은 사람이 신청하는가를 엑셀에 적어 넣어서 가장 신청숫자가 적은 날을 뽑아 우선으로 하고, 그리고 그 다음날, 그 다음날 순으로 적습니다. 신청서에 선택한 날이 안되면 차기 선택일을 기입하는 옵션이 있기 때문이죠.
올해도 예년과 마찬가지로 큰 기대 없이 신청을 했습니다. 요세미티는 역시나 매일 추첨에 떨어 졌다는 이메일을 받아 보았고, 3월 15일까지 신청한 위트니는 신청결과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결과를 기다리던 3월 24일, 아침에 눈뜨자 마자 핸드폰으로 이메일을 확인했는데, 낙방이라는 이메일을 읽고 당연한줄 알고 있었는데, 제 처가 본인의 핸드폰으로 이메일을 보고나서
“나 된거 같아!”
하면서 핸드폰을 보여주는 겁니다. 자세히 읽어 보니 추첨에 당첨되었다는 이메일 이였습니다.
8월 8일 수요일 부터 8월 26일 일요일까지 위트니에서 요세미티로 이어지는 JMT 를 갈수 있는 허락이 당첨 된겁니다.
몇년 기다려온 것을, 드디어 받았습니다!
하지만 그걸 읽는 순간 갑자기 머리가 어지럽기 시작했습니다.
당연히 안될 줄 알고 그다지 신경 안 쓰고 있었으며, 막연히 됐으면 좋겠다며 생각하고 신청한 것인데, 당첨이 되었으니. 이제 부터 준비를 해야 하는데,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가?
준비라면? 뭐가 먼저인가? 몸, 마음, 장비, 식량, 그외 우리가 없는동안 집안일은? 또는 뭐가 문제인가?
등등 수만 가지 생각이 떠 오릅니다.
거기에, 누구와 같이 갈 건가?
나도 내 몸이 해마다 힘들어 지는것을 느끼는데, 내가 완주 할수 있을까?
와이프는?
340 km 를 걸어서?
잘 된 것인지 아닌지까지 헷갈리며 가는 게 맞는건지 확신마저 있는지 없는지 모르던 가운데 한가지 확실한 것은 몇 년을 기다려 왔고, 해가 가면서 더더욱 어려워지는 퍼밋 상황을 보면, 이번에 못 가면 언제 이런 기회가 올지, 아니 평생 안 올 수도 있다는 생각이 번뜩 들면서,
“무조건 가자!”라고 생각을 굳혔습니다.
그리곤 “가자!” 라고 와이프에게 외치고, 제일 먼저 뭘 준비해야 하는지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곤 바로 탁언니에게 전화했습니다. 작년에 65세 기념으로 JMT 같이 가자고 했던 기억이 납니다. 퍼밋이 안되어서 많이 실망을 하셨기에 제일 처음으로 연락드렸습니다.
저, JMT 퍼밋 나왔는데 가실레요?
그러자 수화기 넘어에는 단 한차례의 거리낌도 없이,
네, 갑시다!
탁선배 부부, 우리 부부 해서 4명이 되었습니다. 퍼밋은 5명이 갈수 있기에, 한명만 더 갈수 있는 상황인데,
어떻게 아셨는지, 송갑헌 선배께서 전화 하시고는,
나도 갈려, 같이 가자..
계획
예전에 몇번씩이고 읽어 보았던 JMT 책들을 다시 읽어보고, 지도를 보고 또 보고, 식단도 짜보고, 장비 리스트도 만들어 보고, 모든 머리로 할수 있는것은 다 해 봅니다.
거리와 높이를 나타내는 도표를 몇장인가 그려보고, 또 그려 봅니다. 마침 집에 넓고 긴 종이가 있어서, 이걸 길게 늘여 뜨려 2.5m 길이로 잘라 도표를 그렸습니다. 도표는 길게는 거리가 되고 위아래는 산의 높낮이가 됩니다. 제일 높은곳이 마운틴 위트니로 4421m, 제일 낮은곳이 요세미티 해피아일 로서 1000m 가 안되는 곳까지, 그 사이에 수없이 많은 높은 고개와 낮은 초원. 다 그래프에 나열해 봅니다.
여기서 잘까? 저기서 잘까? 상상해 봅니다.
부분 별로는 가본 곳이기에 모든 길이 눈에 훤하게 비추집니다. 자는 장소나, 물가가 머릿속에는 그대로 있습니다만, 그래도 이정도 걸어야 하나, 아님 더 걸을 수 있는가 등등 계속 내 자신에게 질문을 던져 봅니다.
그리곤 지난 백패킹들을 되돌아 봅니다.
어디서 가장 힘들었는지, 어디가 어땠는지. 기억을 더듬어 지난번 경험을 최대한 살려 봐야 합니다.
2년전 갔다 왔던 하이 씨에라 High Sierra 첫날 25 kb/ 55 lb 의 짐을 지고는 점심지점 까지 가면서 무지 고생한 기억이 납니다. 하지만 바로 다음날 부터는 몸이 적응을 한건지 아니면 무게가 조금 줄어 들었는지, 힘이 덜 들었던 생각이 납니다.
이번 JMT 의 시작은 위트니 포털, 여기는 마운틴 위트니 들어가는 입구입니다. 이곳은 해발 2552m, 여기서 출발하여 백팩을 지고, 위트니 정상까지 21km 거리에 고도가 4421m 니까, 1869m 룰 올라가야 합니다. 하루에 가기는 무리입니다, 다행인지 우리는 그날 아침에 관리소에서 들려서 허가신청서를 받아 가야 하기 때문에 아마도 점심때 즈음 산행을 시작하게 될 것이므로, 그날 위트니 정상전에 자야 할것 같습니다.
이런 저런 계획을 머리에 그리고 또 종이다 써 봅니다. 아직 시간이 몇 개월 있으니, 월별로 준비를 해야 할 것들, 훈련을 해야 할 사항들, 시작 날짜와 맞춰야 하는 마지막 날짜를 적어 놔 봅니다.
훈련은 3000m 이상 되는 고산의 정상에서 캠핑을 하며 자봐야 합니다. 아마도 한달에 한번씩 간다고 해도 최대 3-4번이 될 것 같습니다. 모든 짐을 등에 매어 올라가서 3000m 정상에서 먹고 자고를 해야 고소적응, 짐의 무게 적응, 음식적응을 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장비도 종이에 구체적으로 적어 나열해 봅니다. 내가 갖고 있는것, 새로 구입해야 할것들. 갖고 있는것은 낡았나, 또는 장기간 백패킹에 사용하기에 적합한가를 따져보고 가지고 갈건지 판단 합니다. 왠만하면 새거로 다시 구입하는것이 가서 고생하는것 보다는 훨씬 좋겠죠.
식량 준비
식량은 지난편에 말한듯이 일일 식단을 짜 봅니다. 또 중간에 보급소로 보낼것은 준비해서 받는 예정일 3주전에 보내야 합니다.
식단을 짤때 먼저 구입해서 먹어 봐야 합니다. 지난 몇번의 경험으로는 가서 첫 하루 이틀은 밥맛이 없어, 잘 못먹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면 뭐라도 먹을수 있는, 아마 몸에서 필요로 하기 때문에, 상태가 됩니다만. 맛있는 게 그다지 많지 않지만 그래도 맛있는 걸 가지고 가면 훨씬 좋겠죠.
그럴려면, 지금 부터 마켓에 들려 인스턴트 식품들을 이것 저것 하나 둘 사서 맛을 보고 골라야 합니다. 다행인지 요즘은 인스턴트 식품이 많이 좋아져서 속이 덜 불편합니다.
식량 재보금 우송
중간 보급소에 보낼 식량통에 우리가 나머지 8일 먹을 식량 외에 조금 다른 것을 넣었습니다. 우편으로 가기 때문에 들고 갈수 없는 햇반 몇개, 김치 통조림, 스팸, 그외 밑반찬 통조림 몇개를 넣습니다. 거기에 종이팩에 든 와인도 2통 넣었습니다.
중간보급식량을 받는날은 파티를 하는 날이 되겠죠. 햇반은 물을 끓여 살짝 물을 말듯 따뜻하게 하고, 스팸을 김치 통조림에 넣어 김치찌개를 끓이면.… 7-8일간 제대로 된 밥을 먹지 못하다가, 밥, 김치, 스팸넣은 김치찌개, 그외 밑반찬, 거기에 와인한잔까지. 생각만 해도 기막힌 중간 파티가 될 겁니다.
이렇게 통 5인분 8일 식량 4통을 꽉꽉 채워서 우편으로 보냈습니다.
우리가 8일 시작하면 중간지점이 15일 정도 도착 예정이며, 그러려면 7월 20일 경이란 계산이 나와 그날 우체국에 가서 우송했습니다.
차편
또 하나, 중요한 계획 중 하나는 차편입니다. 어떻게 거기까지 갈 건가 정해야 합니다.
엘에이에서 위트니까지는 용이한 대중교통 수단이 없고, 거기까지 간다고 해도 퍼밋 받고, 거기서 트레일 시작점까지 한참을 차로 올라 가야 하기 때문에 택시를 대절해야 할 것입니다. 엘에이에서 약 340 km / 210 mile 떨어져 있는곳 이기에 택시비가 만만치 안겠지만 그 비용은 누가 데려가 줘도 들 최저 비용일 겁니다.
다행히 가는 날은 브루스 선배께서 우리를 편히 데려가 주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요세미티는 워낙 방문객이 많은 국립공원이라서 근처 도시인 멀쎄드까지 가는 버스가 하루에도 몇 편씩 있습니다. 멀쎄드에서는 기차로 엘에이까지 6시간 걸리니 돌아올 때는 대중교통도 용이할것 입니다. 하지만 이번에는 브라이언 선배께서 친히 요세미티까지 오셔서 우리를 집으로 데려 준다고 하셨습니다.
참으로 고마운 일입니다. 택시나 버스등 대중 교통수단을 이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 산악회에서 선배님들께서 몸소 이렇게 베풀어 주시니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습니다. 갈 때, 올 때 덕분에 편하게 이동하게 되었습니다.
이번에 많은 도움을 주신, 또 주실 승회장님, 브루스 선배, 브라이언 선배, 김중석 선배, 그외 모든 산악회 선배님들 고맙습니다.
이제 가는일만 남았습니다. 내일이면 떠납니다.
잘 다녀오겠습니다. 건강히 다녀와서 인사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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