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진 슈팅: 2015-0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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멋진 슈팅
칠팔십 대 생일을 어디에서 맞이할까, 이따금 궁금해진다. 집에서, 식장에서, 침상에서, 혹 여행길에서, 아니면... 지난 주말 산악 동우회 한 분이 팔십 생일을 발디 산 정상에서 맞이했다. 몇 년 전 위암 수술을 받고 회복 차 ‘천릿길도 한 걸음부터’라는 신념을 갖고 꾸준히 산을 찾아 돌길을 밟으며 가파른 언덕을 숨 가쁘게 오르며 여물인 결과이다.
고요함을 즐기려온 문화가 다른 많은 등산객이 서성이는 정상에서 생일잔치를 준비한다기에 케이크를 자르며 노래 부르는 것이 혹시 소란스러워 결례가 아닌가 싶었다. 그런데 팔십이란 말에 오히려 그들이 흥분되어 축하해 준 덕에 잔치는 더욱 빛났다. 하산 시 옆에 있던 샌디에이고에 산다는 한 여인이 자기가 48년도 생인데 오늘은 배낭에 용기와 희망을 가득 채우고 내려가는 뜻깊은 산행이었다고 전한다. 그날 따라 힘들게만 여겨지던 발디 산과 주위 산들이 건강을 선사한 정겹고 고마운 산으로 다가왔다.
사오십 대에 선배를 따라 고산을 등락일 때 ‘나도 저 나이에 그렇게 할 수 있을까?’ 하며 의구심을 품은 적이 있다. 그 나이에 접어든 지금 고산 정상에 설 때마다 축하한다면서 악수를 청하며 사진 촬영 요청을 받는다. 그때마다 시간 가는 줄 모르게 고산 등정 경험을 풀어낸다. 그들에게 내 이야기가 용기와 희망이 담긴 말로 전달되었으면 좋으련만. 오늘은 오히려 ‘나는 왜?’ 하며 한계를 높여 넘어 보려는 꿈을 꾸어본다. 아마도 그날 참석한 이들 모두가 갖는 심경이었을 것이다. 나도 나도 하면서.
삶을 흔히 축구에 비유한다. 25세까지는 연습 기간, 50세까지는 전반전, 75세까지는 후반전, 100세까지는 연장전이라 한다. 그날은 삶의 연장전에서 일찌감치 날려보는 멋진 슈팅장면을 보여준 날이다. 후반전 혹은 연장전 접한 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보낸 감격스러운 생일잔치였다. 이 멋진 슈팅장면이 한인사회를 넘어 모든 이에게 전달되어 건강하게 오래 사는 행복을 누렸으면 하는 바람이다. 정상에서 벌려지는 구순 잔치가 벌써 기대된다.
Happy Birthday to You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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