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鶴: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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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鶴
난 너를 알고 사랑을 알고
종이학 슬픈 꿈을 알게 되었네
어느 날 나의 손에 주었던
키 작은 종이학 한 마리
천 번을 접어야만 학이 되는 사연을
나에게 전해주며 울먹이던 너
못 다했던 우리들의 사랑노래가
외로운 이 밤도 저 하늘 별 되어
아픈 내 가슴에 맺힌다.
전 영록-종이학(1982)
지난 10월 27일 오후 3시 30분, 1850년에 창립해 삼대三代로 이어온 McAvoy O’Hara Evergreen Mortuary의 추모追慕식장은 종이학으로 가득 찼습니다.
가족과 친지들이 걷잡을 수 없는 슬픔을 애써 외면하려는, 애틋한 마음을 손끝으로 모아 접은 학입니다.
1천을 넘어, 1천3백 여 학鶴들이 크기별로 열, 열둘, 열다섯씩 매듭지어져 위에서 아래로 내려와 나래를 접고 승천昇天을 기다립니다. 한 뼘 간격으로 식장 네 면을 모두 감싼 학들은 의례 음울한 추모식장에 화사華奢함을 보태줍니다. 심장과 폐를 이식移植 받아 만 5년 1개월을 덤으로 받아 새 삶을 일구고, 이제 한줌 재로 놓여있는 여식女息도 기뻐하리라 믿습니다.
여식이 달포 전부터 틈틈이 접어놓은 학 2백 38 마리가 입구 탁자 위에 놓여서 70 여명의 추모객들을 맞이합니다. 모두 1천5백 여 종이학이 여식과 함께합니다.
평소에 동생에게 피할 수 없는 죽음을 평온하게 맞이하고 싶고, 다시는 병원에 입원하지 않겠다고 누누이 강조했다고 합니다. 이 소박한 소망所望을 미리 접어놓은 2백38 마리의 종이학이 이끌어 주었음이 틀림없습니다. 더구나 이승을 떠날 때도, 한순간 찰나刹那에 고통 없이 하늘로 올려주었기에, 더욱 그러하다고 믿습니다.
30일 오전 11시 20분, 샌프란시스코에서 자동차로 40 여분을 달려 금문교를 건너 오른쪽으로 굽어 돌아 Sausalito 항구에 닿습니다.
화창한 날씨는 늦가을의 청명한 하늘과 짙푸른 바다로 맞이해줍니다. 혹여나 우중충한 흐린 날씨를 다시 맞이하게 될까, 조마조마 마음 졸였는데 무척 고맙습니다. 사흘 전에는 짙은 안개가 새벽부터 하늘과 바다를 온통 점령해 S.F.공항의 이-착륙을 금지시켜 추모 모임에 참석하려던 몇 명의 발길을 되돌려 보내기도 했습니다.
또 하나의 소망, 건강할 때 자주 찾았던 바닷가로 돌아가고 싶다는 뜻에 따르려, 전세 선박 Blue Runner에 오릅니다. 포구를 벗어나 30분을 내달려 금문교 교각을 지나 짙푸른 바다 태평양으로 들어갑니다.
목적지에 도착해 먼저 20 여분 동안 커다란 원을 그리며 도는 동안에 어제저녁 준비해 간 꽃잎을 조심스레 바다에 넣습니다. 마지막 길을 꽃향기와 함께 가라는 기원祈願입니다. 아울러 바다의 신海神께 드리는, 너그럽게 품어 달라는 혜량惠諒이기도 합니다.
이제, 두 번째 돌면서 망자亡子의 이승에서의 마지막 자취, 유해遺骸를 흩뿌릴 차례입니다. 추모식 끝나고 가슴에 품고 온 작은 함은 묵직했습니다. 단순히 무겁다는 느낌이 아니라 무어라고 필설筆舌로 형언할 수 없는, 가슴을 한없이 내려앉히는 무지막한 누름입니다.
바람도 멎어 잔잔한 바다는 곱디곱게 빻아진 흩뿌림을 온전히 받아줍니다. 첫 가닥이 손가락에서 떨어져 바닷물에 닿는 순간, 울컥 억장億丈이 무너집니다.
일행 열 명이 함께 한 흩뿌림이 끝나자, 선장은 한 번 더 선회하고 돌아간다고 알립니다. 솟구치는 울음을 억누르며, 북위 37° 49.0, 서경 122° 30.9를 떠납니다.
앎知覺과 느낌感性은 다릅니다. 단순히 머리로 받아들임과 절절히 다가와 가슴을 울리는 차이이고, 남의 이야기가 아닌 내 자신의 이야기이기에 그러합니다.
금년 봄, 누님이 큰아들을 암癌으로 잃고, 제게 들려주신 “오래전에 어머니가 셋째 오빠를 먼저 보내고 돌아가실 때까지 가슴 깊숙이 맺힌 응어리를 이제는 알 수 있을 것 같다.”고 하셨습니다. 역지사지易地思之가 뒤늦게나마 절실히 깨우쳐줍니다.
이제 제가 받아들여야 할 차례입니다. 그리고 몇 년 전 작고한 소설가 박완서 산문집에서 읽은, 참척墋慽의 고통을, 작가의 절절切切한 심정을 이제야 온전히 헤아리게 됩니다.
S.F.에서 3주를 머물고 우거寓居에 돌아와서도 닷새째 허송세월했습니다. 무엇이든 생각한다는 자체가 버겁고, 뇌리腦裏 깊숙이 자리한 흐리멍덩한 몽유夢遊에서 좀처럼 벗어 나오지 못합니다. (2013/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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