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전언傳言: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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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전언傳言
태초에 태양계의 행성으로 지구가 생겼고, 하루도 거르지 않고 해를 돌아야 하는 지구는 말동무하려 달을 거느렸습니다. 한 달에 두 번, 보름달이 뜨면 옥토끼가 계수나무 아래서 떡방아를 찧어왔습니다.
● 아침 바다
―――Black Sand Beach, Marin Headlands, Oct./18/2015 09:28 AM
샌프란시스코 시에서 금문교를 건너 가파른 언덕 위로 이어진 Conzelman Rd.를 따라 서쪽으로 향하면 S. F. 만bay이 한눈에 들어옵니다. Marin Headlands 주립공원이 자리한 곳입니다. Headlands Lookout에서 급경사의 Black Sand Beach Trail을 따라가면 검은 모래가 만든, 시꺼먼 갯벌에 닿습니다.
아침 바다. 먹구름이 하늘에 드리우고, 밀물이 부셔져 검은 모래를 뒤덮습니다. 희디흰 순백, 온통 수繡의 세상을 펼칩니다. 간밤에 썰물이 가져간, 인간들이 무분별한 탐욕으로 더럽힌 찌꺼기를 말끔히 씻어서 되돌려주고 있습니다.
떡방아 찧는 전설傳說이 아닙니다. 억천만겁億千萬劫 이어온 우주宇宙의 질서에 마주서 있습니다. 전광석화電光石火로 스쳐가는 세월에 오척단구五尺短軀의 몸뚱이는 한없이 줄어듭니다.
2년 전 바로 오늘, 10월 27일에 먼저 간 큰 여식의 영결식을 치렀고, 사흘 후 30일에는 이승에서의 마지막 남김, 유해遺骸를 흩뿌렸습니다. 서있던 갯벌 앞의 바다가 2년 전에 선박을 전세 내어 찾았던 그곳입니다.
참척慘慽의 고통은 이승에 남아있는 한 감내해야 할 업보業報입니다. 되돌아서려고 걸음을 떼었을 때 “깊고 잔잔한 바다 속 용궁에서 고통 없이 편히 잠들고 있다.”고 파돗소리가 전해주었습니다. 분명코, 환청이 아닌 육성肉聲으로 들렸습니다. (2015/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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