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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ali, 뭍 그리고 바다 여행 ⑨/終: 20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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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34회 작성일 16-07-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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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ali, 뭍 그리고 바다 여행 ⑨/終


   앵커리지 다운타운 숙소 창문으로 이른 아침 햇살이 들어와, 엊저녁 늦게 누운 나그네를 깨웁니다.

오래 전 고국 나갈 때, 뉴욕서 뜬 여객기가 눈덮인 이곳 공항에 불시착했던 기억이 떠오릅니다. 점검하는 동안 활주로에서 머물던 생각이 몸을 일으켜 세웁니다.


● 이복형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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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horage, Alaska, June/15/2016 06:46 AM


   바다 내음에 이끌려 걷습니다. 코앞에 Elderberry 공원이, 그 너머로 철길이 놓여있고, 갯벌 아닌 들판이 이어집니다.

   푸른 하늘과 바다가 맞닿은 곳에 눈 덮인 Denali가 의연히 앉아 있습니다. 열심히 담고, 산책객에게서 ‘잘못 봄’을 확인합니다. 이복형제라고 이름 붙입니다.


● 순백의 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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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horage, Alaska, June/15/2016 07:09 AM


   아침 햇살의 눈부심이 놀랍습니다. 사막지대에 내려쬐는, 메마름을 부르는 땡볕이 아닌, 잡티 하나 섞일 수 없는 순수한 밝음입니다.

   백설 같은 하얀 옷을 걸친 건물이 네거리에 서있고, 위에 십자가가 걸려있습니다. 믿음의 여부를 떠나, 순백의 아름다움은 번잡한 시가지를 압도壓倒합니다.


● 앵커리지 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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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chorage, Alaska, June/15/2016 01:36 PM


   앵커리지를 이륙한 여객기가 시애틀로 내려가는 항로에 들어섭니다. 햇살 받은 설산과 그늘의 샛강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내려다봄이[俯瞰]이주는 경관입니다.

   물은 안개 되어 승천해, 하늘이 점지해준 곳서 눈이 되어 머물고, 이제 녹아내려 굽이도는 샛강에 의탁합니다. 본래의 바다로 가려는, 물 순환循環의 계속입니다.


● 구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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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WA., June/15/2016 04:27 PM


   시애틀에 곧 도착한다는 안내방송이 나온 후, 창문으로 거대한 구름 덩이가 들어옵니다. 늘 창밖을 내다보아왔으나, 산 모습을 빼닮은 구름은 처음입니다.

   앵커리지에서 시애틀 가는 항로는 남쪽입니다. 왼쪽 창쪽 좌석에 앉으면 Denali를 볼 수 있다는 희망이, 오른쪽에 앉아 좌절됩니다. 하여, 구름 산이 대신 보였나 봅니다.


빗금의 역동力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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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attle, WA., June/15/2016 04:32 PM


   여객기는 착륙하려 날개를 비틉니다. 서서히 돌려 고도를 낮춥니다. 카메라 파인더에 맞추어 놓은 수평선이 춤을 춥니다. 몇 번 안간힘을 쓰다가 포기합니다.

   비행기가 기우는 대로 혹은 어깃장으로 앵글을 꺾습니다. 구름, 하늘, 바다, 선박, 건물 등 파인더 안의 모두가 빗금 구도로 담깁니다. 빗금이 주는 역동성은 강합니다.


● 황혼녘,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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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cisco, CA., June/15/2016 07:37 PM



   해님은 이미 바다 아래로 스러졌고, 컴컴해지는 어둠에 불그스레한 여운이 애써 버티고 있습니다. 하루를 마감하는 황혼녘은 사람의 삶에선 노년기와 같습니다.

   여객기는 방금 짙게 드리운 먹구름 층을 빗겨 지납니다. 그 아래 잔잔한 구름층의 정적은, 남은 삶을 겸허히 보내라는 뜻이겠습니다.


● 황혼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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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n Francisco, CA., June/15/2016 07:45 PM


   어둠이 깃든 하늘과 바다 사이, 수평선이 자리할 곳에 활주로가 있습니다. 여객기가 내리려 고도를 낮춰, 하늘과 바다 사이를 비집고 나릅니다.

   카메라 앵글을 오른쪽 위로 비틉니다. 얼핏, 여객기는 이륙하는 자세로 바뀝니다. 사진의 구도는 담는 이의 뜻을 강조하는데 한 몫 맡습니다.


맺는 글


   6월 5일 아침 샌프란시스코를 떠나, Denali 국립공원과 그 일대를 둘러보고, 15일 저녁에 돌아왔습니다. 열하루 동안의 기나 긴 여행은 살고 있는 북미대륙의 광활廣闊함과 그 넓은 자연을 훼손되지 않도록 보존해 온 미국의 저력底力에 새삼 감탄했습니다. 25년 전, 뉴욕서 LA까지 차로 횡단한 후의 느낌보다 더 합니다.

   망망대해에서 해돋이와 해넘이의 장관, 산악열차가 주는 감흥, 빙벽이 무너져 내리는 절경 앞에서… 이들을 무딘 필설로는 표현할 수 없었고, 스스로 왜소해짐만 확인했습니다.

   여행을 함께 해준 사위와 딸에게, 그리고 긴 글을 읽어준 여러분께 고마운 마음을 적습니다. (2016/07/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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