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凍結 (Ⅻ): 2014-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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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Ⅻ)
그저께, 한가위 명절이, 이슬이 내리기 시작한다는 백로白露와 함께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보니, ‘쇠털같이 허구한 나날’이 ‘검은 구름에 백로 지나가기’처럼 흘러가 어느덧 9월 중순에 들어서 있습니다.
산山은 예로부터 모든 목숨붙이를 비롯한 만물萬物의 근원을 이루는 신령스러운 기운을 지녀왔습니다. 태어내고 쇠퇴衰退시키고, 그리고 다시 소생蘇生시키는 정령精靈으로 그들을 품안아 왔습니다.
바야흐로 가을의 산자락은 풍요롭습니다. 잣나무는 높고 드넓은 산자락 그리고 산마루 곳곳에 무리지어 우뚝 서있습니다. 나란히 팔을 벌린 가지들은 층층이 위로 이어지고, 그 가지마다 맨 끝에는 한 쌍 혹은 3개의 잣송이를 매달아 거느립니다. 무척 소담스럽습니다.
지금, 또 한해의 결실結實을 영글고 있습니다. 세한송백歲寒松柏의 본디부터 지니고 있는 그대로의 모습에 종족보존을 일군 삶의 증표를 함께 내보입니다.
수백 년 아니, 천 년도 지난 옛적에 산자락을 휩쓺은 바람이 점지해준 곳에서 풍매화風媒花로 움터, 뿌리를 내리고 가지를 뻗고 잎사귀를 돋아냈습니다. 따사한 햇살을 받아들이고 땅의 정령을 끌어올려 삶을, 송수천년松樹千年을 일궜습니다.
산 오르내리며, 특히 산마루에서 마주친 고목古木의 위엄은 바라봄 만으로써도 숙연肅然하게 합니다. 잣송이가 일깨워준 ‘결실의 풍요, 가을’에 잠김도 잠시뿐, 눈길은 삶을 끝내고 죽은 나무에 닿습니다. 마음의 눈心眼이 젊음을 잃어가고 있기에, 쉽사리 늙음을 떨쳐내지 못한 탓이겠습니다.
나고 늙고 병들고 죽는 고통은 비단 사람뿐만 아니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게 합니다. 천명天命을 다한 고사목枯死木을 마주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하지만, 삶을 다하고 말라 죽은 나무에는 아직 할 일이 남아있습니다.
숲의 온갖 벌레들의 보금자리로 탈바꿈해 그들을 품에 안습니다. 부식토腐植土 되어 땅속으로 스러질 때까지, 한평생을 반추反芻하며 쓰러진 그 자리를 묵묵히 지킵니다. 속살을, 오장육부를 훤히 드러낸 처연悽然한 모습에 머리가 절로 숙여집니다. 그리고 사람의 한평생은 길어야 일백년 남짓일진대, 수백 년을 넘게 살아온 나무에도 응분의 영혼이 깃들어 있었으리라 믿게 합니다.
잉카문명의 마추피추 유적지에 남아있는 해시계Intihuatana는 큰 돌을 깎아 기둥처럼 만들었고, 이 기둥을 보이지 않는 밧줄로 태양과 묶어 천체天體의 사라짐을 막는 의식을 치른데 사용했다고 합니다.
이 ‘보이지 않는 밧줄’이 앙당그레 뒤틀어진 고사목의 잔해殘骸에 머문 순간, 그 찰나를 묶고 싶었습니다. (2014/09/10)
● 殘 骸 (8)
―――― Bighorm Peak 산마루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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