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문교 소묘素描: 2015-08-07 > 문예 게시판

본문 바로가기

문예 게시판

금문교 소묘素描: 2015-08-07

페이지 정보

profile_image
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236회 작성일 15-08-07 00:00

본문


금문교 소묘素描


bdb25b6048a4d313822577bf9c91f575.jpg

―――Nov./23/2013 03:57 PM

   

   금문교Golden gate bridge는 샌프란시스코와 북쪽의 Marine county를 이어주는 다리로, S. F. City의 상징물입니다. 한해에 1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아오는,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현수교懸垂橋의 하나입니다.

    위와는 달리, 아래 넉 장의 사진은 금문교를 프레임frame의 원경遠景에 넣어, 각각 다른 곳을 전경으로 구성해 함께 담아보았습니다.


● 해수海水


db4d24fa61097fb7d18f65909f7086df.jpg

―――Crissy Field Marsh, Jun./24/2015 03:20 PM

  

   새벽녘부터 해무海霧가 해변에 이웃한 공원을 짓눌러 하늘마저 삼켰습니다. 한낮의 햇살이 온 누리를 덮던 바다안개를 쓸어내리자 하늘은 따사함을 되찾습니다.

    Fort Mason 근처의 Bay Trail에는 바닷물이 드나들어 만들어진 해수 소택지沼澤地가 가로로 길게 누워있습니다. 물새들의 서식지, 하늘빛보다 더 파란 물가에 갓 태어난 아기 새들이 옹기종기 노닙니다.

    가뭄으로 녹조가 끼어 먹이구하기도 쉽지 않을 듯싶은데, 어린 물새뿐 어미 새는 보이지 않습니다. 뒤편의 금문교가 묵묵히 응원합니다. 탈 없이 커서 하늘을 마음껏 날라고.


● 바닷바람


0e08d4801c0ab37c49905bbe9fdcc51e.jpg

―――Battery E. Trail에서 Long Ave로 내려가는 굽어진 길, Jun./24/2015 04:08 PM

     

   자연 녹지로 꾸며진 Presidio of S.F.의 숲속 길로 내려가, 작년 11월 찾았던 조형 설치물〈Wood Line〉을 들러봅니다. 방문객 안내소에서 얻은 지도를 들고, 드넓은 공원을 유유자적悠悠自適 걸어, 다시 금문교 남쪽에 닿습니다.

    살랑거리던 바람은 서서히 거세져, Long Ave.로 내려가는 언덕에 이르자 세차게 몰아칩니다. 금문교가 자신이 태어난, 1937년에는 시속 100㎞의 바람과 짙은 안개, 빠른 물살이 흘렀던 열악한 곳이었음을 알려주려 광풍狂風을 불러온 듯싶습니다.


● 회색灰色지대


3f76b1f0a8f0d7c1ad6f23eca1c86d0d.jpg

―――Baker Beach, Jun./27/2015 07:59 PM

  

   초저녁에 ‘해변이 나를 부른다.’는 막연한 기대로 바닷가를 찾습니다. 구름이 드리워 진 해질녘은 온통 희뿌연 회색지대입니다. 모래무지의 굴곡은, 무겁게 내려앉은 먹구름을 몰고 온 바람이 만들었기에 확연히 돋보입니다.

    갈매기들의 터전, 모여 있는 어린놈이나 커다란 나래 퍼덕이는 큰놈 모두 쓸려오는 파도에서 먹이를 찾고 있습니다. 갈매기만이 살아있는 움직임을 보여줍니다.

    해넘이의 장관壯觀을 기대했던 아쉬움이, 헬렌 켈러의 유명한 어록語錄〈사흘만 볼 수 있다면〉을 떠올리게 합니다.


(……)오후에는 오랫동안 숲 속을 거닐며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보겠습니다. 찬란한 노을을 볼 수 있다면, 그날 밤 아마 나는 잠을 자지 못할 겁니다. 둘째 날은 새벽에 일어나 밤이 낮으로 변하는 기적의 시간을 지켜보겠습니다.―――《사진 읽는 CEO》최건수 지음, (주)북이십일 21세기북스 펴냄, 2009/01/23, 67쪽.

  

   금문교가 시각장애로 보지 못했던 헬렌 켈러를 위해, 반사율 18%의 회색灰色 색깔의 하늘과 바다를 열어주었나 봅니다.


● 목마름


cdbfc68b0cba1f59c2fb11adfa329ff6.jpg


―――Crissy Field, Jun./29/2015 10:10 AM

     

   계속된 가뭄은 해양성 기후의 따듯하고 습기 머금은 푸근함도 쫒아내, 습지濕地의 자생식물自生植物, 들풀에게도 목마름을 안깁니다. 들풀의 본디 색깔, 푸르름을 앗아가 허옇게 타들어가게 합니다. 나흘 전에 찾았을 때보다 쇠락衰落이 늘었습니다.

    인간의 오만傲慢이 지구의 온난화를 불렀고, 이는 자연의 생태계를 파괴시켜, 가뭄과 홍수를 일으킨다고 합니다.

    금문교는 메마름이 안타까워, ‘곧바로 땅으로 내려가 목마름을 해소시키는 단비가 되라’고 낮게 드리운 바다안개에게 명령하고 있습니다.


蛇足 : 소묘素描의 뜻은 “연필, 목탄 등으로 사물의 형태와 명암을 위주로 그림을 그림. 또는 그 그림”이라고 국어사전은 풀이합니다.

    사진의 Photography는 빛photo으로 그려진graphy, 즉 '빛이 빚은 그림’이기에, 연필, 목탄 등을 빛으로 바꿔 넣을 수도 있다고 생각되어, 글의 제목에 ‘소묘’를 덧붙였습니다. (2015/08/07)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

회원로그인

회원가입

Copyright © 한미 산악회.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