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숲 27: 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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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27
Twin Peaks (S.F.)
샌프란시스코 시내 한가운데 봉우리(922 Feet) 2개가 마주 서있는 Twin Peaks에는 해님이 모습을 드러내 보이기보다는 구름에 갇혀있거나 안개 속에 잠기는 나날이 많습니다.
열이틀 동안 머물고 떠나오기 전날, 고맙게도 아침녘에 부슬비가 흩뿌립니다. 자동차로 구불구불 돌아 오르는 Twin Peaks Blvd를 외면하고, 양쪽으로 키다리 나무들이 늘어선 La Avanzada St.를 걸어 오릅니다.
곧이어 오솔길이 나그네를 반깁니다. 부슬비는 멎어가는 듯싶은데 산안개가 숲을 에워쌉니다. 김승옥(金承鈺, 1941년 12월 23일 ~ )의 소설〈무진기행霧津紀行〉을 일깨워, 우거에 돌아와 찾아 적습니다.
무진을 둘러싸고 있던 산들도 안개에 의하여 보이지 않는 먼 곳으로 유배당해 버리고 없었다. 안개는 마치 이승에 한(限)이 있어서 매일 밤 찾아오는 여귀(女鬼)가 뿜어 내놓는 입김과 같았다. (중략) 안개, 무진의 안개, 무진의 아침에 사람들이 만나는 안개, 사람들로 하여금 해를, 바람을 간절히 부르게 하는 무진의 안개, 그것은 무진의 명산물이 아닐 수 있을까!
● 안개 숲
───Twin Peaks, S.F. Sep./18/2017 10:01 AM
굽어진 오솔길에 들어서자 숲은 안개 가득 품고 마중합니다. 고국의 사진작가 배병우(裵炳雨,1950/ 5/ 22~)의 사진집〈빛으로 그린 그림, 컬쳐북스 펴냄, 2012/12/06/20 초판 3쇄〉를 펼쳐 든 듯싶습니다.
● 싱그러움
───Twin Peaks, S.F. Sep./18/2017 10:11 AM
부슬비가 멎고 가득했던 안개가 서서히 하늘로 오릅니다. 숲은 온통 푸르름으로 싱그럽습니다. 넝쿨이 키다리 고목의 몸통을 휘감아 오릅니다. 힘차게 뻗어 오르는 본능이 숲 속을 가득 채웁니다. 삶의 충일充溢, 삶의 진정한 모습입니다.
● 숲 향기
───Twin Peaks, S.F. Sep./18/2017 10:23 AM
잔잔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구름에 에워싸여 있던 안개가 흩뜨려집니다. 안개의 속살이 서서히 드러납니다. 속살 내음이, 여인의 체취인양 숲에 향기롭게 가득 펴집니다.
Dollar Lake(South Fork Trail)
어제, 9월의 마지막 일요 산행으로 San Bernardino Mountain의 Dollar Lake에 다녀왔습니다. 2014년 화마火魔가 온 숲을 휩쓸어 3년 만에 열린 산숲의 아침녘은, 어둠이 내린 듯 회색의 세상으로 나그네를 맞습니다.
● 버섯 보금자리
───South Fork Trail S.B. Sep./24/2017 02:26 PM
내려오는 길, 하늘은 가을로 접어들기에 고사목 위로 청명한 푸르름을 내려줍니다. 하늘 향해 쭉쭉 뻗어 오른 나무의 몸통은 주검으로 시꺼멓게 타들었는데, 버섯이 보금자리로 삼아 하이얀 얼굴을 돋워냅니다.
● 고운 들풀
───South Fork Trail S.B. Sep./24/2017 02:28 PM
연초록 들풀이 곱습니다. 불에 타서 시꺼멓게 변한 나무들에게 둘러싸여 있기에 이름 모르는 들풀이 빼어나게 돋보입니다. 언뜻 화려하게도 보입니다. 무릇 모든 목숨붙이 삶은 주어진 역경逆境을 이겨낼수록 아름답습니다.
● 할큄 민낯
───South Fork Trail S.B. Sep./24/2017 02:40 PM
시뻘건 화염火焰이 날름거리며 나무의 껍질을 녹여 내립니다. 그 남겨진 울퉁불퉁 자국이 전율戰慄을 부릅니다. 그리고 불길에 죽음을 당함도 모자라 천둥번개가 민낯의 속살마저 들추어냅니다. 처참한 고통이 안쓰럽습니다.(2017/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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