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의 위기 앞에서.. [펌]: 2016-0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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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명의 위기 앞에서..
2016.01.26. 17:16
“진화의 역사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쪽으로 움직인 종들 중 많은 것들이 멸종했다.”
- Nassim Nicholas Tabeb -
서구의 문명사를 들여다보면 인류는 늘 스스로를 특별하다고 생각해 왔음을 알 수 있습니다.
생로병사에서 자유로운 절대적인 신을 칭송하면서도
인간의 여러 미덕을 아낌없이 자화자찬했던 헬레니즘 전통에서
절대적인 신을 상정하고 인간을 하찮은 존재로 생각했음에도 불구하고
신의 최종 창조물로서 우리 인간을 우주의 특별한 존재로 여겼던
헤브라이즘 전통에 이르기까지 예나 지금이나 인간은 늘 특별한 존재였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특별함을 전제로 인간 고유의 학문 전통을 만들어 내었고
그 학문 전통 속에서 근대 과학이라는 놀라운 결과물을 창출해 내었지요.
그리고 더 나아가 오늘날 물질문명의 정점에 선 현 인류는
수많은 종들의 멸종 가운데에서도 주구장창 진화를 거듭해온 최후의 종!
즉, 지구가 품어온 최종의 씨앗으로 스스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는데
크게 주저하지 않는 듯합니다.
실제로 우리가 기록으로 파악할 수 있는 수준에서
지구에 존재했던, 그리고 현재 존재하고 있는 종들 중에
가장 독특하고 영향력 있는 문명을 만든 것은 바로 우리 인간들임은 분명하지요.
물론 어떠한 종이든 자기 종 중심적인 사고를 하는 것은 당연한 일이겠으나
그 인간 중심적인 생각인 인간 종의 생존을 위협할 수 있다면
이야기가 전혀 달라지겠지요?
..
환경과 관련하여 유기체를 연구하는 학문이 생태학입니다.
생태학 개념 중에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이 ‘자연 갱신(Natural Successions)’ 개념인데,
이는 환경 변화로 인해 일정 지역의 동식물에 일어나는 변화를 말합니다.
이 개념에 따르면 환경상의 변화에 따라 기존 동식물이 사라지고
새로운 환경조직에 적응하는 새로운 종들이 나타나게 됩니다.
기존의 종들에게는 재앙적 환경변화이지만 큰 관점에서 보았을 때 이러한 ‘자연 갱신’은
‘생(生)'의 지속이라는 점에서 매우 중요한 변화입니다.
자연 상황에서 환경 변화에 따른 동식물의 생존과 멸절은 자연의 유지 리듬의 일부이기도 하지만
생의 지속을 위한 자연의 배려이기도 한 것입니다.
하지만 동물의 진화 과정에서 이러한 자연의 환경 변화를 극복하고자 하는
독특한 종이 출연하게 되었는데 바로 우리 인간들입니다.
우리 인간들은 다윈의 ‘적자생존’ 개념을 넘어서
‘삶의 기술(The Art of Life)' 증진을 통해
더욱 적극적인 의미의 생존과 번영을 추구한 종입니다.
모든 종들이 시간 속에서 발생학적으로 연관이 되었다는 주장이
바로 다윈의 진화론으로 당시 19세기 사회에 엄청난 영향을 끼쳤지만
역시 당시의 지배적 사고인 양적사고의 한계를 극복하지는 못하였습니다.
우리는 무기물에서 유기체로의 획기적 진화 과정,
또는 유기체가 스스로를 인식하고 환경의 변화를 추구하는
고등 생명체로의 진화 과정을 다윈이 언급한 ‘환경의 적응’이라는
수동적 계기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지요.
실제로 진화의 중요한 계기들은 환경에 대한 적응이라는 수동적 개념이 아닌
환경을 자신의 생존에 유리하게 변화시키는 역의 관계 속에서 발생합니다.
즉, 생명체의 진화 과정에서 환경에 대한 수동적 적응이 아닌
종 수준에서의 능동적 대처야 말로
진화의 상향에 있어 의미 있는 계기를 만들어 주었던 것입니다.
이 과정에서 인간의 ‘이성’적 능력이야 말로 만지는 모든 것들을 ‘자연의 것’에서
‘인간의 것’으로 변화시켜주는 마이다스의 손이였던 것이지요.
그러나 우리 인류는 그 마이다스의 손이 만들어 낸
문명이라는 황금성의 절정에서 이제 종의 멸절이라는 심각한 위기에 처하게 되었습니다.
즉, 인류는 그간 환경을 극복해 온 것이 아니라
환경을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조작해온 것에 불과했던 것입니다.
인간의 유약한 신체를 영원히 변치 않는
단단한 금속으로 변화시키고자 했던 모든 노력,
즉, 지난 3천 년간 인류가 추구해 온 문명의 ‘연금술’은
오늘날 문명의 위기라는 거대한 도전 앞에서
아무런 대안을 내놓지 못하고 있습니다.
..
그렇다면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문명의 위기는 무엇을 의미할까요?
통합적 관점에서 본다면 인간이라는 종의 생존을 크게 위협할 수 있는
심각한 ‘환경(정치,경제,사회,자연) 변화’일 것입니다.
일단 기후 변화를 들 수 있는데, 지구 온난화가 우리 인류가 유발한 것이 아닌
지구라는 거대한 환경의 변화라고 한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현 인류는 과거 거대한 환경 변화 속에서 멸종한
그 어떠한 종들보다 더 환경 변화에 더 취약한 상황이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놓여있습니다.
예를 들어 의학의 사례만 보아도
전염병과의 전쟁에 있어 승리를 자신했던 1970년대 세계의학의 당당함은
당시에 비해 의학이 훨씬더 발달한 오늘날 그 어느 곳에서도 찾아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과거 인간을 위협했던 질병들의 승리과정에서 누적된 부작용들이
어느 순간 인류 전체를 특정 질병에 취약하게 만들어
인류 자체의 갑작스런 멸종을 가져올 수 있다는
위기의 경고가 의학계에서 나오고 있지요.
이처럼 일상적인 환경을 완벽히 통제하고 있다는 믿음 하에서 쌓아온
오늘날의 의학, 과학의 바벨탑은 그 탑의 높이가 높아질수록
일상적이지 않은 급격한 환경 변화에 취약할 수밖에 없습니다.
또한 인류 물질문명의 정점인 도시(City) 또한
급격한 외부의 변화에 더욱 취약한 구조로 바뀌어 왔습니다.
안타깝게도 오늘날 인구의 대다수가 살고 있는 도시의 GRID는 비정상적 환경 변화를
예측하여 만들어 진 것이 아닙니다.
철저히 통제된 환경 하에서 지속적인 관리를 전제로 만들어졌으며,
비용 절감이라는 효율성을 위해 모든 사회 기반 설비는 여타의 백업 설비 없이
서로 밀접하게 연결이 되어 있습니다.
간단한 예로 어떠한 이유로 인해 갑작스럽게 전기만 다운되어도
도시는 아무런 기능을 할 수 없지요.
오늘날 수많은 사람들로 붐비는 대도시의 활기는
거리를 활보하는 수많은 사람들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전기와 상하수도 설비가 만들어낸 환상일 뿐입니다.
..
지난 한 주간 우리나라는 한파에 시달렸습니다.
물론 재앙적인 수준의 한파는 아니었습니다만
많은 분들이 자연의 힘이 얼마나 큰지를 느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약 이번 한파가 영하 30도 수준이었다면 이야기가 완전히 달라졌겠지요?
물론 우리 인류가 과거와 다른 환경의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하여 이 또한 극복해 낼 것이라 생각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급변하는 경제 상황을 보면서도
오늘날의 경제 시스템이 그 어떠한 상황에서도
무사하리라고 생각하는 정상화 편견에 불과합니다.
과도한 석유 기반 문명이 만들어 낸 환경파괴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수준으로 심화되었고,
2008년을 기점으로 붕괴되기 시작한 현 경제 시스템 또한
모든 것이 풍요롭고 좋았던 과거의 상태로 완벽히 되살릴 방법은 없습니다.
안타깝게도 우리를 제외한 모든 것은 다 바뀌었습니다!
..
2015년 12월 금리인상은 불가피할 것이라 말씀드렸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금리인상은 세계 경제의 붕괴의 시발점이 될 것이라 말씀드렸었지요.
(물론 당장 급작스런 붕괴가 일어나게 될 것이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뭐, 제가 대단한 예언가여서가 아니라 현 시스템의 특성을 잘 이해하고 있는 분들이라면
저의 이런 예측은 지극히 상식적인 예측에 불과할 것입니다.
실제로 미국을 제외한 여타의 국가들,
일본, 유럽, 중국 등은 금리를 인상하기는커녕
더욱 더 경제 완화 조치에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그나마 미국이라는 나라는 기축 통화국이라는 특권 덕에
소폭이나마 금리를 올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달러 패권을 지키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조치였다고 봅니다.)
하지만 마약 중독자에게 마약을 끊고 갑자기 다음날부터 센트럴 파크에서 뛰라고 할 수 없듯이
저금리에 익숙해진 이미 좀비가 되어버린 세계경제가
금리인상을 감내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일단 미국만 보더라도 월가 쪽에서 성토가 나오고 있고,
일부 언론에서도 Fed의 책임론을 흘리고 있습니다.
기축 통화국인 미국 또한 상황이 그리 좋지 않다는 것을 시인하고 있지요.
..
아시다시피 실제 경제 환경을 보여주는 발틱지수(BDI)는
추락을 면치 못하고 있고,
경제 성장의 바로미터라고 할 수 있는 유가는 폭락장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물론 오일 폭락을 미국이 러시아를 잡기위한 의도적 전략으로 생각하는 분들도 계시고
반대로 미국 셰일 시장을 붕괴시키기 위한 사우디의 전략으로 보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거시적 관점에서 미국의 단독 패권이 약화되는 가운데, 과거 미국이 컨트롤 하던 중동의 질서가 붕괴되고
서로의 이해관계가 다른 여러 나라들이 새질서를 찾아 움직이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일들로 보입니다.
즉, 겉으로 보기에 좀 더 상황이 좋아 보이는 국가들이 있고
반대로 심각해 보이는 국가들도 있지만, 결국은 대부분 50보 100보일 뿐,
세계 질서의 재편성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서 많은 나라들이 심각한 내홍을 겪고 있다고 봐야겠지요.
하다못해 우리나라만 보더라도 중국과 미국 사이에서 전혀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습니다.
균형외교의 균형축이 무너지고 갑자기 중국 쪽으로 때로는 미국 쪽으로 급격하게 기운다는 것은
이미 내부적으로 통제하기 힘든 위기 상황에 빠져있다는 것을 반증합니다.
그 어느 때보다 2016년이 우려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
그렇다면 마치 약속이나 한 듯이 21세기 초반에
세계적으로 정치, 경제, 환경의 종합적 위기가 발발하는 것일까요?
표면상 정치, 경제, 환경 문제는 모두 별개의 것으로 보이지만
그 내면을 들여다보면 다른 인간과 자연을 다루는 어떠한 공통된 시대정신이 들어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한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유사한 사회적 ‘기억’을 공유하고 있다면
그 기억에서 파생된 에너지가 일정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은 자명한 일이지요.
즉, 그 공통된 에너지가 일정한 시간이 지나서 예정된 결과를 만들어 내는 것일 뿐입니다.
현 인류는 언제부터인가 인간 외의 다른 것들을 다루는 방식으로
다른 인간을 다루기 시작했고,
다른 인간을 다루는 방법이 익숙해지자 그 방법을 스스로를 다루는 데에도 적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방식을 크게 ‘타자화’와 ‘통제’라는 두 개념으로 요약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즉, 오늘날엔 자기 스스로 조차도 타자화시켜 이해하고
통제하지 못하면 실패한 인간으로 취급받게 됩니다.
여담입니다만 요즘의 대부분의 자기 개발서 또한 이러한 공식을 따르고 있지요.
어쨌든 오늘날의 인간들은 자기 자신 조차도 타자화 시키지 않고는
이해할 수 없는 심각한 자기 분열적 상황에 이르렀는데,
이는 누군가 주입한 과거의 기억을 자신의 실체로 착각하고 살아가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자기 자신을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자신과 더욱 더 멀리 떨어져있는 환경을 신경 쓰고 걱정하라는 조언은
암에 걸린 사돈의 팔촌의 건강을 진심으로 걱정하라는 조언과 다를 바 없는 일입니다.
그러나 그 사돈의 팔촌이 죽으면 곧이어 나도 죽게 되는 게 우리 현실이라면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지겠지요?
물론 그 이야기를 받아들이지 못하면 최소한 사돈의 팔촌이 죽을 때까지는
편하게 다리 뻗고 잘 수는 있을 것입니다.
..
이제 마무리 할까 합니다.
2008년 세계 금융위기 이후 빠르게 붕괴되기 시작한 시장이
7년이 지난 지금까지 별다른 큰 붕괴 없이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을 보고
시장이 안정화 되었다고 판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한 생각일 수 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지금까지 ‘운이 좋았다!’는 표현을 쓰고 싶습니다.
물론 인간이 통제할 수 있는 부분은 분명이 존재하고 전략적으로 성공한 부분들도 많지만
분명 ‘운’이 따랐던 부분들도 많습니다.
그러나 수많은 항해에서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긴 선원이 자신이 그간 신의 도움으로 5번의 죽을 고비를 넘겼으니
또 다른 죽을 고비도 두렵지 않다고 생각하는 것은 건전한 믿음이 아니라 엄청난 착각일 뿐입니다.
역사를 보면 운이 정말 좋았던 사람들이 자신의 놀라운 운을 신의 도움으로 돌리곤 하지만
신을 믿고도 운이 나빴던 사람, 아니면 정말 운이 계속 따랐으나
마지막에 운이 따르지 않아 죽은 사람들의 슬픈 이야기는 기록에 남지 않았을 뿐이지요.
제가 보기에 우리 인류는 자신들의 운을 너무 믿거나 혹은 자기중심적 사고에 너무나 도치된 나머지
자신들의 진화 과정에 정점에서 부화되어 신의 품으로 날아갈 존재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심히 우려가 됩니다.
오늘 글 맨 앞에 언급한 나심 탈레브의 지적처럼 진화의 역사는 자신의 운을 믿고 날뛰다가 멸절해버린
많은 종들의 이야기를 담담하게 기록하고 있지요.
그리고 제가 보기에 현 인류는 과거의 조작된 ‘기억’에서 탈피하여
철학자 니체가 언급한 ‘건전한 망각’의 단계로 들어가지 못한다면
내려쬐는 태양아래 스스로 짊어진 무거운 짐을 벗어버리지 못하고
뜨거운 사막 가운데 생을 마감하는 ‘낙타’의 운명을 피할 수 없을 것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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