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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묘素描, 6: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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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64회 작성일 18-02-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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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묘素描,  6


     한해를 엉결결에 보내고, 변화나 새로움 없는 타성惰性에 젖어 또 한해를 맞습니다. 해마다 이맘때면 샌프란시스코로 바닷가를 찾는 역마살驛馬煞에 허우적거립니다. 겨울 바다가 들려주는 이야기는 찾을 때마다 새롭습니다.


● 겨 울 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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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a Green Park, S.F. Dec./27/2016 12:09 PM


     모처럼 샌프란시스코의 겨울 날씨답지 않게 활짝 갠 날, 불끈불끈 솟아오르는 시뻘건 선인장 꽃 기둥이 한겨울이 아닌 꽃피우는 춘삼월로 착각하게 합니다. Fort Mason과 금문교를 잇는 Marina Blvd 길섶의 자그마한 꽃밭이 발걸음을 묶습니다.


● 첨 탑尖塔,spi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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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rina Green Park, S.F. Dec./27/2016 01:51 PM


     비쩍 말라붙은 나무의 백골白骨이 피라미드 탑으로 거듭 태어나, 태평양으로 나가는 샌프란시스코 만bay의 바닷물을 내려다보고 있습니다. 누군가 그 나름대로 영국의 예술가 Andy Goldsworthy(1956/07/26~)가 2008년에 The Presidio S.F.에 남긴 설치작품 《SPIRE》를 모방해 설치한 듯싶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


     한겨울에 선인장이 꽃피운 생동감生動感과 고사목이 백골白骨을 드러낸 주검의 실체實體가 겹쳐져overlap, 사람 한 평생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생로병사生老病死를 다시금 일깨웁니다.

     오래 전에 책에서 읽은, ‘강박관념强迫觀念에 사로잡힌 욕망을 내려놓으라.’는 가르침이 떠오릅니다. 이미 늘그막에 들어섰어도 늙어 감을 애써 부정하고 싶은, 부질없는 ‘마음 비우기’도 이와 같습니다.


     아직은 괜찮은 정수리 머리카락으로 반들반들 윤이 나는 뒤통수를 덮으려 무려 아홉 달 동안 뒷머리를 길러왔습니다. 하지만, 거울 앞에서 뒤 머리카락을 묶으려 발버둥거릴 때마다, 머리 빠짐은 노쇠老衰에 따른 필연적인 진행이고, 이를 거스름은 노망기老妄氣로 들어섬을 인정해야 했습니다.

     마침내, 지난달 30일 어깨까지 내려온 뒷머리를 잘라냈습니다. 이발관에서 가져와 비닐봉지에 갇힌, 하양과 회색이 섞인 머리카락 뭉텅이에 한 가닥 아쉬움이 없지 않지만, ‘참 잘했네!’로 받아드리렵니다. (2018/0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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