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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13, 시간의 凍結 ㊻~㊾: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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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8회 작성일 16-07-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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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13, 시간의 凍結 ㊻~㊾


   고국의 원로 언론인 천관우(千寬宇·1925~1991)는 1952년에 쓴 그랜드 캐년 기행기 〈K형에게〉에서 “천지의 유유함을 생각하노라니 홀로 처연하여 눈물이 흐른다[念天地之悠悠 獨愴然而涕下]는 옛사람의 글귀가 선뜩 머리를 스치면서, 까닭 모를 고요한 흥분에 사로잡히는 것입니다.”라고, 서술했습니다.

   그분이 생전에 그랜드 캐년보다 훨씬 광활하고, 덜 훼손되어 태초의 신비를 지니고 있는 알라스카를 둘러보았다면, 그는 분명〈K형에게〉를 뛰어넘는 명문으로 읽는 이의 심금心琴을 울렸으리라 믿습니다.


● 가문비나무 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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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ty Fjords National Monument, Alaska, June/07/2016 12:50 PM


   잔설을 이고 있는 산자락, 숨어있는 분지盆地, 힘차게 흘러내리는 폭포수, 이들 모두를 병풍 드리운 듯 빽빽하게 꽉 들어찬 가문비나무들이 에워싸고 있습니다. 연간 강우량이 4.27 미터이고, 여름철[5월~9월] 하루 일조량 18시간이 베푼 산물입니다.

   인간의 무분별한 자연 파괴가 해수면의 온도를 높여, 태초의 얼음산을 2백 년 전에 녹아내리게 했습니다. 그 후, 사람의 발길이 끊기자 자연스레 조성된 가문비나무 숲, 여태껏 2백년의 세월을 묶어왔습니다.


● 태산泰山의 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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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agway, Alaska. June/2016 08:47 AM


   Skagway를 떠난 협궤열차가 헉헉거리며 가파른 산악을 꺾어 오르자, 홀연히 온통 암벽으로 이뤄진 돌산이 하늘 아래 늠름히 앉아있습니다.

   하늘에 휘도는 흰 구름은 왕관인 듯싶고, 이고 있는 잔설은 절대군주의 위엄을 부여받아 명실상부한 태산泰山의 군림君臨을 보여줍니다.

   태산 아래의 골짜기에 나무가 군집을 이뤄 숲을 이루고, 그 앞에 산악 열차 궤도가 저 아래부터 이어져 오르고 있습니다. 태산은 태초부터의 세월을 묶어왔습니다.


● 아기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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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nali National Park, Alaska, June/13/2016 09:51 AM


   하늘을 뒤덮은 안개가 산등성이 너머를 감춥니다. 땅 위에 내려앉은 서리가 하이얀 보석인양 반짝입니다. 군데군데 보이는 잔설도 추운 곳임을 알려줍니다. 바람이 붑니다. 아기나무가 바람을 품안이지 못하고 휘청거립니다.

   아기나무는 어젯밤 6시간 동안 어둠에 휩싸여있을 때 무서웠나 봅니다. 그래도 지난해 겨울보다 몸집이 커진 만큼 잘 버텼습니다. 10월부터 겨울철에 들면, 지금과 반대로 하루하루를 어둠 속에서 18시간을 지내야 할 텐데 안쓰럽습니다.


● 난과 숲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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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c Kinley Explorer, Alaska. June/14/2016 01:35 PM


   아래층 식당차 식탁 위에 꽃병에 꽂혀진 서양 난과 창밖의 나무숲이 주고받은 이야기를 옮깁니다.


: 보라색깔이 곱고, 참 예쁘구나, 넌 이름이 뭐니 ?

: 몰라요, 실험실 사람들이‘이종교배…’ 어쩌고 하는 소린 들었지만요.

: 춥지도 덥지도 않고, 바람에 시달리지도 않아 너는 좋겠다.

: 아녜요. 자연의, 산숲의 햇살과 바람결을 단 한번만이라도 쬐고, 받고 싶어요.

: 살다보면, 세월이 가면 이뤄지겠지. 느긋이 기다려보렴.

: 글쎄요, 혹시나 유리창이 깨어진다면 모를까? 저는 병에 담긴 물이 바닥나면 그때가 끝이에요. 이야기 나눠줘 고맙습니다. 숲님, 오래오래 건강히 사세요, 안녕!

   

   나무숲과 난초가 나눈 이야기는 기차가 달리는 도중 찰나刹那에 이뤄졌습니다. 단지 몇 초 동안의 짧은 시간이지만, 난초에게는 그 시간은 소중하기에 묶여집니다. (2016/07/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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