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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26, 초가을: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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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1회 작성일 17-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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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26,  초가을


     오늘로 8월이 끝나고, 내일부터 9월이 시작됩니다. 영겁의 세월에서 달이 바뀜이 무슨 뜻을 지니겠느냐만, 연이어 화씨 100도를 넘나드는 늦더위가 기승을 부려 가을이 기다려집니다.

     후끈거리는 주차장을 등지고 산숲에 들어서면 한결 부드러워진 햇살이 반깁니다. 오르내리는 길목서 목축임 할 때는 맑고 시원한 느낌이 마음 깊숙이 가득 채워집니다.


● 빠알간 수줍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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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Aug./18/2017 08:05 AM


     산등성이 밑으로 꺾어져 오르는 길목, 아직은 아침햇살이 닿지 않습니다. 무성한 나뭇가지와 시퍼런 잎새 사이로 쬐끄만 산열매가 빠끔히 얼굴을 내밉니다. 

     언뜻 앵두처럼 보이는, 계절의 결실結實은 아직 푸른빛을 머금은 또래들에게 미안해서인지 수줍음을 타서 빨갛게 물듭니다.

     햇살이 내리는 왼쪽 들녘, 지난해 겨울에 솟아 금년 봄에 푸르름을 자랑하던 들풀이, 한여름 뙤약볕에 메말라 허덕이고 있습니다. 사막 기후의 전형입니다.


● 반역사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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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Aug./18/2017 08:14 AM

     

     해님이 산등성이 너머로 올라, 들녘에 반역사광[Rembrant Light]을 내립니다. 방금 얼굴을 내민, 산열매의 화려하게 고움[華奢] 덜어냅니다.

     봄에 꽃피워 한여름을 견뎌왔으나 아직 덜 여물었으니, 풍요의 계절 늦가을까지 기다리라는 뜻입니다.

     주어진 곳에서 한평생을 살아야하는 나무가, 산숲을 훨훨 나는 새들을 유혹해, 자신의 씨앗을 새들의 먹잇감으로 바쳐, 종족보전을 하려는 본능은 아름답습니다.


첫 울음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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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Aug./22/2017 07:15 AM


     산기슭을 뚫어낸 길섶에 떡갈나무 한그루가 맨 위쪽 가지를 하늘 높이 솟구칩니다. 숲이 아래와 위로 나눠져 안쓰러워 나무가 위쪽으로 뻗어 오릅니다.

     ‘도토리 키 재기’를 뛰어넘어 홀로 하늘로 올라, 땅의 정령精靈으로 세상 밖으로 나옵니다. 첫 울음소리[呱呱之聲]입니다.

     빼곡히 품안은 도토리깍정이에는 아기 도토리가 잠자고 있습니다. 따사한 햇볕이 무럭무럭 키워줄, 늦가을까지.


● 웬 단풍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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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mont Hills Park, CA. Aug./22/2017 08:36 AM


     조금은 가파른 내려오는 길, 시뻘건 단풍 든 나뭇잎이 반깁니다. 아직 8월 중순이고 한낮에 화씨 100도를 넘나드는 무더위에, 웬 단풍?

     떠오르는 해님이 잎새 바로 뒤를 비춰, 역광Back Light 효과가 불그스름함을 새빨갛게 바꿔 놓습니다.

     야트막한 Claremont Hills 야생 공원길은 영문자 ‘U'자를 엎어 붙여놓은 형상으로, 어느 쪽이든 출발지로 돌아옵니다. 예전과 달리 반대로 오르고 내려오다가 뜻밖의 색감色感을 얻습니다.


● 하늘 높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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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House Canyon,, CA. Aug./28/2017 10:02 AM


     8월의 마지막 일요 산행, ‘얼음 계곡’에 들어서자마자 산들바람이 계곡을 타고 내려와 산숲의 고요를 깨트립니다.

     오르는 자갈길 길섶, 왼쪽으로 푸른 하늘에 뭉게구름이 피워 오르고, 그 양 옆으로 소나무와 잣나무가 솟아있습니다.

     늘 푸른 잎새 사이에 주황색 혹부리를 주렁주렁 매답니다. 갓 태어난 잣송이와 솔방울이, ‘하늘 높고 말이 살찐다[天高馬肥].’는 가을에 여물어 갑니다.


● 유아독존唯我獨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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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tn. Timber, CA. Aug./28/2017 12:14 PM


     해발 8,303 피트의 산기슭에 늙은 나무 한그루가 세상일에 초연하여[孤高] 홀로 서있습니다. 평범한 사람[凡人]이 감히 가까이 다가서지 못하는 위엄을 지닙니다.

     희디흰 뭉게구름만이 짙푸른 하늘을 뒤덮습니다. 하늘 위와 하늘 아래 가장 존귀[天上天下 唯我獨尊]함을 돋보입니다.

     늘어났어도, 기껏 100년 남짓을 사는 인간들에게 ‘제 잘났다고 우쭐대지 말고 겸허하게 살라.’는 고목古木이, 자연이 주는 가르침입니다. (2017/08/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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