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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8, 사진의 거리距離①-③: 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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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19회 작성일 16-02-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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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8, 사진의 거리距離①-③


    원숭이해의 설날 아침입니다. 지난주에 입춘立春이 지나가고, 꽃 피는 새봄이 오고 있습니다. 유난히 움츠러들었던 겨울을 보내며, 뒤늦게 담아온 파일을 정리했습니다.


● 아침햇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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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House Canyon, Nov./07/2015 07:32 AM


    산에 오르기 시작하고서부터 수없이 오르내린 ‘얼음계곡’ 등산로 초입, 웬일인지 평소와 달리 시선이 왼쪽으로 돌려집니다. 아침햇살이 깎아지른 산기슭 위 마루에 눈부시게 쏟아져 내립니다. 하루를 여는 여명黎明이 빚은 자연의 그림입니다.

    햇살이 미처 내려오지 못한 기슭에는 암벽 부스러기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곧바로 우르르 쏟아 내릴 듯이 다가옵니다. 비바람, 폭설, 혹한을 감내해온 세월을 품고 있습니다.


얼음 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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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House Canyon, Nov./07/2015 01:44 PM


    내려오는 길, 새들saddle을 내려와 세거리 길 못미처서 간밤에 내린 첫눈이 눈꽃으로 펼쳐집니다. ‘어젯밤에 내린 잔설인가’ 오를 때에 무심하게 지나쳤으나, 내려오는 길에서는 가슴이 열립니다.

    ‘첫눈은 상서로운 눈, 서설瑞雪임을 깨닫습니다. 오늘은, 이번 달에는, 이번 겨울에는 무엇인가 좋은 소식이, 기쁜 일이 한 아름 다가오리리라는 막연한 느낌, 이 느낌이 자아도취自我陶醉에 빠지게 합니다.


● 유 택幽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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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국, 동화경모공원, Jan./20/2016 11:25 AM


    고국의 산하가 남북으로 나눠져, 이승을 떠나고도 고향 땅에 묻힐 수 없는 이북 5 도 실향민들이 마련한 동화경모敬慕공원에 자리한 자형姊兄의 유택입니다.

    비석 옆면에는 자형께서 이승에 머문 날짜가 새겨져 있습니다. 누구든 홀로 이승을 떠나야 하기에……, 뒷면에 쓰인 자손들의 이름들보다 단 두 줄의 음각陰刻 문자가 시선을 끕니다.


심안心眼으로 부재不在까지


    사람은 두 눈으로 대상을 입체-공감적으로 인식합니다. 반면에 사진은 카메라의 렌즈를 통과한 상을 평면에 2차원으로 남깁니다. 사진의 거리距離, distance는 피사체를 향한 물리적 거리를 넘어서서 마음의 눈心眼이 보는 거리까지 아울러야 합니다. 때문에, 담는 이의 마음의 거리가 담겨졌을 때 ‘한 장의 사진’이 됩니다.

    프랑스의 영화평론가 앙드레 바쟁Andre Bazin, 1918-1958은 일찍이 “모든 예술은 인간의 존재를 기초로 하는데 유독 사진만이 인간의 부재를 기초로 한다.”라고 설파했습니다. 프레임frame 밖으로 잘려나가 선택되지 않는, 부재의 거리와 함께 3차원의 깊이를 담아야 한다는 이야깁니다. (註 :『사진의 맛』우종철, 이상미디어, 2015/8/15 과『사진기호학』진동선, 도서출판 푸른세상, 2015/6/22를 참고했습니다.)


    아침햇살이 비춰진 산마루와 아직 어둠에 싸인 산기슭은 다른正反 세계입니다. 밝음과 어둠의 나뉨은 하늘과 땅으로 다가와 검은 돌들이 무리 짐은 이승과 저승의 표상表象입니다.

    첫눈이 빚은 하얀 그림들의 어우러짐, 이들의 이야기를 속삭이듯 얼음 눈꽃이 옹기종기 모여 스러지고 있습니다. 오르기에 급급해 그냥 지나쳤던 아침녘 햇살, 산내음, 산숲 향기를 가슴 가득히 품안으라고, 순백의 눈처럼 마음의 거리를 열라고 일깨웁니다.

    유택의 자리매김은 이승을 떠난 순서대로 위에서부터 아래로 이뤄집니다. 검은 비석 옆면과 조화造花를 품은 항아리, 그 너머로 휑하게 펼쳐진 공간은 이승의 삶을 되돌아보게 하는 마음의 거리입니다. 자형께서도 오랜 병고病苦를 벗어나 편히 쉬고 계시리라 믿습니다.(2016/0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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