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 영: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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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 영反影
그리스 신화에 반영reflection에 관한 애절한 이야기가 있습니다. 양치기 소년 Narcissus은 호수에 비친 자신의 얼굴, 그림자를 사랑하다가 물속에 뛰어들어 죽습니다. 죽은 자리에 꽃이 피어나 수선화水仙花, Narcissus로 이름 지워집니다. 반영은 빛이 피사체에 반사되어 맺은 상입니다. 사진을 담아주는 빛의 쓰임새의 큰 몫이기도 합니다. 바람이 불어 이는 물결과 panning shot에 의한 흔들림 등은 빛의 난반사를 일으켜 추상적인 이미지를 남깁니다.
● 합쳐진 들판
───152 H'way, CA. June/04/2016 05:17 PM
샌프란시스코로 올라가는 BOLT 버스는 5 F' way에서 서쪽 방향 152번 도로로 바꿔 탑니다. 산등성이를 헤집고 뚫어 이어진 길로 들어섭니다.
운전석 건너편 창에, 왼쪽 들판이 흔들린 허상虛像으로 오른쪽 산등성이의 진상眞像에 겹칩니다. 양쪽이 한 프레임에 들어와 사이좋게 앉습니다. 때로는 허상이 진상보다 더 큰 느낌을 줍니다.
● 자 화 상
───San Francisco, CA. June/04/2016 07:12 PM
한여름의 길어진 햇살이 수그러드는 저녁녘. F' way 280과 101이 겹쳐지는 나고 드는 길목은 빌딩들과 양쪽 방향으로 질주하는 자동차로 메워집니다.
이를 담는 나그네의 모습이, 배경 색깔의 농도에 따라 얼굴은 사라지고 윗몸통과 손목은 엷게 담겨집니다. 반영의 빛이 난해하게 그려준 자화상입니다.
● 들어온 바다
───Vancouver Canada, June/06/2016 08:35 PM
알라스카 Ketchikan으로 향하는 유람선 3층. 하늘과 바다가 반반씩 창문으로 들어가 객실을 점령합니다. 구명대도 지니고 있습니다.
해넘이가 시작되기 20 여분 전의 햇살답지 않게 밝음이, 유리창에 마술魔術로 저녁녘을 아침녘으로 바꿔 놓았습니다. 허상이 진상처럼 선명하게 담깁니다.
● 하늘 호수
───세종 시 호수공원, JOct./07/2016 07:38 AM
호수 위에 나무로 만든 산책길이 가로와 세로로 연이어 이어집니다. 길 따라 잔잔하게 일렁이는 물살만 바라보며 거닐기에 안성맞춤입니다.
흐리고 부슬비가 간간이 내리는 아침, 해님의 언짢은 심기가 바람을 불러 호수에 구름 한 덩이를 내립니다. 구름이 나그네의 가슴에도 자리 잡습니다. (2016/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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