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숲 24: 2017-06-22 > 문예 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문예 게시판

山숲 24: 2017-06-22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12회 작성일 17-06-22 00:00

본문


山숲 24,  경외敬畏


     지구촌 곳곳에 몰아친 이상 열파가 지난 일요일 아침 산행 길을 덮쳐, 초입부터 흘러내리는 땀이 발걸음을 붙잡습니다. 아스라이 보이는 MT. Baldy 산마루가 ‘고만 쉬고 어서 오르라’라는 질책에 배낭을 추스릅니다.

     한 걸음 내딛는 순간, 서너 발치 앞길에서 연초록 새 순이 나그네를 맞습니다. 빗겨 내리는 햇살을 듬뿍 받아, 영롱한 보석처럼 눈부십니다. 몇 백 년, 아니 천 년 가까이 살아 온 듯싶은 오래된 나무[古木], 그 밑동에서 새 생명이 움텄습니다.

     지금 여기Now-Here에 살아있음이고, 나무의 종족보전 본능의 구현具現입니다. 공경하면서 두려운 마음[敬畏感]과 놀랍고 신기함으로 온몸이 전율합니다. 새 순은 가지를 뻗고 잎새를 피워, 갓 태어났지만 어엿한 나무로 컸습니다.


● 새 순


ca11b748135e40f8ab08fff5b3b3f939.jpg

───Ice House Canyon, CA. June/11/2017 10:32 AM


     산에 오르고, 바다를 찾고, 들판을 거닐 때는 마음의 눈[心眼]이 떠져야, 자연의 품 안에 자신을 던질 수 있다고 합니다. 봄에, 영겁의 세월 틈새서 고고성呱呱聲을 울렸을 때는, 산 오름에 매달려 보지 못하고, 이제야 새 생명을 영접합니다.

     마음의 눈은 마음을 비워야 떠집니다. 마음을 비우기는 욕심을 내려놓아야 하고, 허욕에서 벗어나려면 ‘제 잘났다’는 자만自慢을 떨쳐내야 합니다. 이를 평소에는 수긍해 받아들이나, 막상 마음의 눈을 열어야 할 때는 자존심이 튀어나와 닫아버립니다.

     나이 들수록 어린 시절의 마음[童心]으로 돌아가라고 합니다. 티 없이 순진한 어린아이의 눈빛에는 거짓이나, 오만불손傲慢不遜은 자리할 틈새가 전혀 없습니다. 완주完走커녕 언저리만 맴돌았으나, 그보다 값진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2017/06/22)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Copyright © 한미 산악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