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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셔온 글, 5월 들꽃: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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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3회 작성일 17-05-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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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월  들 꽃


유 경환(劉 庚煥 詩人-언론인 1936~2007)


5월 들판에서 들꽃 한 송이를 만나면 비록 꽃이 크지 않고 화려하지 않아도 반갑다. 들꽃 앞에 걸음 멈추는 너와 나의 영혼이 화려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 영혼이 화려하다고 여겼던 것은 터무니없는 오만이다.


끊임없이 흔들리는 영혼의 모습을 바람 속 들꽃으로 보면서, 적어도 하루 한나절쯤은 햇볕을 넉넉히 받을 수 있는 자리에 태어났음을 얼마나 고맙게 여겨야할지 생각하게 된다.


바람은 들꽃에 고단함을 안겨주는 것이 아니다. 영혼의 갈피에 스며드는 때를 말끔히 벗겨낸다. 흙먼지가 앉을 틈을 허용치 않고 더부살이로 허욕이 달라붙지 않게 해 준다. 외로운 자리의 들꽃에 외로워할 사치의 시간을 허용치 않으며, 설사 아픈 기억을 지녔다 하더라도 그것을 되새길 여유를 허용치 않는다. 보잘 것 없이 작고 또 비탈에 서도 아름답다.


목숨은 영혼이 숨 쉬는 모습이므로 작아도 제 몫을 다한다. 제 몫을 다하는 것은 하늘의 일을 다 하는 것이기도 하다. 하늘의 일을 하는 것은 남 보이기 위한 일이 아니다. 그러므로 뉘의 눈길 하나 닿지 않는 꽃이라도 아름답다. 꽃은 홀로 피어 겸손하다. 우리는 기도하는 꽃을 이렇게 만난다.


드넓은 하늘과 끝없는 땅이 만난 아득한 지평선에 서로 맞닿은 하나의 점으로 서있는 꽃. 이 작은 한 송이의 모습도 당당한 ‘있음’의 표현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목숨의 보람과 기쁨을 발견할 수 있다. 자기 모습을 겸손하게 바라보는 일은 모든 바른 일의 시작이다.


멀리 가는 향기가 있으면 꽃이 크거나 화려하지 않아도 된다. 5월 들판에 나서면 한 송이의 꽃과 이런 이야기를 넉넉히 나눌 수 있다.


아무리 비탈이어도 하루 한나절씩 햇볕을 따뜻이 받을 수 있는 그런 자리에 뿌리 두었음을 우리는 얼마나 고맙게 여겨야할 것인가.


5월은 메마른 땅에도 오나, 그곳의 바람을 생각하자. 물오르는 계절에 시드는 그런 꽃을 생각해야한다.(문화일보 고정 칼럼 '숨결' 1977/05/05)


: 2016년 5월, 우연히 웹사이트(중앙일보 [J플러스] 언론 명문 열전)에서 봄의 정취를 묘사한 칼럼을 읽었습니다. 금년 3월 8일에 첫 칼럼〈봄의 길목〉을 이곳에 소개했고, 5월을 맞이하여 두 번째 칼럼 〈5월 들풀〉을 옮깁니다.


● 갈  망渴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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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termined Life〉 Claremont Hills Wilderness Park, CA. Feb./09/2009 10:44 AM


     봄을 재촉하는 단비가 한겨울 찌든 먼지를 말끔히 씻어냅니다. 바윗돌을 뒤덮은 이끼에 생기를 불어넣습니다. 산기슭이 해맑습니다.

     들풀 씨앗이, 바람도 비껴 지나가는 바위 틈새에 뿌리를 내립니다. 지령地靈이 길어 올려 준 물과 자양분으로 잎새를 피웁니다. 삶의 갈망渴望입니다.

     아침녘 햇살이 싱그럽게 퍼집니다. 지난해의 붉은 낙엽 반쪽이 어디서부터인지 봄바람에 실려 날아와 꽃잎인 양 슬그머니 내려앉습니다. (2017/05/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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