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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수 산: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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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09회 작성일 21-11-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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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 수 산龍水山

     산악회 2021년 정기 총회와 연말 파티가 125일 한정식집용수산龍水山에서 열립니다. 한인타운에 자리한, 상호 용수산은 개성開城 시내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산 이름을 인용引用한 한정식韓定食 식당입니다.

     개성에서 태어나 1-4 때 피난 내려온 졸자拙者는 어머님과 누님으로부터 개성식 보쌈김치, 조랭이떡국, 장땡이 등에 맛 들여왔으나, 개성식 순대는 한 번도 먹어보지 못했습니다.

     서울에 있는(청담동과 석촌 호수 옆의 두 곳?) 개성식 한식 전문집 용수산 full-course meal에 두어 점 나오는 순대와 작은 그릇에 몇 알 나오는 조랭이떡국도 예전의 맛과 다르다(다녀온 同壻傳言)고 합니다.

조랭이떡국 : 조랭이떡국에 넣는 조랭이 떡은 개성지역 아녀자들의 손끝만으로 빚어집니다. 크기도 작아 지름이 5-7내외의 동그란 모양이고, 작은 알 하나하나를 오로지 정성으로 빚은 인고忍苦의 산물입니다. 기계로 뽑아 얇게 썬떡국떡의 원조元祖가 되겠습니다.

  송 편 : 송편빚기의 정경情景도 새록새록 떠오릅니다. 제일 나이가 어린 꼬맹이는 그믐날 저녁에 어머님, 두 분의 누님, 그리고 고모님이 둥그렇게 둘러앉아 송편을 빚는 자리에 어리광으로 끼어 앉는 특권을 누렸습니다.

     열심히 흉내 내며 빚었으나 크기, 모양 모두 어색해, 쪄낸 솥에서 꺼내면 서투른 티가 곧바로 보입니다. 그래도 해마다 추석 전에 이곳 한인 식료품점에 등장하는 기계로 뽑은, 송편 무늬만 보여주는송편떡보다는 나았다고 자부自負합니다.

  편 수 : 송편과 함께 황해도 장연, 장단 그리고 개성 등지에서편수라고 불리는 음식이 있습니다. 만두와는 모양부터가 다릅니다. 끝이 길쭉한 초생달 모양이 아니고 양 끝을 오므려 붙이고 가운데가 달걀처럼 둥그스럼하게 볼록 올라오도록 빚습니다. 빚기 직전에 밀가루를 반죽해 밀어 얇은 껍질을 만들고, 다음은 껍질을 동그랗게 오려내고, 마지막으로 여기에 속을 넣어 빚습니다.

     편수에 넣는 소는 녹두나물, 두부, 다진 고기, 부추 등에 달걀을 풀어 만듭니다. 이를 커다란 삼베 주머니에 넣어, 이 위에 맷돌을 하룻밤 올려놓아 물기를 뺍니다. 이런 여러 과정을 거쳐 만든 편수를 육수 끊인 물에 데쳐내어 초장에 찍어 먹습니다.

     부모님은 설날, 추석 등 명절 때에는 송편과 함께 편수를 마련하셨습니다. 그리고 이외에도 신선로, 강정과 식혜, 수정과 등도 늘 빠지지 않았던 것으로 기억됩니다.

  장땡이 : 가을철에 수확한 햇콩으로 메주를 쑤어 한겨울 줄곧 띄웁니다. 봄철에 이 메주를 항아리에 넣고 간장을 담금 때, 잘 띄어진 메주를 골라(간장을 빼지 않고), 체에 걸러 가루를 냅니다. 양념(찹쌀가루, , 다진 소고기. 부추 등)을 넣고 반죽해 말리고, 수증기에 쪄서 바짝 말리는 긴 과정을 거칩니다.

     먹을 때는 말린 장땡이를 얇게 썰어 참기름을 발라 겉이 붉으스럼하고 노랗게 되도록 석쇠 불에 익혀 먹습니다. 고소하고 짭짜르한 특유의 일미一味는 먹어보지 않고는 어떻게 표현할 수 없습니다.

장땡이 토막 이야기 셋

     하나, 졸자의 작은 누님이 숙명여고 재학 때, 대다수가 서울내기들의 명문고로 알려진 이 학교 점심시간에서, 친구들이 장땡이를 쇠고기 구운 것으로 오인誤認하고 저마다 입으로 덥썩 집어넣고짜다!”고 비명을 질렀다고 합니다.

     둘, 막내 처제妻弟가 장땡이 제조법을 미터법에 준거準據해 체계화했습니다. 처가는 경상도 청도, 그곳의 짜고 매운 맛은 맑고 담백한 개성과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납니다. 막내 처제는 개성 토박이 안방마님을 시어머님으로 모시게 되었고, 개성식으로 만드는 방법을 전수傳受 받아, 신세대 새댁답게 만드는 방법을 저울과 용량 컵을 사용해 일일이 수치를 계량화計量化했습니다.

     셋, 처가 LA에서 메주를 구입해 재료 배분을 계량화에 따라 장땡이를 만들어 일산의 큰 누님께 보내맛있다!”는 칭찬을 받았습니다. 덧붙여시판 메주가 아닌 시골의 토종 메주를 구할 수 있었다면 금상첨화錦上添花.”라고 말씀해 주셨습니다. 토종 메주 구하기는 LA에서는 바랄 수 없기에 일찍이 기대를 접었습니다.

소소한 이야기 Covid-Pandemic에 휩쓸려세월 죽이기로 보낸 2년여. 태평양 건너 이역만리 異域萬里에서, 설날 추석 등 고국의 명절을 맞을 때마다 어렸을 때 떠오르던 개성식 음식을 실제로 맛볼 수 있는 연말 파티가 기다려집니다. (2021/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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