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숲 10, 사진의 거리距離⑦-⑩: 201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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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10, 사진의 거리距離⑦-⑩
지난 주말에 꽃샘추위가 폭우와 강풍 그리고 백설을 불러왔습니다. 메마른 들녘에 촉촉함을 산녘에 눈꽃의 푸근함을 내렸습니다. 바야흐로 새봄이, 계절의 바뀜이 이어집니다.
지난해 12월, New Yorker 두 분이 이곳(대륙 동부→서부)을 방문해, 조슈아 트리Joshua Tree 국립공원에 다녀왔습니다. 바위산에 둘러싸인 선인장 군락지群落地는 혹한, 삭풍, 폭설 등에 시달린 손님에게 놀랍고 신기함을 안기고, 황무지는 여러 번 찾아왔던 나그네에게 한겨울철의 황량荒涼과 적막에 휩싸이게 합니다.
● 기다림
―――Joshua Tree National Park, Dec./19/2015
키 작은 조슈아 트리가 구멍 뚫린 몸통을 버티고 서있습니다. 숭숭 뚫림은 가지마다 가지 끝까지 한 치도 남김없이 이어집니다. 태어나 미처 자라나기도 전에 병마病魔에 걸려, 바람에게 “날 쓰러뜨리지 말고 그냥 지나가라”고 뻥 뚫린 채 서 있나 봅니다. 주어진 삶을 끝내고, 몸통을 땅에 내려놓은 마지막보다 훨씬 더 처절합니다.
내려쬐는 햇살을 피하지 않고 안간힘으로 서있습니다. 진토塵土 되어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이승에서 마지막까지 서있겠다는 결의決意입니다. 이 의연한 모습이 보는 이에게 전해지는 ‘사진의 거리’는 얼마만큼이나 될는지요?
● 구름다리
―――Joshua Tree National Park, Dec./19/2015
햇살이 바위산에 순백의 아름다움을, 바람이 뭉게구름에 갖가지 형상으로 푸른 하늘에 흰 구름 수繡를 놓습니다. 홀연히 한 가닥 실구름이 나타나 파도치는 듯 달려오는 뭉게구름을 아래위로 나눕니다. 오른손 검지는 조건반사처럼 셔터 버튼을 눌러 이를 담습니다.
모니터에서 실구름은 오작교烏鵲橋로 바꿔져 보입니다. 까마귀와 까치가 견우와 직녀에게 다리를 놓아주었듯이, 한 가닥 구름이 생명체를 이어줍니다. 3차원의 하늘과 나무들을 ‘사진의 거리’로 평면에 2차원으로 재현representation시킵니다.
● 생존 본능
―――Joshua Tree National Park, Dec./19/2015
곁가지에 돋아난 새 생명이 희디흰 눈꽃을 피웁니다. 얼핏 눈꽃처럼 보이는데, 스치기만 해도 선홍의 핏방울을 솟구쳐 낼 듯 날카로운 잎새입니다. 바라보기만 해도 소름이 돋습니다.
어쩌다가 비가 내리면 빗물을 땅 속 깊숙이 갈무리합니다. 내려쬐는 햇살로부터 생명수의 날아감을 막기 위한 몸부림, 본능입니다. 흑과 백으로 표상된 옆의 바위산과 우중충한 하늘이 ‘사진의 거리’를 한층 멀게 합니다.
● 짓누름
―――Joshua Tree National Park, Dec./19/2015
강렬하게 빗겨 내린 햇살이 기기괴괴奇奇怪怪한 바위산에 섬뜩함을 안깁니다. 바윗덩어리에 깔린, 새까맣게 타버린 나목을 돋보이게 합니다. 애꿎게 뇌성벽력에 요절夭折했음도, 흙으로 돌아갈 때까지 짓누름을 감내해야 하는 고사목이 애처롭습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 1915-1980가 주창한 푼크툼punctum, ‘사진 안에서 나를 찌르는 우연’을 ‘나’ 아닌 고사목의 아픔에서 봅니다. 무릇 이승에서 모든 목숨붙이의 삶은 모두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듭니다. (2016/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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