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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7, 시간의 동결㊶-㊸: 20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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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24회 작성일 15-09-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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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7, 시간의 동결㊶-㊸

  

    그제 추석 한가위 명절을 새삼스레 신토불이身土不二를 되뇌며, 산 설고 물 선 타향에서 서른여덟 번째로 보냈습니다. “더도 말고 오늘만 같아라.”의 추석을 잊은 지 오랩니다.

    추석 때마다 늘 첫 번째로 떠오르는 생각은 조물조물 정성껏 빚어 솔잎을 깔고 쪄낸 송편입니다. 솔 내가 가득 배인 향기에 어머님의 손맛이 어우러진 맛이 그립습니다.

    산 오르내리며, 눈맞춤을 나눈 나무들의 모습을 적습니다.


● 아픔, 그 생동生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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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Waterman, Sep./12/2015 09:53 AM

  

    등산로에 들어서 오르막 고개 두서너 번 넘자, 소나무Jeffrey pine와 향나무Incense pine가 어우러져 침엽수림針葉樹林을 펼쳐진 산숲은 그윽한 솔 내가 가득합니다.

    아침 햇살이 하늘에서 비스듬히 비추어 내린 역광backlight이 나무들이 간밤에 날숨으로 토해낸 산안개를 수평으로 투과시킵니다.

    사시사철 늘 푸른, 삭풍朔風을 이겨낸 푸른 잎이 지지 않는 소나무와 잣나무를 세한송백歲寒松柏이라 일컫습니다. 이 소나무에서 새로이 곁가지가 태어나 새 잎새를 피우자, 병마病魔가 시샘해 아픔을 줍니다. 푸름을 빼앗아 벌써 절반을 싯누런 색깔로 덧칠하고 있습니다. 곧 치유되길 간절히 빕니다.


● 나목 그리고 숯덩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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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Waterman, Sep./12/2015 12:19 PM

  

    삶을 마친 두 나무의 잔해殘骸가 나란히 널브러져 있습니다.

    껍질이 벗겨진 알몸의 나무, 이제 흙으로 돌아가길 기다림도 생사윤회이겠습니다.

나목裸木보다 더 처참한, 검게 타버린 숯덩이로 변한 다른 흔적은, 하늘을 쳐다보며 한마디 항변도 못한 채 누워있습니다.

    하늘이 자연을 파괴하는 인간들에 진노하여 벼락을 내렸는데, 애꿎게도 자연에 순종하며 살아가는 나무에 떨어졌다고 밖에 달리 납득할 수가 없습니다.


● Wally T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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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T. Baden-Powell, Sep./20/2015 11:55 PM

  

    해발 9,399 feet의 산마루에 오르려면, 급경사의 낭떠러지 위로 이어진 외길을 지나야 합니다. 여기에 1,500년 넘게 살아있는 고목古木이 의연하게 버티고 서있습니다. 그 이름 Wally Tree.

    갈래지어 얽히고설킨 우람한 몸통에는 수천 년의 풍상風霜이 연륜으로 각인刻印되어있습니다. 땅 속 깊숙이 내렸던 뿌리도 올라와 메마름을 보여줍니다. 바늘처럼 뾰족한 잎새를 층층이 거느린 가지도 줄어들어 높았던 키도 낮아진 듯싶습니다.

    6년 전 처음 보았을 때, 그 늠름한 위용에 한동안 감탄했던 기억이 그립습니다.

  

   사람 한평생은 평균 80세이고, 길어야 100세 안팎입니다. 높은 산 침엽수림은 수백 년에서 수천 년의 삶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아침녘 아픔, 주검의 다름, 고목의 위엄威嚴 등은 그들만의 진솔한 표상表象입니다. 이 순간들을 담고 싶었습니다. (2015/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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