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꾸는 듯싶은…, 시간의 동결 ㉔: 2015-04-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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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꾸는 듯싶은…, 시간의 동결 ㉔
현대 의학은 사람의 수명을 늘렸으나, 이와 더불어 노후老後의 질병도 늘고 있습니다. 그중 치매癡呆는 대뇌 신경 세포를 손상시켜, 삶의 마지막 길을 존엄성을 갖추고 평온하게 마무리 못하게 하는, 불청객으로 찾아듭니다. 처음 증상은 기억력 감퇴로 하루에 대여섯 번씩의 식탐食貪에 빠지게 하며, 더욱이 호주가好酒家에게는 끼니때마다 거르지 않는 반주飯酒가 뇌세포의 빠른 소멸을 부추깁니다.
미수米壽를 앞둔 자형姊兄께서 침대에서 넘어져 무릎 수술을 받았고, 후유증으로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할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습니다. 연락을 받고 고국에 나가서 뵈웠을 때, 다행히 의식意識은 돌아왔으나 누운 채 떠넘겨주는 죽粥으로 달포 넘게 연명하고 계십니다.
여위어 움푹 들어간 뺨과 홀쭉해진 턱을 다물고 똑바로 누워계신 모습은 애처로움을 자아냅니다. 고요히 깊게 잠든 듯싶은데, 때때로 홀연히 깨어나서 칠십 여 년을 훌쩍 거슬러, 어렸을 적 기억들을 드문드문 때로는 실타래 풀듯 말문을 이어가시기도 합니다.
지난 2월 S.F.로 가는 길, F'way 5 번을 타고 북쪽으로 올라가다가 152번 도로로 바꾸었습니다. 서쪽으로 20여분 달리자 왼쪽에 호수, San Luis Reservoir가 맞이해 줍니다. 산마루에 자리한 드넓은 호수는 바라봄 만으로써도 움츠러든 마음을 활짝 열어줍니다. ‘내려가서 호숫가를 거닐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하고, 이를 좀처럼 뿌리치지가 어렵습니다.
101번 도로로 이어져 갈 길이 멀기에 아쉬움을 안고 그대로 나가자, 불현듯 오른쪽 차창車窓으로 진초록의 넓은 초원이 성큼 들어옵니다. 손은 저절로, 조건반사처럼 셔터를 연이어 누릅니다. 구름 한 점 없는 파아란 하늘 아래 초원이 드넓게 펼쳐지고, 소들이 듬성듬성 그리고 유유자적悠悠自適 풀을 뜯고 있습니다.
천상天上의 평화로움이 속세俗世에 펼쳐져 선계仙界가 됩니다. 졸작을 병상의 자형께 삼가 올립니다. (2015/04/10)
● Dreamy Peace
―――CA 152 H'way, Feb./23/2015, 3:41 PM
註 : 75 mile로 달리는 차 안에서 Panning shot이 Panorama처럼 담겨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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