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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건 전화 한통으로 '앞 못 보는' 딸 지연이를 만난 아빠: 2018-0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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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초모랑마
댓글 0건 조회 229회 작성일 18-03-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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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못 건 전화 한통으로 '앞 못 보는' 딸 지연이를 만난 아빠



[인사이트] 이하영 기자 = 우연히 잘못 건 전화 한 통으로 세상에서 결코 만날 수 없었던 딸 지연이를 만난 아빠의 사연이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지난 10일 국내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는 '잘못 건 전화'라는 제목의 이야기가 공개돼 많은 누리꾼들의 눈시울을 촉촉하게 만들며 큰 감동을 주고 있다.


사연을 올린 남성 A씨는 초등학교 3학년 딸을 키우고 있는 가장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뒤 평생 잊을 수 없는 전화 한 통을 언급하면서 경험을 전했다.


A씨는 친구에게 전화를 건다는 게 그만 엉뚱한 번호를 눌렀다.


그가 "여보세요"라고 말하자 수화기 너머에서는 낯선 소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친구에게 걸었다고 생각했는데 번호를 잘못 누른 것이었다.


소녀는 대뜸 "아빠~?"라고 물어왔다. 초등학교 3학년 딸을 둔 A씨는 순간 "넌 아빠 번호도 모르니?"라고 장난기 섞인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저 내 딸 같아서 반가운 마음에 '핀잔'을 줬는데 어쩌면 그건 운명이었다. 소녀는 "아빠 바보... 나 눈이 안 보이잖아~"라고 대꾸했다.


순간 '장애를 가진 아이구나' 하는 생각에 당황스러웠다. 서둘러 전화를 끊으려고 했는데 소녀는 애절한 목소리로 "엄마는 슈퍼 갔어. 아빠 언제 올거야?"라고 말했다.


사실 A씨는 처음부터 거짓말을 하려던 게 아니었다. 하지만 너무 반가워하는 아이의 음성에 저도 모르게 거짓말을 하고 있었다.



A씨는 "아빠가 요즘 바빠서 그래"라고 변명하자, 소녀는 정말 삐친 것처럼 "그래도 계속 안 들어오면 어떡해! 엄마는 베개싸움 안 해 준단 말야"라고 볼멘 소리를 했다.


아이가 실망할까 싶어 '금방 들어간다'고 둘러대고 전화를 서둘러 끊었지만 마음은 무겁기만 했다.


그날 저녁 바로 그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받고 싶지는 않았지만 어쩔 수 없었다.



전화에선 그 소녀의 목소리가 아니라 이번에는 젊은 여성의 음성이 들렸다. 낯선 목소리의 여성은 "혹시 제 딸한테 아빠라고 하셨나요?"라고 정중히 물었다.


A씨는 "죄송합니다. 낮에 제가 전화를 잘못 걸었는데 아이가 오해한 거 같아요"라고 변명했다. 


알고보니 소녀의 이름은 지연이였다. 유지연, 초등학교 1학년.


사연을 듣고 보니 소녀의 남편은 최근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아이가 충격을 받을까봐 멀리 출장을 갔다고 둘러댔는데 아빠에게 정말로 전화가 온 것으로 착각했던 모양이었다.


아이 엄마는 딸이 아빠가 오는 줄 알고 잠도 안자고 기다리고 있다고 난감한 상황을 전했다. 


그래서 전화를 걸어 '아빠 바빠서 오늘 못 가니 기다리지 말라고 말해달라'는 부탁이었다.


A씨는 5분 뒤 전화를 걸어서 소녀에게 "오늘 일 때문에 못 간다"고 또 한번 거짓말을 했다. 


아이가 울고 보채는 바람에 지키지도 못할 약속을 했다. 이틀 뒤에 집에 돌아간다는 허망한 약속을 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며칠 뒤 또 그 번호로 전화가 걸려왔다. 이번에는 지연이가 전화를 걸어왔다.


지연이는 A씨에게 "엄마가 그러는데 아빠가 죽었데! 왜 집에 안오는 거야?"라고 울면서 물었다.


지연이는 "이렇게 전화도 되는데 아빠가 왜 죽어! 빨리 와. 엄마 미워~ 거짓말이나 하고... 혹시 엄마랑 싸운 거야? 그래서 안 오는 거야?"라고 울먹였다.


간신히 소녀를 달래고 아이의 엄마와 전화 통화를 했다. 아이가 조금 더 성장할 때까지 가끔 전화를 걸어서 안부를 주고 받으면 안 되겠냐고 물었다.


아이 엄마는 처음에는 극구 사양했지만 이내 고집을 굽히고 종종 전화만 걸어달라고 간청했다. 그렇게 해서 지연이와 한 달에 2~3번 전화를 하는 '부녀지간'이 됐다.


A씨는 지연이에게 자신은 중동의 사우디아라비에서 일하고 있다고 둘러댔다. 어렸을 적 아버지가 중동에서 일하셨던 경험을 떠올려 그렇게 거짓말을 했던 것.


시간은 훌쩍 흘러 1년, 2년, 3년 그렇게 지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지연이는 뜻하지 않은 말을 꺼냈다.


지연이는 "엄마랑 삼촌이 이야기하는 거 들었어. 아빠가 돌아가셨다는 거... 사실대로 말하면 전화 통화 못할까봐 그랬어"라고 얼버무렸다.


A씨는 "지연아! 근데 내가 진짜 아빠는 아니지만 좋은 동무처럼 통화하면 안 될까? 난 그러고 싶은데 어때?"라고 질문했다.


지연이와 A씨는 그렇게 아빠와 딸에서 친구가 되었다. 매년 생일이 되면 지연이 선물도 함께 챙겼고 어느덧 학교를 졸업하는 시간이 됐다.


그날 A씨는 지연이 어머니에게 졸업식에 참석해도 되냐고 물었다. 당연히 함께 자리를 빛내준다면 지연이가 기뻐할 것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기대했던 졸업식에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찾아갔다. 멀리서 봐도 누가 지연이인지 알아볼 수 있었다.


지연이가 졸업장을 받고 자리에 돌아오는데 엄마가 딸에게 이렇게 말했다. "지연아 누가 왔는지 맞춰볼래?"라고.


A씨가 "지연아! 졸업 축하해"라며 꽃다발을 안겼다. 


그러자 갑자기 지연이가 큰 소리로 울음을 터뜨르면서 손을 더듬어 A씨를 꼭 안았다.


지연이는 "아빠! 이렇게 와줘서 너무~ 너무 고마워"라고 울면서 더욱 힘차게 끌어안았다.


그 말을 듣는 순간 A씨의 눈에서도 뜨거운 눈물히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그는 그날 깨달았다. 이미 오래 전부터 너무나 착하고 이쁜 딸을 둘이나 둔 행복한 아빠라는 사실을.


이하영 기자 hayoung@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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