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시] 바람은 지나가고...: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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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은 지나가고... / 어느 연말 파티장에서 -이만우
체온 없는 사랑은 어리석음 이야
다발로 엮기고 엮어
자기를 죽이는 일은
멍청한 짓이야 멍청한
올해도 죄 없는 소나무는
손발이 묶이고
몸통이 잘린 체 찬 마당에서
올연히 서 있다
빈 자선냄비는 동전 한 푼에 슬퍼 운다
허공에 휘날리는 안개 꽃
제 몫이 아닌데 잡는다는 것은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떠들썩한 바라봄에 취한다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야
현혹하는 말들에 정신 쏟는 일도
먹이 사슬 고리에서 살아남도록
심기를 곧게 세워야 해
눈을 밟고 찬 공기를
온몸 구석까지 보낼 수 있다니
행운이지
산길이 던져준
노란 스캇브름 향기가
지지잘잘 새소리
졸졸 물소리가
코 끝에 귓전에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야
머나먼 곳에서 고흐의 별이 반짝일때
베토벤의 문 소나타가 찾아와
가슴을 흔들면
불현듯 나타난 옛 친구와
허탈한 이야기 나누는 것
이 또한 행운이 아닌가
고독한 작별인사 마저 없이
그냥 저 세상으로 떠난 이도 있는데
그날을 기다리며 쌓이며 굳어버린 고독
견딜 수 없어
아름다운 거짓 가락에 취해서
엇박자로 흔들고 흔든다
누군가 불러 줄 내일을 생각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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