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T 02: 2021-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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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6시 기상. 간신히 눈이 떠졌다. 몸은 그럭 저럭 개운한것 같아 다시 걸을수 있을것 같았다. 와이프는 워낙 잘 따라와 줘서 문제 될것은 전혀 없을것 같아 고마웠다.
김선배께서도 전혀 문제가 없으셨다.
어제 힘들어하던 비키씨는 어떤가 보았더니, 팔팔했다.
"오늘은 문제 없어요! 괜찮아요."
다행이었다.
8시 출발, 텐트를 친 장소에서 JMT 와 만나는 길은 약 0.7 마일 올라 가야 했다. 아침부터 오르막길에 힘을 빼니 다들 입을 닫고 그저 묵묵히 걸을 뿐이었다.
'이 오르막은 아무것도 아니다. 글렌패스가 앞에서 기다리고 있다.'
글렌패스는 다른 패스 보다는 비교적 조금 쉬운 패스이지만, 예전 부터 나는 왜 이리 어려워 했는지, 참 쉽지 않은 패스였었다. 몇번인가를 지나 갔어도, 매번 힘들었던 기억밖에 나지 않는다. 하지만 왜 그런지 이번에는 수월했다.
차근 차근 올랐더니 어느세 글렌패스 정상이였다.
여기서부터는 패스 정상에 팻말이 없다. 그래 봐야 포레스터패스나 도나휴 패스 두곳만 팻말이 있는걸로 기억하기에 나머지 9-10개의 패스에는 팻말이 없으니, 없는게 더 정상일듯 하다. 위트니의 트레일 크레스트도 패스로 껴주면 거기도 팻말이 있다.
저 밑에 있는 래(Rae) 레이크는 JMT 구간중 가장 아름다운 레이크로 뽑힐 정도의 자태를 갖고 있다. 커다란 호수가 3개로 연결 되어 있고, 중간 중간에 섬같은 작은 바위들, 그 위에서 자라난 소나무들. 주변에 모든것이 잘 어울려져서 아름다운 호수였다. 여기서 자고 싶지만 우리는 더 지나서 한참을 가야만 간신히 정해논 스케줄에 맞추게 되어, 조금 (4마일 더) 내려가서 낮은곳에 위치한 우즈 크릭 (Woods Creek) 에서 자야 한다. 거긴 낮은곳 (약 8,000 피트)으로 조금 따뜻하고 텐트 칠곳이 많은 캠핑장이다. 특히나 강철로 만든 곰박스가 여러곳에 있어 음식을 보관할 수 있다.
어쨌던 글렌패스를 지나 계속 내려 갔다. 패스를 막 내려 오자 마자 점심식사를 했다. 점심이냐고, 미숫가루와 에너지바 1개, 그리고 넛트섞은거 한줌이였지만 맛있게 하고 계속 내려 갔다.
한참을 더 내려 와야 래레이크를 지날수 있었다. 호수를 지나면서 중간에 가로지르는 큰 바위에서 쉬었다 가기로 하고 다들 누었다. 한 30분 쉬었나? 좀 더 있다가는 완전히 주저 앉겠다 싶어 일어 나서 다시 길을 챙겼다.
우즈크릭까지 가는 길은 왜 이리 긴지, 가도 가도 끝이 안 나오는듯 했다. 오르막은 힘이 들어 지루한지 모르고 가지만, 내리막은 힘이 덜 들고 많은 생각이 들어 간혹 지루하여, 어떨때는 내리막이 더 힘들 때도 있곤 한데, 이곳이 그렇다. 다들 얼마나 더 가냐고 묻는다. "거의 다 왔다"는 거짓말도 이젠 통하지 않는 모양이다. 네비게이션을 보아도 계속 1마일 넘게 남았는데 보고 또 봐도 줄어들 줄 모른다.
어느덧 다리도 아프고 발바닥도 불을 밟은듯 후끈하게 달아 오르고 있었다. 이미 내 한계를 넘었다는 얘기다. 네비게이션은 0.25 마일 남았는데도 끝이 없어 보였다.
도착한 우즈크릭은 역시나 좋은 캠핑장 이였다. 예전에도 여기서 자 본적이 있는데 이곳은 냇가도 가깝고, 평지도 많고, 바위도 꽤 있어 사람들이 많이 즐겨 캠핑하는곳이다.
길 끝에는 흔들 다리가 있어 JMT의 명물로 자리잡고 있은지 오래다. 1명씩 지날수 있는 이 다리는 건널때 마다 흔들거려 몸의 중심을 잘 잡고 건너야 하는 다리이다.
벌써 젊은 중국인 5-6명이 이미 텐트를 치고 좋은 자리를 다 차지 하였다. 우리도 그 틈을 끼어 3 자리를 차지하고 텐트를 치고 라면에 오트밀을 대충 해 먹고 내려가서 씻는척 하다 그냥 잤다.
밤에 별자리를 보도 자자고 했지만 오늘도 다들 별 볼일이 없는듯 했다.
고소 2
3일째. 아침에 일어 나서, 사람 많은 여기서 아침 식사를 하는것 보다는 일단 짐을 챙겨 출발 하였다. 가는길에 좋은 개울이 있으면 거기서 아점을 해먹고 쉬어 가려고 일찍 떠났다.
7시 30분 정도에 출발 해서 10시가 되었나? 가는길에 물살이 제법 큰 작은 개울을 만났다.
"여기서 밥 해먹고 갑시다."
우린 개울에서 조금 떨어진 나무그늘에 가방을 풀고 곰통과 버너를 꺼냈다. 시간이 넉넉치 않아 밥 보다는 라면으로 했다.
언제가 부터 인지, 우리는 한 버너에 밥(밥이든, 누릉지든, 라면이든)을 많이 하여 나눠먹고, 다른 버너에는 국이나 라면 또는 커피같은걸 끓여 다 같이 나눠 먹었다.
음식을 하는 동안 교대로 개울에서 씯었다. 따뜻한 햇빛에 시원한 개울물에서 씯는 기분은 아주 좋았다. 모두들 물에 들어갔다 나온것 같다.
나는 속옷을 입은채로 물에 들어가 비누(자연 보호용 비누)를 풀어 목욕과 빨래를 동시에 해결하였다. 젖은 옷을 입은채로 조금만 걷다 보면 겉옷부터 속옷까지 금방 마르기에 갈아입을 필요도 없고 널어 말릴 필요도 없다. 너무 간단한 목욕+빨래였다.
아침겸 점심을 맛있게 했으니 이젠 올라가야 한다. 여기서 핀초(Pinchot) 패스까지는 조금 멀고 지루하다. 지난 번에는 핀쵸 패스 밑에서 자고 갔지만, 오늘은 이걸 꼭 넘어야 된다. 사실 핀초 패스 근처에는 잘만한 곳이 마땅치 않고, 아직은 힘과 시간이 있었다. 또한 지금같은 가뭄에 아예 물이 없다고 가정하는게 좋을듯 했다.
"무조건 넘어야 합니다" 라는 내 말에 힘이 더 들겠지만, 각오를 다져야 하기 때문에 어쩔수 없었다.
김선배가 비키씨를 책임지고 갈테니 우리 먼저 가라고 하셔서, 나와 내 처가 먼저 떠났다. 올라가는 이곳은 황량하다. 키큰 나무도 없는 산에 오솔길만 주욱 위로 뻗어 있었다. 여기 저기 작은 개울에는 물이 있는곳이 더러 있었다.
먼저 패스 정상에 올라가니 3시정도 된것 같았다. 잠시 눈을 붙였다. 한 잠을 잔것 같은데 아래를 봐도 아직 안 보였다. 올라오는 어떤이에게 물으니, "요 바로 밑에 있기는 한데, 여자가 힘이 들어 못 올라오고 있다"고 했다.
'아, 고소가 또 발발했구나' 그후 바로 김선배가 올라 왔고, 그뒤로 몇사람 오고난 20분 후에 비키씨가 올라 왔다. 그때가 5시반 정도.
이 패스도 고소 때문에 많은 고생을 한게 눈에 보인다. 패스를 오르는데, 반발 띠고 쉬고를 반복했다고 한다.
12,000 피트의 패스를 오르는데, 고소가 오면 어쩔수 없는 일이 였다. 비키씨는 지난번 에베레스트 베이스 캠프 트래킹때 고소라는것을 전혀 몰랐었던지라 방심했던것 같다. 더우기 무거운 백팩까지 졌으니.
아래 바로 마조리 (Marjorie) 레이크가 보이는데 1마일도 안돼 보였다. 거기가 정상에서 제일 가까운 캠핑장소 이다. 비키씨 상태를 보니 그 이상 더 가는것은 무리인것 같았다. 일단 텐트를 칠 장소를 찾아야 했다. 김선배에게 또 다시 비키씨를 맏기고 먼저 떠났다.
"가면서 텐트 칠 만한 장소가 나오면 그냥 거기서 잘겁니다" 하고 텐트칠 장소를 찾았다.
레이크에 다 다랐는데도 텐트를 칠만한 장소가 없었는데 조금만 더 가니 평지에 텐트 2-3개는 칠 정도는 될곳이 나왔다. 호수가도 가깝고. 우린 자리를 잡고, 텐트를 치고, 물을 끓여 누룽지를 넣고 저녁 준비를 했다.
한 40분이 지났나? 김선배와 비키씨가 도착했는데, 비키씨 몰골이 말이 아니였다.
비키씨는 아무말 없이 텐트만 간신히 치고는 그냥 누어 버렸다. 텐트안에서 누룽지 끓인 물을 조금 마시곤 바로 누었다. 저녁을 같이 하자고 했지만, 저녁도 못먹고 그대로 잤다.
우리도 저녁을 어떻게 먹었는지 모르게 먹은것 같다.
늦게 온 덕분에 별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은하수도 보이자, 김선배께서 별자리를 알려 주시고 그리스 로마신화도 말씀 해 주셨다. 하지만 다들 힘들게 온 터라 우린 몇십분 못 버티고 바로 들어가 잤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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