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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니언은 왜 말이 없는가: 2016-05-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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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 만 우
댓글 0건 조회 246회 작성일 16-05-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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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니언은 왜 말이 없는가

                                                               이 만 우

억겁에 얽혀버린 길고 긴 사연

깎이고 잘리고 이쓸리면서

겹겹의 붉은 속살 넙죽이 드러낸

그랜드 캐니언

천근만근 아픔을 가슴에 안고

줄이어 오가는 이 말 없이 맞이한다


깍은 듯 벼랑에는 파란 입김 서리고

이곳저곳 찾아온 이름 없는 꽃들

옹기종기 모여 앉은 선인장 식구들

노란 미소 빨강 웃음 재롱이 한창인데

낯 설은 새 한 마리 뒷이야기 아는지

애처롭게 울어대며 허공을 맴돈다


철마다 찾아오는 저미는 칼바람

하얀 눈을 몰고 와 그 상처를 덮어주면

주머니 속 반창고로 더덕더덕 붙여주면

억겁의 깊은 아픔 덜 수는 있으려나

대답 없는 발길이

머뭇머뭇 뒤를 본다


이 깊은 상처가 아름다운가

너의 무릎 큰 흉터가 그러하더냐

모진 더위 속에 상처는 깊어만 가고

한 서린 눈물은 긴 강을 채우며

바다로 달린다

처음과 끝이 없는 이 아픔 잊고파


언젠가 이 큰 상처 굳게 아물면

살랑살랑 봄바람 솔솔 가을바람

청량 수 가득 실은 구름을 밀고와

푸른 들판 펼치어 토끼 사슴 뛰어놀 때

이 길을 지난 이들 모두모두 불러내어

차곡히 쌓인 사연 시원히 털어내렴



글 새김- 지구의 상처 그랜드 캐니언, 아물어가는 내 무릎 상처처럼 보기가 애처롭습니다. 사연이 너무 길고 길어 차라리 입을 다물고 말이 없습니다. 계곡을 넘나드는 후덕진한 바람은 긴 한 숨이 되어 따갑게 비추는 햇살 속에서 아픔을 더 깊게 만들고 흐르는 눈물은 아픔을 잃으려 말없이 콜로라도강을 따라 굽이굽이 흘러 감니다. 기다리는 치유의 세월이 비록 우주의 시간으로는 찰라 일 지라도 어서 아물었으면 하는 바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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