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생화 그리고...: 2018-04-25
페이지 정보
본문
새롭게 시도하는 스타일의 사진들입니다.
이렇게 찍고 며칠 행복했습니다.
습작입니다만...
참 좋은 봄날
실비는 오지요.
꽃밭은 젖지요.
이제 보니 달팽이 한 마리가
꽃밭에 심은 옥수수 줄기를 타고
천천히 아주 천천히
기어갑니다. 기어가서 마침내
오를 수 있을 만큼 올라간 것일까요
이제 그만 하는 걸까요. 그쯤에서
알맞게 휘어진 잎사귀 하나
초록빛 꽃 붙들고 앉아
하루 종일 있을 모양입니다.
제 한 몸
잠적하기에는
참 좋은 봄날입니다.
(구종현·시인, 1943-)
빈 집의 약속
마음은 빈집 같아서 어떤 때는 독사가 살고 어떤 때는 청보리밭 너른 들이 살았다
볕이 보고 싶은 날에는 개심사 심검당 볕 내리는 고운 마루가 들어와 살기도 하였다
어느 날에는 늦눈보라가 몰아쳐 마음이 서럽기도 하였다
겨울 방이 방 한 켠에 묵은 메주를 매달아 두듯 마음에 봄가을 없이 풍경들이 들어와 살았다
그러나 하릴없이 전나무 숲이 들어와 머무르는 때가 나에게는 행복하였다
수십 년 혹은 백 년 전부터 살아온 나무들, 천둥처럼 하늘로 솟아오른 나무들
몽긋이 앉은 그 나무들의 울울창창한 고요를 나는 미륵들의 미소라 불렀다
한 걸음의 말도 내놓지 않고 오롯하게 큰 침묵인 그 미륵들이 잔혹한 말들의 세월을 견디게 하였다
그러나 전나무 숲이 들어앉았다 나가면 그뿐, 마음은 늘 빈집이어서
마음 안의 그 둥그런 고요가 다른 것으로 메워졌다
대나무가 열매를 맺지 않듯 마음이란 그냥 풍경을 들어앉히는 착한 사진사 같은 것
그것이 빈집의 약속 같은 것이었다
시인 문태준
아마죠네스의 여전사처럼...씩씩하고 강하게(라고 썼습니다만 늘 그런 건 아니고요, 긁적~)
사진 찍는 이는 요렇게 살고 있습니다.
See you soon~
- 이전글山숲 34: 2018-04-30 18.04.30
- 다음글꽃다발 안부 (데스칸소 가든에서): 2018-04-25 18.04.25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