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nali, 뭍 그리고 바다 여행 ②: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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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ali, 뭍 그리고 바다 여행 ②
매일 저녁, 다음날의 행사 일정표가 배부됩니다. 첫 페이지 맨 위에는 날씨, 온도, 해돋이와 해넘이 시간을 알려줍니다.
배에서 첫 아침을 맞이하는 내일의 날씨는 대부분 흐리고, 해돋이는 오전 5시 16분, 해넘이는 저녁 9시 4분에 시작된다고 쓰여 있습니다.
● 어둠을 열다
―――Vancouver Canada-ketchikan Alaska, June/06/2016 04:38 AM
새벽 4시, 엊저녁 자정 넘어 누웠건만, 바다 한복판에서의 해돋이를 맞이하려는 오랫동안 지녔던 바램이 자명종 없이 일어나게 합니다. 흐리겠다는 예보는 틀리지 않아 지평선 위를 뒤덮고 있는 먹구름이 원망스럽습니다.
고물[船尾]에서 새벽을 맞이합니다. 6만3천 톤의 배를 앞으로 나가게 하는, 5만8천 여 마력馬力의 디젤엔진이 쏟아내는 물결, 그 세찬 하이얀 율동이 하루를 여는 푸른 색깔을 돋보입니다.
● 아침을 열다
―――Vancouver Canada-ketchikan Alaska, June/06/2016 05:07 AM
아침 바닷바람이 먹구름을 몰아내자 해님이 몽글 구슬을 꿰맨 구름을 거느리고, 얼굴을 내밉니다. 9층 간판, 바닷바람이 마룻바닥에 덧입힌 소금기를 승무원이 물로 씻어냅니다.
아침을 열고 있습니다. 누구든 저마다 주어진 일에 묵묵히 열중하는 모습이 잔잔한 바다 물결과 함께 보는 이의 가슴을 따듯이 덥혀줍니다.
● 한낮의 명상冥想
―――Vancouver Canada-ketchikan Alaska, June/06/2016 02:31 PM
어젯밤 해넘이를 담았던 이물[bow] 위의 갑판, 잠깐 동안이지만 ‘구름이 많은’ 일기 예보와 달리 청명한 하늘서 햇살이 수직으로 내려쬐고 있습니다.
아침 7시부터 저녁 10시 30분까지, 미술-사진 전시와 경매, 투어 설명회, 영화 상영 그리고 카지노 등등을 외면하고, 망망대해茫茫大海를 바라보며 명상에 잠기는 모습은 진솔한 한 폭의 그림으로 다가옵니다.
● 간판 걷기
―――Vancouver Canada -ketchikan Alaska, June/06/2016 02:48 PM
배의 길이가 785 피트, 폭이 106 피트로 갑판 한 바퀴를 돌면 어림잡아 543 미터를 걷게 됩니다. 걸어보니 빠르지도 천천히도 아닌 보통 걸음걸이로 10번을 도는데 1시간 남짓 걸립니다.
한 여인이 고물에서 빠른 걸음으로 왼쪽으로 꺾습니다. 지평선과 나란히 드리운 엷은 구름층, 이와 함께 직사각형의 열린 공간으로 갑판 마루에 내린 햇살이 눈길을 잡아챕니다.
● Silhouette
―――Vancouver Canada-ketchikan Alaska, June/06/2016 03:04 PM
바다를 옆에 낀 바깥쪽 선실의 창窓으로 하늘과 바다가 선명하게 보입니다. 하지만 마루가 깔려진 밖의 간판 쪽에는 빛가림[sunting]을 칠해 선실 안이 보이지 않습니다.
배의 구석구석을 헤매며 ‘찍을 거리’를 찾아다니다가 선실에 들어서자, 밖에서 걷는 사람들이 창 안으로 들어옵니다. 대여섯 컷을 담아 그중에서 하나를 얻습니다.
반대 방향에서 걸어오다가 마주쳐 지나가는 장면인 듯싶은데, 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하늘과 바다가 주는 분위기에 안겨 포옹하는 연인戀人의 이미지가, 침대보와 베개의 붉은색과 조화調和를 이룹니다. 굳이, 입맞춤하는 모습이라 믿습니다.
● 반 영反影
―――Vancouver Canada-ketchikan Alaska, June/06/2016 08:39 PM
해님이 배의 왼쪽으로 서서히 낮게 드리워, 유리창에 빛이 반사되어 하늘과 바다가 그려집니다. 해넘이가 시작되기 25여 분 전인데, 맑은 날 해가 솟아오르고 난 한두 시간처럼 주위를 환하게 밝힙니다.
간판에서 선실로 들어가는 문은, 같은 크기의 문 3개로 이어지고 같은 창을 달고 있습니다. 칠갑[varnish]을 입어 번쩍거리는 문, 유리창에 응축되어 들어앉은 하늘과 바다가 이채롭습니다.
● 난蘭잎에 햇살
―――Vancouver Canada-ketchikan Alaska, June/06/2016 10:13 PM
첫날의 해넘이 사진은 이물[bow]로 내려가는 길을 찾지 못해 위의 3번째 사진에서 보이는 유리창을 통해 담았습니다. 때문에 선예도가 떨어집니다.
둘째 날 아침에 찾아가는 길을 확보했으나, 오늘은 바닷바람이 거세어 이물을 아예 폐쇄한다고 합니다. 해돋이는 아침녘마다 두터운 먹구름으로, 해넘이는 유리벽-통로에 부딪쳐 좌절됩니다.
‘한잔’ 생각이 간절해 식당에 들어서자, 저무는 해가 지평선까지 내려와 있고 어제 저녁 담았던 난 화분이 크게 다가옵니다. 햇살을 가리게 화분을 옮겨놓고[back light] 담습니다. 혼자만의 ‘해넘이’ 사진을 얻은 듯싶어 흐뭇합니다. (2016/0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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