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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ⅩⅢ): 2014-1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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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476회 작성일 14-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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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ⅩⅢ)

  

   이슬이 찬 공기를 만나 서리가 되어 내린다는 한로寒露가 24절기의 17번째로 그저께 지나갔습니다. 고국산천은 쌔뜩한 만산홍엽滿山紅葉을 이루고, 노랗게 피어난 국화꽃은 이슬 머금고 맑은 향기를 내뿜을 겁니다. 오곡백과를 거두는 바쁜 시절이기도합니다. 그끄저께 설악산에는 첫서리가 내리고 첫얼음도 얼었다고 합니다.

    이곳의 높은 산 깊은 산자락은 온통 나무, 나무들의 터전입니다. 울울창창한 현역現役, 외로운 고사목枯死木과 널브러진 잔해殘骸, 무엇보다 송백松柏의 올곧은 푸름과 솔바람이 솔향기로 가득 채웁니다. 이 좋은 계절에 커다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일찍이 2천5백 년 전, 공자孔子는 "……인생 예순에는 남의 말을 듣기만 해도 곧 그 이치를 깨달아 이해하게 되고耳順, 일흔이 돼서는 하고 싶은 대로 해도 도리에 어긋나지 않았다從心所慾不逾矩"고 했습니다. 그리고 군자삼계君子三戒에서 “젊을 때는 혈기가 안정되지 않았으니 색을, 장성해서는 혈기가 굳세 지니 다툼을, 늙어서는 혈기가 쇠약해졌으니 욕심을 조심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예순을 눈 깜짝할 사이에 넘기고 일흔의 마루턱에 올라서서, 욕심을 다스리지 못한 탓에 여태껏 한 달 넘게 후회하고 있습니다. 7년 전쯤에 새치가 올라오기 시작해 이제는 온통 희뿌연 잿빛 차지입니다. 그래도, 나이 들면 검은 머리가 파뿌리로 바뀜은 극히 자연스런 일이고 그리고 정수리와 양 옆은 아직 그런대로 남아있기에, 시꺼멓게 물들이는 유혹을 완강히 뿌리쳐왔습니다. 뒤통수는 5년 전부터 머리숱이 조금씩 빠져나가, 이제는 민둥산을 닮아가고 있습니다.

    지난 달 초순, 손거울에 비친, 반들거림을 하염없이 바라보다가 발모제發毛劑를 구입했습니다. 먼저 맨손으로 민둥산을 마사지한 다음, 거품 약을 묻혀 두드리고 문지르고, 네 시간을 기다려 머리를 감는 일은 조금도 어렵지 않습니다. 하루에 두 번씩 두 달, 늦어도 넉 달 후에는 새 머리가 솟아오른다고 설명서에 적혀있습니다. 무척 가슴 달떴습니다.

    이틀하고 반(다섯 번)을 정성껏 끝낸 날 저녁, 늘 하던 대로 컴퓨터로 새로 올라온 고국 소식을 읽다가 우연히 내려뜨려진 시선은 퉁퉁 부은 오른쪽 발등에 꽂혔습니다. 바로 사용을 멈췄고, 붓기가 가라앉기까지 닷새가 걸렸습니다. 하지만, 오른쪽 발등의 혈관이 왼쪽처럼 선명히 보이기까지는 한 달하고 닷새를 기다려야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돋아난 머리카락이 할 일이 끝내 빠짐도 순리順理이며, 나이 들수록 모근毛根이 줄어듦도 순리입니다. 이 순리를 거역해서, 억지로 인위적으로 민둥산을 면하려했기에, 내려진 징벌을 받았습니다.

    장삼이사張三李四는 나이 들면, 생각과 행동에 분별력이 줄어듭니다. 누구든 그리고 의식하든 못하든, 겉으로 드러내지 않고 가슴 켜켜이 숨겨놓은 욕망을 지닙니다. 비록 하찮은 꼬투리라도 빌미가 되어 억눌렸던 욕망을 일깨우면, 넝쿨처럼 줄줄이 밖으로 나옵니다. 이를 이성으로 다스리지 못하고 감성 그대로 겉으로 나타내 보이면, 노추老醜를 드러낸다고 또는 노망老妄들었다고 불리게 된다고 합니다.

    기대가 컸던 발모의 꿈이 무산되자마자, 그동안 애써 억눌러왔던, 새 카메라를 지니고 싶은 욕심이 다시금 솟습니다. 오랫동안 손에 익은 필름 카메라를 내려놓고 DSLR을 구입해 분신分身처럼 지녀왔습니다. 9년 넘게 사용해 낡고 기능도 떨어져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무거움이 서너 갑절로 곱해졌습니다.

  

   디지털로 바뀌고 나날이 무섭게 발전하는 카메라 성능, 메이커마다 쏟아내는 신제품의 사양仕樣을 곁들인 유혹, 여기에 ‘연장 탓하는 목수’로 전락轉落한 제 자신이 신제품을 탐하게 했습니다. 하지만 결정적으로 깊숙이 빠진 것은, 지난해 9월 라스베이거스에 다녀오면 서부터였습니다.

    90년 가을에 처음 가보고 몇 번 다녀온 유흥도시를 7년 만에 다시 찾았습니다. 곳곳의 스트립strip은 옛 카지노 호텔을 허물고 그곳에 더 크고 더 높고 더 화려한 불야성不夜城을 이뤘습니다. 그 중의 한곳에 딸린 한 쇼핑몰은 검은 대리석으로 바닥 전체를 마감해 명멸明滅하는 인공의 빛을 투영投影시켰습니다.

    쇼 윈도우 안의 조형물, 목숨이 없는 마네킹들은 딱딱하게 굳은 채 늘어서 있습니다. 유리를 지나 대리석에 투영된 상은 딱딱함에 유연柔軟을 불어넣습니다. 빛이 빚은 그림입니다. 죽음을 뜻하기도 하는 검은색에 비쳐진 모습은, 겉과 속이 다른 위선자僞善者들의 행태行態와는 다르게 보입니다. 보다 자연스러움에 혼자 미소 짓습니다. 그리고 곧바로 엄습한 후회막심後悔莫甚, 무겁다고 놓고 온 카메라가 못내 아쉽습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추하다는 노욕老慾이 ‘이왕 새것을 살려면 욕심을 꽉 채우라, 또 새것을 살 여생餘生을 장담할 수 있느냐?’고, 사양의 격을 높이라고 부추깁니다.

    늘그막의 마음가짐으로  첫째 노욕, 늙은이의 욕심을 버리기와  둘째 노여움, 사소한 일에  섭섭함 버리기  마지막으로 노파심, 쓸데없는 걱정과 지나친 간섭하지 않기에 유념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즉, 마음을 비워 본연에 귀의歸依하라는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필부匹夫에겐 그저 언감생심焉敢生心으로만 닿습니다.

  

   화가의 의도대로 그려진 회화painting와 달리, 빛으로 담은 사진photography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고 사진이 발명된 이후부터 인식되어 왔습니다. 그때 그곳에 있었음을 증명하는 보도사진, 인증사진 등이 이 범주에 듭니다.

    빛이 대리석에 부드러움을 빚는 순간을 동여매고 싶었습니다. (2014/10/10)


● 投 影

                     ――― Las Vegas shopping mall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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註 : 사진은 Cell phone으로 담아 종횡비 3:2 로 Trimming해서 가로 1,200 pixels로 줄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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