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닷가 소묘素描: 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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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 소묘素描
부슬비가 내립니다. 단비가 새벽녘을 엽니다. 창문을 여니 상쾌함이 폐부를 찌릅니다. 그제부터 한결 시원해진 바람결이 단비를 몰고 와 어젯밤부터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시고 있습니다.
오늘로 벌써 9월의 절반을 보냈고, 다음 주에는 해님과 달님이 하루를 꼭 절반씩 비춰주는 추분秋分을 맞이합니다. 지난 주 내내 늦여름 늦더위가 기승을 부렸습니다.
가을 문턱에 접어드는 즈음에, 금년 여름 샌프란시스코에서 담아온 사진 파일을 정리해 ‘바닷가 소묘’로 마무리합니다.
● 갈 망渴望
―――S.F. Fisherman's Wharf, Jun./24/2015 02:19 PM
낚싯배를 타고 만灣을 벗어나 잡아온 생선을 선장이 회膾를 뜨고 있습니다. 뼈와 껍질을 발라내 살코기만 종이에 싸서 손님에게 줍니다.
머리는 잘라내는 즉시 기다리고 있는 바다사자Sea Lion 몫입니다. 어린 바다사자는 벌써 두 번이나 덥석 받아 삼켰어도 양이 차지 않아, 뱃전을 떠나지 않고 연신 솟구치기를 반복하며 더 던져달라고 아양을 떱니다.
자신의 능력으로 먹이를 구해야 하는 약육강식弱肉强食의 터전에서 어찌 살아남을 수 있을는지, 편하게 받아먹기를 기다리는, 야성野性을 잃어가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 비 상飛翔
―――Crissy Field, Jun./29/2015 10:07 AM
몸통과 뿌리가 대부분 잘려나간 나무 밑동이 바닷물이 드나들어 만들어진 해수 늪 한가운데 놓여있습니다. 누구에 의해 어디로부터 와서 어떻게 얹히게 되었는지 끝내 어디로 가는지는 알 수 없습니다.
처음 보았을 때는 생뚱맞은 느낌만 주었으나, 해님이 오르다가 비스듬히 비추어 주자 밑동에 그림자를 내려 부각浮刻시킵니다. 햇살이 잘려나간 뿌리에 길고 뭉툭한 굴곡을 어우르러 새bird의 부리로 빚습니다.
고사목枯死木 몽당이가 새로 다시 태어납니다. 하여, '몽당이 새'는 드높은 창공으로 치솟아 오르기를 꿈꾸고 있습니다.
● 인어人魚 부부
―――St. Francis Yacht Club, Marina Blvd, Jun./29/2015 10:20 AM
한 쌍의 인어人魚가 모래로 변신해 돌계단에 손에 손을 잡고 기대있습니다. 마무리하고 있는 여인에게서 허락을 받고서 대여섯 장을 담고, 고맙다고 인사하고 일어섭니다. 여인이 인어를 가리키며 ”다른 것이 하나씩 있다.”고 알려줍니다. 위치를 바꿔가며 서너 장을 더 담으나 찾지 못하고, 길바닥에 놓인 그릇에 동전 아닌 지폐를 넣습니다.
우거에 돌아와 컴퓨터에 파일을 옮기자, 확대된 모니터에는 담을 때는 없었던, 아니 보지 못했던 ‘다름’이 나타납니다. 한쪽에는 수컷만의 거시기가 늘어져있고, 다른 쪽에는 허리띠를 두르고 있습니다.
모래로 인어를 빚은 거리의 설치조각가는, 눈요기 보여줌이 아닌 “세상 만물은 모두 제짝이 있다.”를 작품으로 설파說破했음이 맞습니다. 진작 알아챘다면 전혀 다른 구도frame로, 그녀의 뜻에 충실한 짜임새로 담아올 수 있을 텐데 못내 아쉽습니다.
蛇足 : 무명無名의 조각가는 많은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거리에서 공개리에 작품을 빚었습니다. 겸손 대신에 오만傲慢이 불러온, 남을 칭찬하기는 인색하고 폄하에 치중하는 세태世態를 풍자한 듯싶습니다.(2015/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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