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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25, 한여름: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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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1회 작성일 17-08-0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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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25, 한여름


     금년 여름은 예년에 비해 덥고, 늦더위도 기승을 부린 듯싶습니다. 오늘이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立秋이고, 오는 금요일은 삼복의 마지막인 말복末伏을 맞습니다.

     예전의 농경시대의 아시아권에 맞춰진 24절기는 이곳에서는 쓰임새가 전혀 없어져서인지, 무더위가 수그러들지 않습니다. 7월 마지막 산행과 8월 첫 산행, 산숲의 단상斷想을 적습니다.


● 여 명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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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House Canyon, CA. Jul./31/2017 08:30 AM


     ‘얼음 계곡’으로 오르는 등산로 시작은 왼쪽으로 깎아지른 산기슭을 지납니다. 크고 작은 돌멩이들이 곧바로 쏟아 내릴 듯 뒤엉켜 있고, 사람 발길에 닿지 않은 무성한 숲은 원시림原始林처럼 어둡습니다.

     햇살이 산마루 너머에서 걸려, 키다리 나뭇가지 옆으로 빗겨 내립니다. 뻗어 오른 생존에 밝음을, 널브러져있는 주검에 어둠을 안깁니다. 이승과 저승의 표상表象입니다.


공 존共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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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House Canyon, CA. Jul./31/2017 09:37 AM


     길섶 모퉁이에 새로 돋은 잎새가 푸르름을 내 품습니다. 그 생동生動 옆에 진토塵土를 기다리는 나무의 속살이 함께합니다. 햇살이, 사광斜光이 역광逆光인양 잎새의 맥을 들춰내고, 그리고 종이 장처럼 갈라진 속살에도 나눠줍니다.

     오래 전에 천둥번개로 화마에 휩쓸려 밑동만 남은, 몇 백 년을 살아온 삶의 지혜를, 새 생명에게 아낌없이 전해주려 기다립니다. 살아있음과 흙으로 돌아기를 함께합니다.


● 메 마 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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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House Canyon, CA. Jul./31/2017 010:31 AM


     늘 푸른 소나무 잎새가 생기生氣를 잃어 푸석거립니다. 한여름, 일 년 중 가장 생기발랄할 때에 메마름을 앓습니다. 흘러내리는 계곡의 물살은 지난해보다 불었으나 나이 든 키다리 소나무 잎새까지 오르기에게는 역부족입니다.


● 종 잇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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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ldy Bowl Trail, CA. Aug./06/2017 11:48 AM


     산마루로 오르지 못하고 Saddle에 주저앉자 고사목 한그루가 눈길을 잡아챕니다. 밑동이 한두 아름쯤 될 직한 고사목이 안간힘으로 버티고 서있습니다. 바싹 마른 나무껍질은 살짝 건드리면, 종잇장처럼 흩날릴 듯싶습니다.


     불현듯, 나무나 사람이나 한평생은 비슷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찌르면 튕겨 나올 듯싶던 젊음의 팽팽한 뺨과 쭈그렁바가지로 늘어진 늙은이의 볼따구니가 엇갈려 연상됩니다.

     산숲의 메마른 모습이 나그네의 마음도 메마르게 합니다. (2017/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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