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 매실靑 梅實: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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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 매실 靑 梅實
‘봄이 왔건만 봄이 오지 않았다春來不似春’ 옛 시구詩句가 주는 공허감空虛感에 젖어, 세월은 물처럼 흐르고 덧없음歲月 如流/無常 속에 오월에 접어듭니다. 몸과 마음이 계절 순환에 순응하지 못하는 탓입니다.
지난주 화요일, 초대받아 다녀온 매실 농원農園은 훈풍薰風이 가지마다 가득히 품안은 열매를 살찌웁니다. Victorville에 자리한 농원은 ‘사막지역은 메마르다’는 선입견先入見을 말끔히 지우고, 청 매실의 푸르름이 나그네의 가슴을 열어줍니다.
● 태 극 기
―――Victorville, CA, Apr./26/2016 14:22
태극기가 농원 살림집 뒤편 처마에서 펄럭이며, 찾아온 나그네에게 “어서 오게나, 고국 전남의 홍쌍리 매실 마을인양 즐기고 가라.”고 반깁니다. 주인이 깃대를 들어 태극기가 나그네 왼편에서 휘날리게 도와주어 매실과 함께 담습니다.
태극 문양에 아로새겨진 잎새, 담은 때는 미처 몰랐던, 빛이 빚은 그림이 모니터 화면에 비쳐집니다. 저절로 탄성을 내지릅니다. 사진이 담는 이에게 안겨주는 망외望外의 기쁨입니다.
● 생명의 경외敬畏
―――Victorville, CA, Apr./26/2016 14:52
새 순이 몸통에서 뻗어 나와 오르고 있습니다. 매실나무는 꽃이 먼저 피고, 잎새가 나중에 나와 열매를 여물게 한다고 합니다.
탄실하게 굳어가는 열매와 뒤늦게 움튼 새 순이 나그네의 눈길을 사로잡습니다. 비록 농사에는 도움이 아니 되지만, 생명의 경외에 머리 숙이게 합니다.
● 바람, 바람, 바람
―――Victorville, CA, Apr./26/2016 16:58
바람이 불면 나무는 바람에 휘둘립니다. 약육강식弱肉强食의 동물들은 태어난 새끼를 바위에서 떨어트려, 살아남은 놈만 거둡니다.
때때로 세찬 바람이 들판을 휩쓸면, 나무는 나뭇가지를 꽉 움켜잡은, 될 성싶은 열매만 키웁니다. 매실나무의 몸부림은, 종족보전의 본능이기에 처절합니다.
● 석양夕陽
―――Victorville, CA, Apr./26/2016 18:18
해질녘 볕이 나뭇가지에 아주 짧게 머뭅니다. 불그스레함이 푸르름의 열매에 덧입혀집니다. 저녁의 볕이 어우러진 빛의 감성感性은 신비로움을 자아냅니다.
푸르기만 하고 밋밋하던 열매에 생기生氣를 돋우어냅니다. 자연은 항상 이 세상 만물에 시혜施惠를 골고루 베풉니다.
● 황혼黃昏
―――Victorville, CA, Apr./26/2016 18:31
하루가 저물자 농원에 황혼이 깃듭니다. 사막지역에 관개수로를 놓아 만든 농원, 과실수果實樹의 보금자리이기에 어스름한 빛이 짙게 드리우며 어둠을 부릅니다.
나뭇가지가 양쪽으로 갈라서서 “오늘 하루 빛을 주셔서 고맙습니다, 내일도 풍성히 주시옵소서.” 황혼녘에 허리 굽혀 경배敬拜를 드립니다. (2016/0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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