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 바다: 2017-01-16
페이지 정보
본문
겨울 바다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미지(未知)의 새
보고 싶던 새들은 죽고 없었네.
⦙
허무의
불
물 이랑 위에 불 붙어 있었네.
⦙
겨울 바다에 가 보았지
인고(忍苦)의 물이
수심(水深) 속에 기둥을 이루고 있었네.
***위는 원로 시인 김 남조(金南祚, 1927년 9월 26일 ~ )의 詩, 겨울바다 1, 3, 8 聯입니다.
겨울 바다와 겨울 바다를 굽어보는 산숲을 찾아, 샌프란시스코에서 저무는 병신년을 보내고 정유년 새해를 맞이했습니다. 백설의 향연饗宴, 눈 덮인 산숲에 온몸을 내맡김보다 일렁이는 파도가 그리웠습니다.
● 하늘 오름
───Marin Headlands : Miwok Trail, Dec,/27/2016 09:00 AM
어스름한 하늘, 길게 이어지며 굽어 도는 길. 그 한 끝에 오르자 동녘 하늘에 희미한 연분홍색이 빗겨내려 옵니다. 미 대륙의 서쪽 끝, 금문교 위쪽의 잔잔한 바다는 시퍼런 물결로 가득합니다.
멀리 보이는 Ocean Beach에 물보라가 솟습니다. 이슬이 산숲에 내려 물이 되고, 산골짜기와 강을 거쳐 바다로 들어와 오대양五大洋을 돌아, 이제 파도 되어 부서져 다시금 하늘로 오릅[昇天]니다.
● 生成과 소멸
───Marin Headlands : Coastal Trail, Dec,/27/2016 09:38 AM
밀려오고 나가는 파도에 아침 햇살이 내려쬡니다. 물이랑에 가득한 율동律動, 휘황찬란한 광명을 엽니다. 태초부터 한순간도 끊임없이 이어온, 물의 순환循環, 생성의 시작입니다.
산길 위에서 내려다본[俯瞰] 겨울 바다가 주는 정취는, 해변에서 바라본 밋밋함을 뛰어넘습니다. ‘바다’가 전해주는 심상心象, 소멸과 생성의 복합적인 이미지를 파도가 여실히 해변에 재현再現합니다.
● 파도가 내게 묻는 말
───Marin Headlands : Coastal Trail, Dec,/27/2016 09:52 AM
키와 몸뚱이도 작고, 검지도 희지도 않은 이방인 너는 지구 별 어디서 왔니? / 하구한 날 사진기 메고 산과 바다로 싸돌아다니면 뭐가 생기니? / 허연 머리카락에 검버섯 핀 얼굴은 초로初老는 이미 지나갔고 … 살만큼 산 듯싶은데 어허허 헛헛!!! / 너는 수구초심首丘初心도 모르니, 이제는 태어난 곳의 흙으로 돌아갈 마음가짐 할 때가 되지 않았니?
잔잔히 밀려오는 파도를 담으려 다가선 나그네에게, 파인더 안으로 들어온 물보라가 묻습니다. 준엄한 꾸짖음에 머릿속은 허옇게 비워집니다. 두서너 컷 담고 서둘러 일어섭니다.
● 동전銅錢의 흔적
───Pier 41, S.F. City, Dec,/27/2016 03:16 PM
나무 말뚝이, 지나가는 배도 그렇고 언뜻 보기에는 바다 한가운데서 표류하는 듯싶습니다. 샌프란시스코 관광지 코스로 꼽히는 Fisherman's Wharf의 부두[pier 41] 끝에 달린 말뚝 묶음입니다.
말뚝 위에는 동전이 놓여있습니다. 오랫동안 바닷바람에 씻겨 겨우 형체形體만 남은 잔해가 안쓰럽습니다. 쌍쌍이 찾아온 젊은이들이 좁은 말뚝 위에 동전을 던져 올림으로써, 바다로부터 그들의 사랑을 인증 받으려던, 예전의 정경情景이 그립습니다. (2017/01/16)
- 이전글바람/파도/햇살 ①: 2017-01-23 17.01.23
- 다음글[초대 시] - 새해 첫 기적: 2017-01-10 17.01.10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