山숲: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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山숲
바람이 점지해준 산숲 한자리, 삼나무는 움을 틔우고 잎사귀로 햇살을 받고 뿌리로 자양분 길어 올려, 수백여 년 동안 삶을 성실히 일구어왔습니다.
어느 날, 하늘이 진노震怒해 땅에 뇌성벽력雷聲霹靂을 내리칩니다. 애꿎게 벼락 맞은 나무, 몸통은 화마火魔에 휩쓸려 검게 타버렸고, 잘려나간 가지는 숲에 널브러졌습니다.
하늘과 땅에 온통 칠흑漆黑의 억누름이 덮여있습니다. 바람도 멎어 풀잎도 나뭇잎도 움츠리고 산시냇물도 흐름을 잊었습니다. 아마도, 태초의 원시림原始林이 이러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 한줄기 黎明, 시간의 凍結⑲
――― Muir Woods National Monument, Jan./03/2015 10:44 AM
해님이 겹겹이 둘러싸인 산자락과 산등성이를 헤치고 나와 키다리 삼나무 틈새로 내려옵니다. 한줄기 빛이 적막강산寂寞江山에 생동감生動感을 불어넣습니다.
진토塵土 되기를 기다리는, 온 곳으로 돌아가려는 가지에 이끼가 켜켜이 앉습니다. 잎과 줄기의 구별이 분명하지 않은, 가장 낮은 식물에게도 햇살은 골고루 내려줍니다. 볕이 쌓인 두께가 파르스름한 색감色感을 돋보입니다.
어둠의 적막을 깨트려, 또 하루의 새 날을 여는 여명黎明은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원천源泉입니다. 신비롭습니다. 이 순간을 담고 싶었습니다. (2015/0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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