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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이스 (Blue Ice): 2016-0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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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관리자
댓글 0건 조회 242회 작성일 16-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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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산악회와 많은 인연이 있으신 명선생님의 동생분의 글이 신문에 실렸습니다.
안전에 관한 글이기에 부탁하여 전문을 받아 올려 놓습니다. 
읽어보시고 겨울 안전 산행에 도움받으시기 바랍니다.
글을 보내주신 명선생님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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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루 아이스 (Blue Ice)


아마 2 년전 쯤 인 듯한 기억이다.
어느 화창한 봄 날 일요일 아침 느지막히 일어나서  아내와 함께 
근교의 아이스하우스캐년으로 가벼운 산행을 나섰다.

날씨도 따뜻하고 바람도 잔잔하여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파란 하늘은
행복한 산행의 기운을 가슴에 듬뿍 담아 준다.

잔설이 드문드문 있는 새들까지 쭉 오르다가 쿠카몽가 쪽으로 꺽으면서는
눈이 꽤 많이 남아 있어 아이스 액스와 크램폰을 챙겨 오지 않은 것이
마음에 걸렸으나 모처럼 열 받은 몸을 그냥 되돌리기는 아쉬워서 그냥 올랐다.

그럭저럭 쿠카몽가 픽에 가서 잠깐 쉬었다가 다시 새들로 되돌아 가는데
새들을 약 200 미터 남겨 놓은 지점에서 베트남계 20 대 초반 여성들이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도와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손으로 가리키는 오른 쪽 아래를 보니 약 10 미터 정도 아래 쪽의 키 작은 나무의
가지에 일행인 여성이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다.
그 나무의 아래는 약 200 미터쯤 되는 경사가 급한 사면으로 만약에 나무를 잡지 않았으면 
최소한 팔 다리가 부러지거나 최악의 경우엔 사망까지도 당했을 장소였다.
아마 며칠 전에 40대 베트남계 남성이 사망한 곳도 여기가 아닌가 싶다.

얼마나 매달려 있었느냐고 물어보니 30분 정도 라고 한다.
구조대를 부르면 역시 30분 이상 걸릴텐데 저 여성이 과연 그렇게 오래 매달릴 수가 있겠는가 하는 생각에 내가 나서기로 했다.

겨울 산에는 꼭 갖고 다니던 30 피트짜리 로프도 그 날 따라 안 갖고 왔기에
아내의 트레킹 폴을 같이 갖고 내려가  그 걸 사용하게 하고 내가 밑에서
스텝을 만들어 주며 10 미터 거리를 거의 한 시간 걸려 데리고 올라 왔다.

그 여성은 추위와 공포에 떨어 온 몸에 쥐가 나고 정신이 나간 상태였다.
여차하면 업어서 올라 가야겠구나하는 생각도 들었으나  그러다가 같이 미끄러지면 
그 다음 방법이 없기도 하거니와 더 큰 사고의 우려도 있고 몸무게를 물어보니 내가 업을 수 있는 무게가 아니었다.

너는 운이 좋았다며 안심시키고 다친 곳이 없는지 신체 작동은 제대로 
작동이 되는지 확인하니 다행히도 특별히 아픈 곳은 없었다. 
이런 저런 자꾸 말 시키면서 똑바로 서게 하며 한 발 한 발 신중히 찍었다. 
로프만 있었으면 트레일에 다른 등반객들이 10여명 정도 모여 있으므로 
간단히 끌어 올릴 수가 있었을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사이에 누군가  조난 신고를 했는지 헬리콮터가 떠서 몇 분 정도 위에 있다가 떠났다.

조난 당한 여학생은 마라토너로서 마라톤 용 운동화를 신었고 복장도 완전히 마라톤 경기에 
출전하 듯 얇고 가볍게 입었다. 나 역시 마라톤을 오래 했지만 산에는 운동화를 신고 오지 못 하는 
이유가 여름이라도 경사가 깊은 곳은 운동화가 버텨 주지 못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고가 난 지점은 눈이 반 인치 정도 얇게 깔리고 밑에는 그 전 날에
녹은 눈이 바짝 얼어서 빙판인 상태였다.
내 등산화는 킼킹스텝(Kicking step)이 가능한 겨울용 중등산화였지만 살짝 겉이 얼어 있거나 
부드러운 눈에서나 킼킹이지  그 빙판에서 킼킹이 되지 못했다. 

겨울 산에서 가장 위험한 지점은 추운 겨울의 깊은 눈이 아니라 해동하다 다시 얼어 버리는 곳이다
추운 겨울엔 눈이 햇빛에 살짝 녹았다가  얼기 때문에 걸음마다 푹푹 박히므로 
미끄러 지지 않고 걸을 수 있으나, 따뜻한 봄 볕에 많이 녹았다가 밤에 다시 얼면 완전히 
빙판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그 빙판을 파란 하늘 아래에서 쳐다보면 하늘의 
파란 빛이 반사되므로 영어로 블루 아이스라고 부른다. 
이름만 예쁠 뿐이고 돌처럼 단단하고 거울같다는 블루 아이스에선 
사실 크렘폰도 아이스 액스도 안전을 보장해 주지 못 한다.

약 십 년전 봄에 휘트니 마운틴의 트레일 캠프에서 크레스트로 직접 오르는 코스로 눈으로 완전히 덮히면 
매우 매력적인 곳에 스노우보드 강사 출신 등반객이 이 곳에서 미끄러져 밑의 바위에 머리를 부딪혀서 사망했다. 
눈의 성질에 매우 익숙했을 사람이 왜 당했을까 하는 의문을 오래 가졌다.
나 역시 한국에서 과거 학창 시절에 스키 강사를 한 적이 있어서 남 얘기 같지가 않았다.
그런데 요즘 와서 그 답을 얻었다.
눈이 깔렸지만 어느 지점에선 밑이 완전히 두꺼운 빙판이 되어 크렘폰이 제대로 박히지 않았을 것이다.

지난 주에 골고니오 산에서 레인저로 일하는 데이브가 마이크로 스파이크를 신발에 차고 올랐다가 
하산 길에 미끄러워서 혼이 났다면서 다시는 마이크로 스파이크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한다.

크렘폰은 발톱이 일 인치 정도 되지만 마이크로스파이크는 반 인치도 안 되는짧은 발톱에다 
고무로 신게 되어 있어서 단단하게 고정이 안되고 다만 벗고 신기에 편하고 일단 가벼운 것이 장점이라 
지난 번 발디에 갔더니 너도 나도 신고 있었다. 
이번에 사고를 당한 분들이 대부분 마이크로 스파이크를 착용했다고 한다.
 
눈이 어느 정도 푹신푹신하고 경사가 없는 곳에서나  마이크로스파이크가 유용하지 
내리막길이나 빙판에서는 발톱이 잘 박히지 않고 흔들리고 오래 사용한 것은 고무가 늘어나 급한 상황엔 획 벗겨진다고 한다. 
이번의 아이스하우스 캐년의 사고처럼 사고의 원인이 된다고 본다. 
그래서 겨울에 산에 간다면 12발 짜리 크렘폰을 권하고 싶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지적하자면 경사가 진 곳에서 미끄러 지면 제동할 방법을 찾아야 하는데 (Self Arrest) 
트레킹 폴로는 제동이 안 되고 아이스 액스로 제동이 되기 때문에 아이스 액스는 손에 쥐고 다녀야 한다.
그런데 겨울 등반객 거의 대부분 배낭의 뒤에 아이스액스를 매달고 다닌다.
미끄러 지는 것은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상황이므로 정작 아이스액스가 필요할 때 전혀 쓸 수 없는 경우가 되어 버리고 만다.
유럽에서는 여름에도 경사가 급하거나 모래 사태 비탈길(Scree) 있는 곳에선 아이스 액스를 갖고 다닌다고 한다.

아이스 액스로 제동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미끄러졌다 싶을 때 얼른 엎드리며 손으로 감아 쥔 아이스액스의 머리 부분을 
설사면에 찍고 다른 손으로는 아이스 액스의 아래를 잡아 누르며 온 몸의 체중을 실어 제동을 거는 것인데 머리가 아닌 
몸이 기억하기 위한 연습이 필요하다.

어느 쪽으로 미끄러지던 간에 반드시 아이스액스의 뾰족한 머리 부분을 먼저 찍은 후에 아래 부분을 찍어야지 
반대로 아래를 먼저찍으면 튕겨 나가기 쉽다. 또한 크램폰을 신고 있으면 발바닥은 하늘을 향해야 한다. 
그 이유는 미끄러지는 속도가 빠르면 크램폰이 얼음이나 눈에 푹 박히는 순간 발목이 돌아 가거나 부러지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집에서 이불을 깔아 놓고 "엎드려" 소리치면서 엎드리며 찍는 연습을 하면 된다.
유도의 전방낙법과 동일하다.
그 다음 눈이 많이 쌓인 곳에 가서 넘어 지는 연습과 찍는 연습을 병행한다.
넘어 지는 것도 자꾸 연습해서 몸에 익히면 실제로 사고가 나서 미끌어져도 정신을 집중해서 그 다음 수순을 안전하게 밟게 된다. 

그런데 막상 미끄러지면 경험이 없는 당사자는 당황해서 정신이 없어지므로 옆에서 "엎드려" 하고 소리를 쳐 주어야 한다. 
아이스 액스가 없더라도 타잔이 아닌 이상 뭔가 잡으려고 하지 말고 온 몸을 쫙 펴 주면서 
얼른 엎드리면 옷의 거칠거칠함과 눈과의 마찰로 제동이 걸리기도 한다. 
트레킹 폴의 아래 부분을 두 손으로 꼭 쥐고 얼굴을 두 팔 사이에 두고 눈에 힘껏 꽂는다.

옆에서 보면 10미터 정도 천천히 미끄러지는 듯 한데 미끄러진 당사자는 시속 100 마일정도의 속도감을 느낀다. 
그정도의 엄청난 공포감이다.

대부분 미끄러지는 순간에 엎드리기 보다는 앉아 있는 자세에서 순간적으로 뭔가 잡으려는 
본능적인 행동으로 말미암아 오히려 제동이 걸리지 못하고 팔 다리를 허우적거리다가 
나무나 바위에 강하게 부딪히며 부러지고 몸이 굴러지면서 머리를 부딪히면 뇌진탕이 되어 큰 사고로 이어진다

그래서 50불 짜리 헬멭을 쓰겠느냐 25만 불 짜리 뇌 수술을 받겠느냐고 하며 헬멭을 권한다. 
아마 요즘은 물가가 올라서 25만 불로는 어림도 없겠다.
그리고 트레킹 폴 보다는 100불 정도하는 아이스액스를 꼭 갖고 다니시길 권한다. 
요즘은 가벼운 것도 나오는데 가벼운 아이스 액스가 부러지거나 구부러졌다는 얘기가 있다. 
다소 묵직한 것이 안전하다.
,
겨울 산의 아름다움과 그 황홀감은 우리를 언제나 유혹하고 불행히도 우리는 제대로 그 유혹에 저항하지 못 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서로 서로 안전 산행과 겨울 산의 아름다움을 즐기시길 빈다.

아마 남가주에는 엘니뇨로 산에는 눈이  많이 오고 봄이 되면 그 눈이 낮사이에  녹고 밤에는 
다시 바짝 얼어 블루아이스가 되어 사고가 많이 날 것으 로 예상되기도 하나 
최고의 싸움수는 항상 36계이므로 날씨가 나쁘면 집에서 나오지 않으면 된다. 
산은  그 자리에 있으므로. 
(솔직히 악천후의 산행을 즐기는 나는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전혀 없다)

오늘 밤엔 나도 아이스액스와 크렘폰을 꺼내 날을 바짝 세우는 샤프닝 쟙을 해야겠다. 
비록 아내는 그 발톱에 걸려 바짓단이 찢어진다고 퉁퉁거리더라도.....


명 성부 (얼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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