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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31: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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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35회 작성일 18-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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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31, 겨울 雪山 ②


     산숲은 새하얀 겨울눈을 입고 은세계銀世界로 다시 탄생합니다. 꽃샘추위도 반갑고, 가슴은 바라봄만으로 울렁거리며, 겨울 삭풍朔風을 안고 오르는 발걸음도 가볍습니다. 눈 덮인 산마루에서 환희의 함성을 내지릅니다.


     그제 Mt. Baldy 일요 산행에 오르지 못한 후회막심이, 실제로 다녀왔다고 억지 부리게 합니다. 그리고는 꿈꾸듯 황홀감에 젖어듭니다. …… 2009년과 2010년의 사진파일을 뒤적여 8~9년 세월을 거스른 옛 추억을 한 번 더 더듬습니다.


● 장 송葬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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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ldy Road, CA. Feb./14/2009 10:54 AM


     삶을 마치고 안간힘으로 버티고 서있는 선인장 Our Lord's Candle에 간밤에 내린 하얀 눈이 내려앉습니다. 일생에 한번만 꽃 피우고 꽃이 질 때 뿌리와 몸통이 함께 죽는 숭고한 삶, 그의 마지막 길을 애도哀悼하려 눈이 앉았나 봅니다.


● 충 만充滿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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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ldy Road, CA. Feb./14/2009 11:01 AM


     사나흘을 멈추지 않고 내린 눈이 나뭇가지에 사뿐히 내려앉아, 하늘과 땅을 하나로 아우릅니다. 겨울 하늘서 영글은 눈꽃망울이 탐스럽습니다. 머지않아 초록 잎새 마디마디에서 눈꽃이 아닌 본래의 꽃을 피울 겁니다. 가득 참을 안겨줍니다.


註 : 위 사진 두 장은 Mt. Baldy Road 길섶에서 양쪽 산자락을 올려다보며 담았습니다. 눈 더미로 변한 Ice House Canyon 주차장이 치우기를 기다렸으나, 끝내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 Cucamonga P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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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rth Etiwanda Preserve, CA. Jan./30/2010 10:50 AM


     백설로 뒤덮인 산 Cucamonga Peak(8,859 feet) 위엄威嚴이 흰 뭉게구름이 노니는 청명한 하늘로 솟구쳐 오릅니다. 굽이도는 외길은 하늘로 오르는 길입니다. 신비를 지닌 산이기에, 험로險路를 지녀 눈 덮인 겨울철은 좀처럼 오름을 허락하지 않습니다.


겨울이 겨울다운 서정시(敍情詩)는 백설(白雪), 이것이 정숙히 읊조리는 것이니, 겨울이 익어 가면 최초의 강설(强雪)에 의해서 멀고 먼 동경의 나라는 비로소 도회에까지 고요히 고요히 들어오는 것인데, 눈이 와서 도회가 잠시 문명의 구각(舊殼)을 탈(脫)하고 현란한 백의(白衣)를 갈아입을 때, 눈과 같이 온, 이 넓고 힘세고 성스러운 나라 때문에 도회는 문득 얼마나 조용해지고 자그마해지고 정숙해지는지 알 수 없지만, 이 때 집이란 집은 모두가 먼 꿈 속에 포근히 안기고 사람들 역시 희귀한 자연의 아들이 되어 모든 것은 일시에 원시 시대의 풍속을 탈환한 상태를 정(呈)한다. 



     위의 인용문은, 김진섭(金晉燮, 문학평론가 1903~?)의 수필, 《백설부白雪賦》의 한 구절입니다. 설산을 우러러보다가 불현듯


일깨워져, 찾아 옮깁니다. (2018/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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