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자란君子蘭: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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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자란君子蘭
고국 일산 호수마을 단지의 한 아파트. 14층 건물의 12층에 위치한 누님 집의 쪽마루veranda에는 크고 작은 화분 대여섯 개가 놓여있습니다. 20 여 년 전 새로운 도시로 계획된 이곳으로 옮겨왔을 때, 받은 집들이 축하 화분 중에서 여태껏 남아있는 오래된 것입니다.
널따란 유리창으로 마무리된 쪽마루를 통해서 ‘돌아오지 않는 다리’로 가는 길, 자유로가 멀찍이 내다보입니다. 아침에 일어나면 의례 고개를 젖히고 따사한 햇살이 비춰지는 하루가 될지 가늠해 보곤 합니다.
● 꽃봉오리
――― Mar./22/2015 07:4 28AM
지난 3월22일 아침, 하늘을 올려다보다가 무심코 내려진 눈길이 화분에 머물자 놀랍게도 황홀경이 기다립니다. 진초록 잎새와 잎새 사이에서 올라온 한 가닥 꽃대에서 다소곳한 봉우리들이 삐죽이 내밀고 있습니다.
처음 보는 새 생명의 움틈, 여덟 개의 소담스럽게 부풀어 오른 꽃망울은 조물주가 빚었기에, 생명이 태동되고 있기에 순수―무구無垢합니다.
● 수줍음
――― Mar./25/2015 08:12AM
나흘 후 아침, 봉우리가 열려 마침내 가녀린 꽃잎 속의 꽃술을 내보입니다. 군자란君子蘭, Clivia miniata Regel입니다. 연분홍 색깔의 다소곳한 자태는 마치 연지곤지 찍은 새색시인양, 수줍음도 머금고 있습니다.
꽃말은 ‘고귀高貴’이며, 곧게 뻗은 잎새도 품위를 지녀 사랑을 받으며, 꽃피우기 어려우나 한번 피고나면 해마다 피며, 수명은 30여년이라고 합니다.
위의 군자란은 20 여 년 만에 고고呱呱라고 합니다. 더욱이 자연의 품 안이 아닌 철근과 시멘트로 지어진 아파트 안의 쪽마루에서 후대後代잇기의 첫걸음을 내딛었습니다.
새 생명의 첫 꽃피움, 생기生氣가 가득 퍼집니다. 살아있는 싱싱한 기운이 밤과 낮의 뒤엉킴으로 흐리멍덩해서 허덕거리는 뇌리腦裏를 예리하게 깨웁니다. 이어서 크나큰 경외감敬畏感에 젖게 합니다. 그리고 온몸을 전율케 합니다.
● 기다림
――― Mar./27/2015 07:59AM
● 充 滿, 3
――― Apr./04/2015 07:03AM
하루에 한 송이씩 꽃망울을 여는 듯싶습니다. 이미 핀 꽃과 남은 봉오리를 합하면 모두 열네 송이가 되고, 떠나는 날짜를 손꼽아 보니 얼추 맞을 것 같습니다.
가뭄에 단비 내림은 반가워해야하나, 짙은 구름이나 미세먼지(황사)가 햇볕을 가리면 영롱함을 떨어트리며, 혹여나 늦어져 막내 꽃송이를 보지 못 할까 조마조마 걱정이 앞섭니다. 고맙게도 떠나오기 전, 4월4일 아침에 열네 번째의 늦둥이가 꽃을 피웠습니다. 아침 햇살이 Rembrandt light처럼 비춰주어 여린 꽃잎이 돋보입니다.
열네 송이로 꽉 찬 충만充滿, 이는 사람의 손으로는 결코 이루지 못하는, 천상天上이 빚은 생명입니다. 이를 ‘한 장의 사진’으로 담은 기쁨은 무척 큽니다. (2015/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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