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 시] 바람은 지나가고...: 2016-12-14 > 문예 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문예 게시판

[작 시] 바람은 지나가고...: 2016-12-14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이 만 우
댓글 0건 조회 167회 작성일 16-12-14 00:00

본문






바람은 지나가고... / 어느 연말 파티장에서 -이만우


체온 없는 사랑은 어리석음 이야

다발로 엮기고 엮어

자기를 죽이는 일은

멍청한 짓이야 멍청한

올해도 죄 없는 소나무는

손발이 묶이고

몸통이 잘린 체 찬 마당에서

올연히 서 있다

빈 자선냄비는 동전 한 푼에 슬퍼 운다


허공에 휘날리는 안개 꽃

제 몫이 아닌데 잡는다는 것은

반딧불처럼 반짝이는

떠들썩한 바라봄에 취한다는 일은

바보 같은 짓이야

현혹하는 말들에 정신 쏟는 일도

먹이 사슬 고리에서 살아남도록

심기를 곧게 세워야 해


눈을 밟고 찬 공기를

온몸 구석까지 보낼 수 있다니

행운이지

산길이 던져준

노란 스캇브름 향기가

지지잘잘 새소리

졸졸 물소리가

코 끝에 귓전에 찾아주는 것도

고마운 일이야


머나먼 곳에서 고흐의 별이 반짝일때

베토벤의 문 소나타가 찾아와

가슴을 흔들면

불현듯 나타난 옛 친구와

허탈한 이야기 나누는  것

이 또한 행운이 아닌가

고독한 작별인사 마저 없이

그냥 저 세상으로 떠난 이도 있는데


그날을 기다리며 쌓이며 굳어버린 고독

견딜 수 없어

아름다운 거짓 가락에 취해서

엇박자로 흔들고 흔든다

누군가 불러 줄  내일을 생각하면서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Copyright © 한미 산악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