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검찰에 대해..: 2017-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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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에서 퍼온글.
우리나라의 검찰에 대해..
영화 '더킹'의 줄거리에 대한 글을 봤는데, 영화에서 묘사한 주인공의 위상이 우리나라의 현실과 지나치게 맞지 않는다는 느낌이 들어 우리나라의 검사에 대한 글을 정치와 관련된 것을 모두 제외하고 대략 올리겠습니다.
얼마 전까지 우리나라의 모든 판사와 검사들은 사법고시에 합격한 후 연수원에서 우수한 성적을 올린 사람들이었습니다. 판사와 검사들은 임용과 동시에 고위 직급인 3급 공무원에 준하는 대우를 받습니다. 임관 성적은 사법고시 점수에 연수원 수료 성적을 더해서 산정되는데, 이들의 초임지 발령은 서울을 중심으로 철저히 성적순에 의해 지방으로 내려갑니다. 판사의 경우 서울중앙지법, 동부, 남부, 북부, 서부지법, 수원지법, 인천지법의 순위로 배치되고, 검사의 경우 서울중앙지검, 동부, 남부, 북부, 서부지검 등 서울시의 지검을 거쳐 수도권, 충청도와 강원도를 거쳐 영남과 호남으로 내려갑니다. 서울과의 거리가 주된 기준이고 그 틀 안에서 검찰청의 규모 순서를 따르는 것입니다. 그래서 법조인끼리는 판사 검사의 초임지만 들어도 그 사람의 연수원 수료 성적을 거의 정확히 가늠할 수 있습니다.
대한민국에서 임관하는 판사와 검사들은 거의 모두가 똑같은 목표를 향해 정진합니다. 판사들의 목표는 고등법원 부장판사가 되는 것이고 검사들의 목표는 검사장이 되는 것입니다. 고등법원 부장판사와 검사장은 공무원 직급으로 차관급에 준합니다. 검사의 경우에는 성적이 최초 임지에만 영향을 주고 그 뒤부터는 실적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런데 판사들은 실적이라는 것을 판단하기 어렵기 때문에 임관 성적이 그 이후의 커리어에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상위권 임관성적이 아닌 판사가 훗날 고등법원 부장판사에 오르는 일은 거의 벌어지기 힘듭니다. 중위권 임관성적의 판사도 검사로 치면 서울중앙지검에서 시작할 수 있을 정도로 판사의 연수원 수료성적이 높습니다. 하지만 판사 대신 검사를 선택했다고 해서 검사장 승진이 보장되는 것도 아니고 (비록 고법 부장판사 승진은 못했어도) 지방법원 수석부장판사를 마친 후 퇴임해 변호사를 택해도 판사들은 충분히 좋은 대접을 받습니다.
민주화 이후 사법부의 독립성이 확보된 이래 예비 법조인에게는 항상 판사에 대한 선호도가 검사보다 크게 높았습니다. 판사를 선호하는 이유 중에는 금전적인 것도 포함됩니다. 검사들은 민사소송에는 관여하지 않으므로 민사소송에는 절대적으로 판사출신 변호사가 선호됩니다. 변호사들이 큰돈을 버는 것은 주로 민사소송에서입니다. 그리고 형사재판에서는 승소해도 성공보수를 받을 수 없습니다. 부자들이 형사소송에 말려드는 경우에도 그들은 재판 초기에만 조사편의나 구형에서 유리하게 진행되도록 검사출신 변호사를 선호하고 판결을 앞두고는 (판결에 미치는 영향 때문에) 판사출신 변호사를 선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검사출신들은 퇴임 후 상대적인 소외감을 느낍니다. 물론 검사장 출신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판사와 검사의 사회는 그야말로 기수문화와 서열문화의 결정체입니다. 판사와 검사들은 초임시절 도제식 교육을 받습니다. 특히 초임 판사들은 그들이 배치되는 합의부의 부장판사에게 판결문의 첨삭 등 혹독한 지도와 교육을 받습니다. 검사는 임용과 동시에 따로 방을 쓰고 그 방에서 계장과 직원을 통솔하기 때문에 사수와 같은 방을 쓰는 초임 판사보다 형편이 낫습니다. 검사들이 받는 도제식 교육은 선배 검사 한 명이 초임 검사를 지도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초임 검사들은 그 자체로 ‘단독 관청’이고, 자신에게 배당된 피의자들에 대한 1차 생사여탈권을 갖고 있는 사회적인 권력자입니다. 하지만 검찰 조직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은 전국 1,800여명 검사집단에 새로 충원된 막내이자 피라미드 조직의 말단에 지나지 않습니다.
초임 검사들은 10년 이상 말단 평검사 생활을 해야 대규모 검찰청 기준 부부장검사(또는 지방 소규모 지청의 부장검사)로 승진합니다. 부장검사 4~5년차가 되어야 2급 공무원의 대우를 받고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로 발령받을 수 있는데, 검사임용 동기 중 약 3분의 1만이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에 오를 수 있습니다. 그 자리에 발령받지 못한 동기생들은 다른 지방검찰청의 제1 형사부장 자리에 배치되거나 고등검찰청으로 발령받습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친 사람의 절반가량이 훗날 검사장으로 승진합니다.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거친 뒤에는 검사 10여명 가량의 중간 규모 지청장이나 대규모 지청의 차장검사를 거칩니다. 요직인 대검 기획관이나 법무부 심의관으로 발령 나기도 하는데 이 경쟁에서 탈락한 사람들은 주로 고검에 배치됩니다.
그 후 2~3년 뒤에는 1급 공무원의 대우를 받으며 지방검찰청 차장이나 대규모 지청장 등으로 발령받습니다. 이런 식으로 경력 20년차를 넘기면 검사장 승진 대상자에 오릅니다. 앞서 말했다시피 검사장은 차관급에 준하는 대우를 받습니다. 우리나라 전체 경찰을 통틀어 경찰청장과 해양경찰청장만이 차관급인데 반해 법무부에만 약 50명의 (차관급) 검사장이 있습니다. 정부 핵심부서의 국장들은 주로 2급 공무원인데 반해 법무부의 검찰국장과 범죄예방정책국장은 차관급인 검사장이 맡고 있습니다. 직급 인플레라는 대대적인 비난과 부작용 속에서도 법무부와 검찰은 수십 년 동안 검사장 숫자를 늘리는 것을 숙원과제로 삼으며 현재에 이르고 있습니다. 아래 표는 작년(2016년) 초 기준 우리나라의 검사장 명단입니다.
연수원 동기 중에 약 9~12명 정도가 검사장에 승진하고 있습니다. 검사장 이후 3~4년이 흐르면 고검장 승진 대상이 되는데 이때는 한 기수 중에 보통 다섯 명 정도가 살아남습니다. 고검장은 차관급에 준하는 직급이 아니라 글자 그대로 차관급입니다. 편제상으로 여덟 개의 자리가 고검장 급인데, 그 중에서 임기 2년의 검찰총장이 탄생합니다. 검찰총장은 검사들 중에서 유일하게 장관급 직책이며 평균적으로 연수원 두 개의 기수 중에서 한 명이 나옵니다.
검사는 철저한 기수문화와 서열문화를 가진 조직인데, 부장검사까지는 동기들이 거의 동시에 자동승진을 합니다. 하지만 부장검사 3~4년차부터 직급의 차이가 벌어지는데 위로 갈수록 자리가 크게 줄어드는 전형적인 피라미드 구조입니다. 부장검사 이후 보직은 1년 단위로 바뀌고 대부분 보직은 연수원 1년 후배에게 물려줍니다. 매년 동기들 사이에 서열이 정해지고 그에 따라 보직이 정해집니다. 아무리 잘나가는 검사도 그 파워라고 해봤자 ‘기수 안에서 선두그룹’ 정도에 그치게 됩니다. 그리고 후배 기수에게 추월 당하면 자동으로 사표를 내고 변호사 개업을 하는 시스템이 유지되어 왔습니다.
모든 직종의 인사에서는 능력과 운이 동시에 작용하는데, 검사도 예외는 아닙니다. 검사들에게 승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조직 내의 ‘평판’입니다. 그리고 판사와 검사 모두 제일 잘 나가는 사람들에게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검사의 경우는 법무부나 대검찰청 근무, 판사의 경우는 법원행정처 근무경력입니다. 검찰의 경우는 위로 올라갈수록 법무부 검찰국 출신의 기획통들이 장악하고 있고, 법원행정처 출신 판사들은 대부분 고등법원 부장판사로 승진하고 그 이후 법원장이나 대법관으로 진출하고 있습니다. 법무부, 대검찰청 그리고 법원행정처에서 일할 판검사를 뽑을 때 성실하고 책임감 있고, 머리 잘 돌아가는 것은 기본입니다. 그런데 그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원만함’입니다. 물론 이 원만함은 윗분들과의 관계에서 더 중요합니다. 윗분들을 겹겹이 모시고 일해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에 원만하지 않으면 버틸 수가 없습니다. 거기에 덧붙여 다른 사람 말을 잘 들어주고, 화를 잘 안 내고 동료 선후배들 사이에서 평가도 좋은 사람이 엘리트 판검사가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법원장, 고법 부장판사나 검사장 분들을 만나보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지나치게 부드럽고 차분하고 원만해서 별천지 사람처럼 느껴진 경우가 많았습니다. 윗분을 모시고 오래 일하다 보면 저렇게 되는가 보다 라고 생각했는데, 아랫사람을 대하는 것이나 재판정 안에서의 태도는 전혀 다르다는 주변인물의 말을 듣고 소스라치게 놀랐던 적이 있습니다.
글의 제목이 검사에 대한 것이니만큼 검사 이야기를 주로 하겠습니다. 검사 대부분이 서울 근무를 선호하는 만큼 검사는 수도권 지역에서 3회 이상 연속 근무를 할 수 없다는 법무부의 내규가 있습니다. 그런데 검사들이 가장 선호하는 법무부와 대검찰청은 수도권 근무에서 제외되기 때문에 잘 나가는 검사들은 연달아 10년 가까이 수도권에서 근무하기도 하고 어쩌다 멀리 가도 천안입니다. 검사 생활 초창기에 운이 좋아 법무부로 가는 검사는 대부분 그 다음 보직도 좋고,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습니다. 소위 기획통이라고 불리는 엘리트 검사는 이런 식으로 양성됩니다. 이런 엘리트 검사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검사의 모습과는 전혀 다른 일을 합니다.
기획통이라고 불리는 그들은 경찰의 수사를 지휘하고 사건을 송치 받아 기소 여부를 결정하는 일 같은 것에는 거의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런 일은 형사부 검사들이 합니다. 공판부 검사는 기소된 피고인의 공소유지를 담당하고, 공안부 검사는 시국사건을 담당하고, 특수부 검사는 정치인이나 재벌 등 대형비리 사건을 담당합니다. 특수부는 경찰에서 송치된 사건이 아니라 검찰이 자체 첩보를 얻어 수사에 나서는 ‘인지부서’입니다. 인지부서에는 금융범죄를 전담하는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 조직폭력과 마약범죄를 담당하는 강력부도 포함됩니다.
대한민국 검사들 중에 가장 많은 숫자가 형사부와 공판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형사부와 공판부의 검사들은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검사의 업무를 담당합니다. 초임 검사도 3급 공무원 대우를 받기 때문에 4급 공무원인 경찰서장을 지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형사부에서 주로 근무해온 검사들은 조직 내에서 능력이나 연줄에서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되는 게 현실입니다. 70%가 넘는 검사들은 지방 검찰청 형사부나 공판부에서 주로 세월을 보냅니다. 그런데 검사장 승진 대상자의 면면을 보면 대다수가 기획통이고 나머지가 인지부서에서 두각을 나타낸 특수통이나 공안부서에서 주로 세월을 보낸 공안통입니다. 그런 이유로 검찰의 다수를 형성하는 형사부 검사들은 조직에 대한 애착이나 충성심이 높지 않고 언제 변호사로 개업해야 좋을지를 고민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때로는 부적절한 스캔들을 일으키기도 합니다.) 이러한 구조적인 모순을 극복하려고 십년 이상 머리를 맞대고 노력했지만 딱히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우리의 검찰이 모델로 삼았던 일본도 마찬가지입니다.
일본의 검찰 조직도는 위로부터 검사총장- 도쿄 검사장 - 검사장 - 검사정으로 이어지는데, 검사정은 우리나라의 지검장이고 검사장은 우리나라의 고검장입니다. 도쿄 고검장은 일반 고검장보다 직급이 높고 검사총장에 오를 수 있는 자리입니다. 이와 별개로 일본의 엘리트 검사들은 주로 법무성에서 커리어를 쌓습니다. 일본에서 검사총장에 오르는 순서는 거의 똑같습니다. 하나 같이 법무성 관방장-형사국장-사무차관- 검사장-도쿄 검사장-검사총장의 코스를 밟습니다. 그러니까 일본 검찰의 최고 수뇌부도 기획통들로 채워져 있는 것입니다. 수사통은 기껏 올라가야 도쿄 검사정까지입니다. (도쿄 검사정은 검사장급의 대우를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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