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MT 03: 2021-1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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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다음날 아침. 4일째 되는날이다. 비키씨가 아침에 일찍 일어 났는데 멀쩡해 보였다. 다행이 몸살도 안나고, 많이 회복한것 같았다.
아침을 같이 하면서, 비키씨가 말했다.
"저는 되는대로 빨리 나갈래요. 나가는곳 중 제일 가까운곳이 어디죠?"
어제 그 모습을 지켜본 우린 만류하거나 달래거나, 완주를 독려할 의사가 전혀 없었다.
난 여기서 제일 가까운곳으로 나갈수 있는 방법을 알려 주었다.
"제일 빨리 나가야 비숍으로 가야 합니다. 거기까지는 모래 오후나 도착합니다. 그때까지는 어쩔수 없어요. 거기서 차를 얻어 타고 가야 하죠. 또 비숍에서 엘에이까지 어떻게 갈수 있는지 모릅니다."
비키씨는 되도록 빨리 나가고 싶어 했다. 아마 본인의 체력의 한계 때문이기 보다는 우리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는 의도가 많이 있는것 같았다.
"일단 나가기만 하면 그때는 알아서 할께요. 우버를 불러서 라도 갈테니. 제 걱정은 마세요."
타부스(Taboose) 패스 트레일 이라고, 여기서 조금만 (2-3마일) 가면 비숍 패스까지 안 가고도 395번 으로 나가는 길이 있다. 하지만 그 길은 사람이 거의 다니지 않아 험하고, 다 나가도 차가 한대도 없어, 395번까지 또 걸어야 하는 험난한 길이다. 너무 힘들고 고생될것 같아 얘기 하진 않았다.
우린 어찌 할가를 의논했다. 혼자 가게 나둬야 하나, 아니면 모두 다 같이 비숍으로 나가야 하나.
계속 듣고 계시던 김선배는 한참을 생각한 후,
"보니, 다니는 사람도 많아 길 잃을 염려는 없는것 같고, 또 저는 완주를 하고 싶은데, 비키씨와 같이 나가신다면, 혼자라도 하게 해주십시요" 라며, 나의 결정을 기다리셨다.
내 머리에는 여러가지 생각이 오고 갔다.
'어떻게 해야 하나? 둘 중에 하나의 선택중 누구라도 길을 잃거나 다치면? 만일 그때 아무도 없어 도움을 받을 수 없는 형편 이라면?'
이런 저런 이유로 잘못하면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을 것이다.
지금까지 지켜본 김선배는 혼자서 충분히 갈 수 있는 힘과 방향감각을 갖고 계셨고 충분히 혼자 가실수 있었으나, 나는 말을 아꼈다.
"가는데 까지 가보고 얘기 하죠. 아직 비숍까지는 이틀을 더 가야 하니까요."
어쨋던 비키씨는 모래 또는 글피나 되야 나갈 수 있다는 얘기를 듣고는 희망이 사라졌는지, 아니면 마지막 힘을 모으는지, "어쨌든 갑시다!" 하고 캠핑장을 일어났다.
다음 패스가 마더(Mather) 패스, 지난 핀쵸 패스 정상에서 마더 패스정상 까지 8마일. 여기서 계속 내려가다, 오르막이 시작되면 거기서 정상까지 4마일. 올라가는것도 완만하고 스위치백도 서너개 밖어 없기에 지나온 패스들 보다는 수월할 것이라 생각되었다.
내 생각 대로 마더 패스가 쉬웠는지, 아니면 고소 적응이 되었는지, 갈수록 더 좋아 지는것 같았다. 다행이었다.
마더 패스는 다같이 올랐다. 오르면서 비키씨는 왠만큼 회복했다는걸 보여 주었다. 패스 정상에서 다들 기뻐하며 웃었다. 마더패스 북쪽으로 내려가는 길에 팔리세이드(Palisade) 레이크를 지나는데, 거기까지가 한 4 마일 되는 길고 긴 길이기에, 패스 내리막 스위치 백을 지나자 마자 바로 개울이 있는곳에 편편한 곳에 텐트를 치자고 했다.
아직 4시정도 되었을까 싶었는데, 오늘은 어제 후유증도 있고 하루 더 쉬고 가면 더 좋을듯 하다고 해서 그만 걷고 텐트를 쳤다. 해는 중천에 떠있고, 그동안 밀린빨래도 하고, 밀린 목욕도 했다. 11,000 피트에 탁트인 곳에서 보니 위로는 바로 마더패스가 보이고 아래로는 파리세이드 레이크가 보이고, 옆으로 저 멀리까지 탁 트인곳이 아주 시원해 보였다.
'밤에는 좀 춥겠구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서 쉬고 가는게 더 수월하겠다 싶었다.
저녁전 까지 충분한 휴식을 가졌나 보다. 비키씨가 마음을 바꾼것 같다.
"더 갈 수 있을것 같아요. 비숍으로 나가지 않을겁니다."
우린 다들 환호성 쳤다. "갑시다 마!"
'이제 적응이 다 되었구나.'
저녁을 먹고 해가 지기를 기다렸다, 어두워 지면서 전화기로 음악을 틀었다. 며칠간 문화생활을 못한 탓이랴, 음악에 마추어 우린 몸을 조금씩 흔들면서 노래를 따라 불렀다. 한동안 노래를 들은것 같다. 벌써 별이 반짝이고, 많이 추워졌다. 모두 다 밤늦게 은하수와 음악을 즐기면서 좋은 밤을 보냈다.
다음날, 5일차 되는날이다.
오늘은 길고 긴 내리막길만 있다. 가면서 아름다운 메도우를 몇개 지나고, 비숍으로 나가는 트레일이 나온다. 레콘트(Le Conte). 거기서 잔다. 나는 혹시라도 비키씨가 마음이 바뀌면 비숍으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내리막길은 엄청난 각도의 계단으로 한참을 내려 간다. 이름하여 골든 스테어케이스. "금빛계단"이라 불리우는 급경사의 길이다. 골든스테어케이스를 한참을 내려 가면서 여러 사람을 만났다. 힘들게 오르는 모습이 내려가는 우리에게는 참 안쓰러 보여 위로 말도 건네주었다.
계단을 내려 오면서 왼쪽으로는 시원한 개울이 급한 경사에 폭포처럼 흘러 내리는 모습을 내려 보면서 눈으로 귀로 시원함을 느끼게 해줬다.
계단을 다 내려오면 왼쪽에 있던 개울이 점점 넓어져서 작은 강처럼 흘러가게 된다. 여기를 지날때면 잣나무와 소나무가 하늘을 가리고, 강 옆으로 간간이 있는 몇개의 캠팡장들은, 보면 이 처럼 아름다운 경관을 찾기는 쉽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높은 나무 그늘 아래 넓게 조성된 평평한 바닥. 쓰러진 나무로 텐트사이트를 나누어 놓고, 주변에는 모두 숲으로 되어있고, 숲 사이로 강으로 향하는 조그만 오솔길.
우린 아름다운 캠핑장에서 잠시 쉬면서 점심을 했다. 점심이라야 주머니에 있는 견과류, 비프저키, 에너지바 정도였지만, 이걸로 반나절을 더 가야 저녁을 해 먹을 수 있는 캠핑장이 나온다. 더 쉬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 하고 또 백팩을 짊어 졌다.
한참을 내려 오면, 강이 더 넓고 깊어 지면서 서남쪽으로 향하고, 우리는 북쪽으로 올라 가야 하는 삼거리 갈림길이 나온다. 아래쪽으로 가면 카퍼 크릭 (Copper Creek) 이라고 킹스캐년 국립공원 끝자락 세달 그로브(Cedar Grove) 센터와 로드엔드 (Roads End) 레인저 스테이션 이 나오는 곳이다. 거기서 래 레이크 룹으로 돌기도 하고 크게 돌아 이쪽으로 돌기도 한다. 이 길도 힘들고 험난하다고 이름이 나있는 길이다. 안 가봤지만 언젠가(더 늦기 전에) 한번 해볼만한 길 아닌가?
우린 JMT 싸인을 좇아 북쪽으로 올라 갔다. 싸인 바로 아래 백인 여자혼자 신발을 벗고 쉬고 있었는데, 사정을 듣고 보니 발목을 삐어 오도 가도 못하게 되었다고 했다. 켄터키에서 혼자 JMT 를 하려고 온 쥴리라는 백인 여성은, "이제 막 시작했는데, 이렇게 됐다" 고 하면서 다친것 보다 계획데로 하지 못하게 된것을 더 아쉬워 했다. 도움을 주려고 했지만, 본인이 발이 조금 나아 지면 나갈거니까 걱정 말라고 하였고, 또 비상 위성 연락 기기도 갖고 있다며 우리를 보내 주었다.
이제 부터 살짝 오르막길이다. 하지만 경사가 아주 완만하고 거의 평지 수준이었다. 아무리 그래도 평지 걷는것도 힘이 드는 판에 조금의 경사는 아주 귀찮은 것이 였다. '그래, 감사 해야지.'
5시도 되기 전에 레콘트가 가까와 졌는데 비숍패스 삼거리에서 한 100미터 정도 아래에 아주 좋은 캠핑장이 있었다, 레콘트에는 어쩌면 사람들이 제법 있을듯 하여, 여기서 오늘은 자기로 했다.
캠핑장 아래 바로 물가로 가면 개울 바닥이 크고 넓은 바위로 되어 있어 마치 낮은 수영장처럼 몸을 담기에 아주 수월하게 되어있다. 우린 다 빨래도 하고, 목욕도 하였다.
같이 저녁을 먹으면서 어떻게 나갈지를 얘기 하였다. 비키씨는 자신이 있었는지 비숍으로 나가는것 보다 더 가기를 원했다.
더 가면 플로렌스(Florence) 레이크 로 나가는 길이 있고, 그 다음은 레즈메도우 (Reds Meadow) - 맘모스밖에 없다고 알려줬다.
비키씨는 좀더 생각해 보겠다고 했고, 아마도 플로렌스 레이크로 나가는게 좋을듯 하다고 했다.
내 와이프는 여자끼리 가고, 남자끼리 가면 어떠냐고 했다. 즉 본인이 비키씨랑 플로렌스로 나갈때 같이 가고, 나와 김선배는 끝까지 완주 하라고 독려해주었다.
고민이 되었다. 이런 코로나 시국에 아시안 여성 둘이 프레즈노까지 가는데, 이 동네가 과연 안전한가?
좀더 생각 해보자고 하고, 어쨋던 비숍으로는 안 나가고 계속 가고, 플로렌스 레이크로 나가는것도 가서 보자고 하곤 얘기를 마췄다.
팀을 리드하는 입장에서는, 끝까지 가던 못가던, 다 같이 행동하는것이 우선적인 선택이다. 물론 혼자 가는 사람도 많고, 그 많은 사람들이 다 안전하게 오고 가기에 그다지 걱정할 이유는 크지 않다. 하지만 헤어진 후 다시 안전이 확인될 때까지 팀을 리드하는 사람은 걱정을 할 수 밖에 없다. 만에 하나 잘못되어 사고라도 났을때, 헤어진것을 원망하고 후회하는 상상을 하며 걱정을 하게 된다.
나는 속으로, 누구든지 나간다면, 다 같이 나간다고 결정하였다. 그렇게 되면 김선배께서 제일 섭섭해 하실거 지만 그래도 모두를 위해서는 할 수 없었다.
'일단은 거기 까지 가보고 나서 그때 고민 해보자.'
여긴 고도가 낮아 (그래도 8,000 피트) 캠핑장이 상대적으로 따뜻하고, 고소도 없기에 잘 잤다.
나는 높은곳에서 자면, 고소때문에 밤에 잠을 잘 못 자는 경우가 종종 있다. 잠을 자는 도중에 숨이 막히는 느낌이 들어 깨곤 하는데, 마치 누군가가 내 목을 조르는듯한 더러운 기분이 들곤 한다.
다음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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