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시] 잘 사는것이...: 2017-1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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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사는 것이...
이만우
잘 사는 것이 잘 죽는 것입니다
오늘 하루를 잘 살았는지 묻고 싶습니다
잘 죽고 싶기 때문입니다
생명의 열매가 매일매일 하나씩
차가운 바닦으로 뚝뚝 떨어짐니다
옹골지게 여물었는지 알지 못함니다
싹 트고 자라고 꽃피고 열매맺고 떨어저
앙상한 가지만 남김니다
높은 가지 끝에 달랑 매달린 감 한 알에
아직 가을이기를 기대합니다
지금 살아 있음에 오직 감사합니다
누렇게 바랜 마지막 잎이 몸부림침니다
한털 생명의 끝임을 말함니다
아직 기다리는 이
아직 다하지 못한 사연
애들은 풋나기고
처리 못한 고지서도 아직 몇 남았는데
겨울이 모질게 가을을 몰아냄니다
제야의 종소리가 서서이 다가 옴니다
이제는 일어나 훌훌 털고 그 소리를 따라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잘 사는 길인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고별을 말하는 그 종소리가 커질수록
새 세상 새 날이 오고 있음이라 믿고 싶습니다
다시 싹틈 다시 자람 다시 꽃피움 다시 열매를
먼 발치에서라도 보고 싶습니다
이 또한 잘 사는 길인지 모르기 때문입니다
잘 죽는 것이 잘 사는것 입니다
오늘 하루 잘 죽었는지를 물어봄니다
잘 살고 싶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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