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숲 35: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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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35, 오월 新綠
오월 초하루와 이튿날 오전 내내 부슬비가 내려 메마른 땅을 촉촉이 적시고, 사흗날 아침에 해님이 눈부신 햇살을 내립니다. 바야흐로 신록新綠의 계절이 열립니다. 산숲은 온통 완연宛然히 푸르릅니다.
● 수 줍 음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0:01 AM
한 송이 양귀비가 수줍어 봉우리를 살짝 벌립니다. 길섶에 여태껏 남아있는 지난해의 누런 들풀에 미안한 마음이 고개를 돌려 햇살을 비스듬히 받습니다. 들풀 너머 아직 어둠에 묻힌 산등성이에도 마음이 편하지 않습니다.
● 이슬방울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0:30 AM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0:49 AM
밤이슬이 아침햇살을 받아 은은한 광채를 보듬어 뿜습니다. 이슬방울이 거미집을 독차지하고, 제 보금자리로 여겨 눈부심을 자랑합니다. 연사흘째 먹이를 구하지 못한 거미의 배고픔은 아랑곳 하지 않습니다.
● 솔 방 울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0:45 AM
붉디붉은 솔방울이 휘영청 하늘로 치솟습니다. 세한송백歲寒松柏의 표상表象, 늙은 소나무는 종족보존 첫걸음으로 솔방울을 오월의 푸르름 빛 속으로 내보냅니다. 자신을 뛰어넘는 자손의 삶을 기원하며.
● 새 싹 틔움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0:54 AM
솔방울 끝에서 새싹筍이, 수꽃이 삐죽이 돋습니다. 갓 태어난 연하디 연한 연두빛 새싹은 순결무구純潔無垢의 극치, 송홧가루 되어 바람을 타고 암꽃을 찾아가는 가루받이의 원천源泉입니다.
● 군 림君臨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1:06 AM
들꽃 한 무더기가 꽃망울을 터트립니다. 화려하지도 크지도 귀하지도 않은, 길섶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들꽃입니다. 그 평범함이 확 트인 등성이 아래에 홀로 꽃피워, 함부로 넘볼 수 없는 의연함으로 산숲에 군림합니다.
● 신 록新綠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2:36 PM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May/03/2018 12:41 PM
늦봄부터 초여름의 산숲은 새로 돋은 잎새의 푸른빛으로 가득합니다. 나뭇가지가 하늘을 덮은 틈새로 햇살이 내려쬡니다. 간들바람이 살랑살랑 불어 들판에 보드라움을 펼칩니다. 연둣빛의 눈부심은 황홀합니다. (2018/0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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