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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窓 너머 5: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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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0회 작성일 17-07-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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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머 5


     다시 불거지는 역마살의 유혹을 떨치지 못해, 7개월 만에 짭짜름한 바다 내음을 찾아 샌프란시스코로 나섭니다. 그리고 보다 솔직히 고백하면, 연일 화씨 100도를 윽박지른 폭염에서 벗어나고 싶어서이기도 합니다.

     로스앤젤레스 Union역에서 오후 1시에 출발하는 Mega Bus에 오릅니다. 좁고 구불구불 이어진 나선형 계단을 올라 2층 창가에 앉습니다. 창 너머로 탁 트인 바깥이 가깝게 다가옵니다. 안으로 닫혔던 나그네 마음도 열린 듯싶습니다.


● 양봉 벌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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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ay 5 North, JUL./05/2017 01:50 PM

     

     해발 4,160 피트의 Tejon Pass로 치달아 오르는 길. 양쪽 산등성이를 깎아 만든 길은 오름길과 내리막길로 나눠집니다. 두 길은 까마득하게 떨어져 있어, 지날 때마다 이곳의 광대무변을 실감하게 합니다.

     그 한가운데 하이얀 색깔의 구조물이 모여 있습니다. 첫 느낌은 양봉 벌통인 듯싶으나, 누렇게 타들은 허허벌판에서 벌이 생존할 수 없기에 의아심만 키웁니다. 승용차나 버스 아래층에서는 보기 힘들어 지나쳤던 광경입니다.


● 과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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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ay 5 North, JUL./05/2017 05:23 PM


     한여름 푸른 하늘 뙤약볕 아래 어린 과수나무들이 가로와 세로 모두 줄맞춰 무럭무럭 자랍니다. 몇 년째 연이어 계속되는, 최악의 가뭄도 아랑껏 하지 않습니다. 관개수로로 끌어온 물 덕분입니다. 사막 한 가운데 오아시스인 듯싶습니다.


● 황 무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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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ay 5 North, JUL./05/2017 05:36 PM


     허허벌판에 말라버린 잡풀더미가 하늘이 닿는 저쪽 끝까지 이어집니다. 예년에 채소 등 한해살이 작물을 재배했던 곳입니다. “NO WATER NO JOB" 단 한 줄의 푯말을 수긍하게 하는 현장입니다. 가뭄은 인간에 의한 무분별한 자연 파괴가 초래한 재앙이라고 합니다.


● 석양 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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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y 152 West, JUL./05/2017 06:16 PM


     버스는 San Jose에 내리는 승객을 위해 H'way 152 서쪽 방향으로 접어듭니다. 산등성이 너머로 스러지는 석양이 부서져, 늘 푸른 상록수에 마지막 광휘를 내립니다.

     누렇게 타들은 들녘에 길섶의 잡풀 더미가 창 너머로 빠르게 뒤쳐집니다. 주어진 터전서 메마름을 극복하고 이룬 삶이 처연凄然합니다.


● 방목 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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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way 152 West, JUL./05/2017 06:24 PM


     드넓은 산자락에서 소 세 마리가 유유자적 노닙니다. 아직 허기를 채우지 못해서가 아닙니다. 어둠이 깃들어 축사로 들어가기 전까지, 해님이 내려주는 따사함을 조금이라도 더 받으려함입니다.

     방목放牧의 소들이 질주하는 버스에 갇힌 나그네에게 ‘가슴을 열고 느긋하게 살라’고 타이릅니다. 때로는, 동-식물도 은연중 인간에게 가르침을 줍니다.


● 바다 안개海霧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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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ay 280 North, JUL./05/2017 07:48 PM


     F‘way 101에 이어 280으로 바꿔 타자 지평선 너머로 바다 안개가 펼쳐져 나그네를 반깁니다. 맑은 날씨에도 아침저녁에 현시顯示하는 바닷가의 현상입니다.

     ‘산수山水의 자연을 즐기고 좋아한다.’는 논어의 요산요수樂山樂水를 일깨웁니다.


● 도심都心의 불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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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way 280 North, JUL./05/2017 08:12 PM


     샌프란시스코 Cal Train역까지 9 시간 가까이 달려온 여정이 끝나가고 있습니다. F'way 280이 끝나고 Bay Bridge와 연결되는 도시 중심부에 이르자 밤 불빛이 현란합니다.

     불빛이 흔들려, 휘황찬란합니다. 몽환경夢幻境처럼 다가옵니다. 이도 한 순간뿐, 곧바로 초로初老를 훌쩍 넘기고서 내리막길로 굴러 내리는 모습으로 바뀝니다. ‘한바탕의 봄꿈[一場春夢]’에 잠겼다가 깨어났다고 치부하렵니다. (2017/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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