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다발 안부 (데스칸소 가든에서): 2018-0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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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은 얌전히 오지 않습니다.
사정없이 쳐들어와선 어느 샌가 가버리고 맙니다.
요넘들 사라지기 전, 시간허비 전문가(?)가 잠시 붙들었습니다.
마당을 걸어가면 달이 사람 쫓아오고,
매화 옆을 걸어 돌며 몇 번이나 돌았던가
밤 깊도록 오래 앉아 일어나길 잊었는데,
향기는 옷에 가득 꽃 그림자 몸에 가득.
陶山月夜詠梅(도산월야영매)/퇴계 이황
ㅡ달밤에 도산에서 매화를 읊다.
[살다가 보면 / 이근배]
살다가 보면
넘어지지 않을 곳에서
넘어질 때가 있다
사랑을 말하지 않을 곳에서
사랑을 말할 때가 있다
눈물을 보이지 않을 곳에서
눈물을보일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사랑하는 사람을
사랑하지 않기 위해서
떠나 보낼 때가 있다.
떠나보내지 않을 것을
떠나보내고
어둠 속에 갇혀
짐승스런 시간을
살 때가 있다
살다가 보면
그 해의 봄
새벽에 나와
밤에 기어들고
때때로 외지에 나가
내 전심전력 쏟으며
영토를 넓히고 있을 때
울안의 나무란 나무
풀씨란 풀씨 모두가
음모를 꾸미고 있었느니
바람 불면 손을 흔들거나
눈 쌓이면 어깨를 늘어뜨려
평온을 위장한 채
거사를 획책하고 있었으니
그때 일신상의 화급한 문제로
집을 비웠다가 돌아온 날 정오
울안에서 일제히 함성이 터졌느니
철쭉꽃 애기사과꽃 새싹이란 새싹
모두가 일제히 발을 굴러
그 해의 봄은
둑 터진 강물이었느니
(주근옥·시인, 충남 논산 출생)
소박한 느낌의 이 사진이 마냥 좋았습니다. 2년전 여기서 찍었습니다. 이제 세상에 내보냅니다.
꽃을 찍으면서 가끔 여러분들을 떠올립니다
닮은 분들이 생각나요.
환하고 성숙하고 또 고운...
이 글을 쓰면서 특히 손목 아프신 분이 떠오르네요.
"부디 쾌차 기원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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