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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12, 사진의 距離⑪-⑭: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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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43회 작성일 16-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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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12, 사진의 距離⑪-⑭


   봄비가 내려 곡식이 윤택해지는 곡우穀雨와 여름이 시작되는 입하立夏를 전후한 산숲은 다른 느낌을 줍니다. 따사한 햇살과 푸른 하늘을 그리워, 보다 가깝게 올라서려 했기에 그런가? 봅니다.


● 윤 회輪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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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Timber, Apr./17/2016 12:29


   지난달 17일 산행, MT. Timber 내려오는 산허리길. 한낮의 햇살이 늙은 소나무에게 내려쬡니다. 봄볕은 나이 듦만큼 우거진 나뭇가지를 뚫고 내려, 이제 해님이 내려주는 사랑을 알게 된 어린 소나무에게 싱그러움을 북돋습니다.

   땅에서 한겨울을 보낸 솔잎과 널브러진 몸통이, 움틔운 새 생명을 자신의 어릴 적 모습을 반추反芻합니다. 핏기 가셔 누르께한 잎새, 삭풍朔風 찢겨져 진토를 기다리는 몸통은 주어진 삶에 충실했다는 증거입니다.

   새싹에서 하늘에 이르는, 사진의 거리는 가까울까 싶습니다.


● 상 흔傷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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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mont Wilderness Park, May/09/2016 08:38


   어버이날을 무심無心히 보내었다는 자괴감이 뒷산 Claremont 공원을 찾게 합니다. 간밤의 비가 새벽녘에 부슬비로 바꿔져 야산 등성이에 촉촉함을 내리고, 고맙게도 햇살이 바람을 불러와 하늘에 엷은 프르름을 입히고 희미한 구름도 띄웁니다.

   하지만 오래 전, 산불이 휩쓸고 간 상처는 여태껏 남아있습니다. 이름 없는, 볼품없는 나무도 푸르름을 지닙니다. 바람결에 실려 온 씨앗이 화마에 뿌리마져 빼앗긴 곳에 움터, 한해살이 들풀의 차지가 됩니다. 누우렇게 퇴색한 들풀더미는 50여 년 전, 남학생 빡빡머리에 볼썽사납게 번지던 기계총頭部白癬인양 황량함만 내뿜습니다. 

   등성이 저 너머까지, 사진의 거리는 멀게 느껴집니다.


● 돌 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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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aremont Wilderness Park, May/09/2016 09:29


   야트막한 등성이에 오르자 햇살이 구름에 틈새를 젖혀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을 수놓습니다. 희디 흰 구름다발이 유유히 흐릅니다. 언뜻, 선계仙界인 듯싶은 느낌에 감싸이게 합니다.

   평평한 너른 땅에 소녀가 머리에 모자를 쓰고, 앞으로 내민 두 팔을 잡고, 무릎 꿇고 다소곳이 앉아있습니다. 산신령께 처녀무處女舞를 바치던 중 “마무리까지 보살펴 주시옵소서!” 기도드리고 있습니다.

   소녀와 하늘에서, 사진의 거리는 코앞으로 다가옵니다.


● 일망무제一望無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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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den-Powell, May/15/2016 12:44


   펼쳐진 산안개가 온 누리를 덮습니다. 한눈에 바라볼 수 없는, 아득하고 끝이 없는[一望無際] 선계를 펼칩니다. 멀리, 아직도 잔설을 이고 있는 MT. Baldy, 그보다 낮은 곳의 모두를 평안하고 고요하게[平靜] 하여, 속세俗世를 선계로 이끕니다.

   햇살이 내리면 산안개는 승천昇天하며, 장삼이사張三李四의 오욕칠정五慾七情과 돌멩이 하나하나에 더부살이하는 더러움까지 말끔히 씻기어 줍니다.

   산안개가 포용한, 사진의 거리도 아득하고 끝이 없습니다. (2016/05/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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