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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동결凍結 (ⅩⅤ): 2014-1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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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578회 작성일 14-12-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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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동결凍結 (ⅩⅤ)

   

   한해가 저물어가는 세밑입니다. 망아지의 갑오甲午년을 보내고 푸른 양의 해靑羊之歲 을미乙未년이 다가오는 섣달 그믐께입니다.

    섣달을 새해 맞이하기의 통과의례 치루는 듯 보내온 예년과 달리, 금년은 원로 배우 한분의 부음訃音 소식이 달포 동안 ‘삶과 죽음’의 화두話頭에 휩싸이게 했습니다.

  

   TV 프로그램〈꽃보다 할배〉와〈꽃보다 누나〉는 작년 7월에 처음 선보여 금년 초에 끝났습니다. 쓰인 대본에 따라 전개되는 예전의 프로그램과 달리 출연자들의 자유분방自由奔放함을 그대로 내보였습니다.

    배우, 탤런트 등 연기자演技者는 대본과 시나리오 그리고 감독의 연출에 충실히 따라야하는 직업인입니다. 하지만,〈꽃보다……〉의 출연자들은 연기자에 앞서, 한 사람의 남편이고 아내이자, 아버지이고 어머니이로서 여태껏 살아온 모습을 자연스레 보여주었습니다. 몸과 마음에서 배어나온 그대로, 삶의 경륜經綸을 진솔하게 보여주어 처음부터 끝까지 빠져들게 했습니다.

    지난 11월 16일, ‘공주’와 ‘꽃’의 상징으로 널리 불리워진 배우 김 자옥金 慈玉의 갑작스런 별세 소식은 당혹스럽게 다가왔습니다. 옛말 가인박명佳人薄命을 떠올리는 향년享年 63세. 홀연히 이승을 떠난 그녀가 못내 아쉽습니다. 암과 투병 중임에도 해외 출연도 마다하지 않았음도 뒤늦게 밝혀졌습니다.

    고인故人과 한 번도 만나거나 편지를 나눈 적도 없습니다. 단지 그녀가 주어진 삶을 본업인 배우로서 철두철미徹頭徹尾 충실히 살다가 일찍 떠났음에 비해, 어정쩡하게 또 한해를 보내는 자신과 대비되어 스스로를 책망할 뿐입니다. 꽉 채운 일흔, 바야흐로 정녕 늙은이가 되었다는 자괴감自愧感에 잡깁니다.


청춘! 이는 듣기만 하여도 가슴이 설레는 말이다. 청춘! 너의 두 손을 대고 물방아 같은 심장의 고동을 들어 보라. 청춘의 피는 끓는다. 끓는 피에 뛰노는 심장은 거선(巨船)의 기관같이 힘 있다. 이것이다. 인류의 역사를 꾸며 내려온 동력은 꼭 이것이다. 이성은 투명하되 얼음과 같으며, 지혜는 날카로우나 갑 속에 든 칼이다. 청춘의 끓는 피가 아니더면 인간이 얼마나 쓸쓸하랴? 얼음에 싸인 만물은 죽음이 있을 뿐이다.

                                                                                      ――― 민 태원閔泰瑗(소설가, 언론인.1894~1935) 수필 《청춘 예찬》첫 구절

  

   산, 들녘, 바다 등 자연의 품에서 만나는 젊은이들의 눈은 늘 생동生動의 빛이 가득합니다. 그들의 눈빛은 ‘청춘 예찬靑春禮讚’을 일깨웁니다. 바라봄만으로도 가슴은 넓어지고 마음은 풍성해집니다. 하지만, 솔직히 본마음은 예전의 젊음으로 돌아가고 싶은 대리만족이고, 억지 위안입니다. 그때마다 뒤늦은 깨달음, 젊었을 때 좀 더 열심히 살아오지 못한 아쉬움이 앙금으로 남습니다.

    작년 이맘 때, 해저물녘에 파도타기surfing를 끝내고 붉디붉은 노을을 지켜보는 한 쌍couple의 젊은이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었습니다. 노을빛이 윤곽silhouette으로 빚은 한 순간을 어스름과 함께 담고 싶었습니다. (2014/12/26)


● 청춘 예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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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F. Ocean Beach     해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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