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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 보이는 풍경: 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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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3회 작성일 17-07-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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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문교 보이는 풍경


     폭염을 피해 찾아간 샌프란시스코의 날씨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 차가운 바닷바람이 추위를 안깁니다. 우거가 자리한 사막기후의 Upland 지역보다 화씨 20 여도는 낮아, 오리털 점퍼나 조끼를 걸친 사람들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습니다.


● 꿈에 본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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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isherman Wharf S.F., JUL./07/2017 11:32 AM


      황금을 상징하는 검붉은 색깔의 금문교가 바다안개에 싸여 서서히 가라앉고 있습니다. 현수교의 양쪽 교각마저 잠기면 어쩌나 싶어 조마조마 마음 졸입니다. 지금, 어젯밤 꿈에서 본 광경이 실제로 눈앞에서 이뤄지고 있습니다.

     그제 밤 버스에서 내리자, 오싹 다가온 찬 공기가 감기를 불러와 온몸을 으스스하게 움츠려들게 합니다. 어제 하루 내내 이어져, 바닷가로 나가지 못해 가슴에 맺힌 응어리가, 어젯밤 꿈에서 내보였나 봅니다.


● 삶의 반추反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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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int Bonita S.F., JUL./08/2017 10:17 AM


     주말과 공휴일에만 다니는 76X Muni 버스로 금문교 건너 Marin Headlands에 도착합니다. 하늘과 바다가 우중충하게 펼쳐집니다. Point Bonita 등대 가는 길trail에서 뒤 돌아본 금문교는 뒤로 샌프란시스코 다운타운을 거느리고 있습니다.

     웃통을 벗은 노인 한 분이 몰고 온 작은 배에서 일어나, 저 너머로 가물가물 보이는 ‘빌딩의 숲’을 오랫동안 응시합니다. 도심 한가운데서, 평생을 일 해온 조직체 구성원에서 벗어나, 이제 자신만의 정체성正體性을 되찾는 모습이 전해집니다.


● 고 사 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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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ker Beach S.F., JUL./10/2017 06:06 PM


     29 Muni 버스 북쪽의 종점에 자리한 Baker 해변은, 금문교 바로 아래에 있으나, 찾는 이가 적어 한적합니다. 해변 끝 모래사장에서 거의 40도 경사의, 나무쪽을 쇠줄로 이어 만든 계단 길로 오르면 Battery Chamberlin 길에 닿습니다.

     가파른 길 오르는 도중, 무성했던 잎을 떨어뜨린 나뭇가지를 바닷바람에 내맡긴 고사목들이 눈길을 가로챕니다. 저녁녘에 드리우는 구름을 머리에 인 금문교가, 짧아진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내일 아침에는 본래의 제 모습을 되찾을 겁니다.


● 춤추는 금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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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attery E.Trail S.F., JUL./10/2017 06:30 PM

     

     해님이 오랜만에 온 누리에 햇살을 내려주고, 이제 서서히 내려옵니다. 옥색 하늘과 짙은 남색의 바다가 확연히 나눠져, 하늘과 바다를 두루뭉술하게 비슷이 보여준 아침녘과 다릅니다.

     바람이 몰려와 잔잔하던 바다에 물결을 일으킵니다. 빗겨 내린 해님이 금문교를 바다에 눕히고, 일렁이는 파도가 눕혀진 금문교를 물결에 맞춰 춤추게 합니다. 햇살이 바다를 거울로 삼아 반영反影으로 그렸습니다.


蛇足 :


     느긋이 나이 든 분들과 달리, 혈기왕성한 젊은이들은 샌프란시스코의 날씨가 전혀 춥지 않은가 봅니다. 남자든 여자든 얇은 반팔 티셔츠 차림입니다.

     그들이 부럽게 바라보다가, 섭씨 영하 10 여도에도 내복 없이 북아현동서 만리동 고개를 넘어 후암동까지 걸어서 등교했던 고교시절을 떠올립니다. 그리고는 “나그네도 한때는 그랬었다.”고, 빙긋거립니다.(2017/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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