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뉴브 강 언덕에서: 2013-1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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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뉴브 강 언덕에서
"막막한 광야를 달리는 인생아 너는 무엇을 찾으러 왔느냐."
'사의 찬미'라는 이름으로 편곡되어 우리에게 익숙한'‘다뉴브 강의 잔물결(Danube Love)'이라는 곡은 원래 루마니아 왕국의 군악대장인 이바노비치(Iosif Ivanovich)의 작품이다. 1880년 군악대를 위한 곡이었으나 프랑스풍의 여러 주제로 합쳐진 왈츠 형태로 더 많이 연주된다. 요한 슈트라우스의 '아름다운 푸른 도나우 강'의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 한다.
다뉴브 강은 동유럽 독일 슈바르츠발트(Schwarzwald) 지역의 브리가흐 강과 브레게 강 두 지류가 만나는 도나우에싱겐에서 시작으로 독일 레젠버그, 오스트리아 빈, 슬로바키아 브라티슬라바, 헝가리 부다페스트, 세르비아 비오그라드 대도시를 거쳐, 루마니아 다뉴브 삼각주 까지 장장 2,860Km, 동남쪽으로 흘러 흑해로 향하는 유럽에서 두 번째로 긴 강이다. 1992년 라인-마인-도나우 운하가 건설되어 북해 로테르담까지 연결되니 이를 합하면 3,500Km나 되며 동유럽지역의 운송 수단으로 이용되어 오고 있다. 또한, 강 주변은 여러 민족의 삶의 터전이고 이에 얼힌 남겨 진 발자취는 과히 상상을 초월하며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한 때 로마제국과 게르만족의 힘을 겨루는 경계이기도 하였고, 10개국의 국경을 접하며 지류까지 합하면 17개국의 국경 역할을 하고 있다. 이에 걸맞게 강 이름도 각 나라의 언어로 여럿이 있다. 고대, 중세,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이 강을 따라 빚어진 역사 속의 사연들은 오죽하랴. 오랜 세월 동안 많은 사랑과 미움을 싣고 굽이굽이 흐르는 다뉴브 강 물결, 이 강을 따라 생성한 왕국 간에 생성된 찬란한 문화와 수많은 아픔도 이 강의 물결이 싣어 오고 또 흘려보냈다. 군악대의 가락으로서는 걸맞지 않은 서정적인 음조를 이바노비치는 왜 하필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라는 곡에 담았을까. 이 다뉴브 강에 관한 역사를 엿보면 쉽게 가름할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지금 헝가리 수도인 부다페스트 시내 언덕에 자리 잡은 성곽 안, 다뉴브 강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한 카페에서 내려다보고 있다. 이에 얽힌 이곳 사람들의 삶의 사연을 더듬으며 카푸치노 한 잔을 손으로 감싸 쥐고서. 1,000년의 역사에 800년을 크고 작은 전쟁 이야기를 떠올리면서 역사 속의 이곳 사람들의 삶이 어떠했는지 속속 머리에 스쳐 간다. 한 때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왕조 과 제국을 형성 유럽을 좌지우지했던 시절도 있었지만 1, 2차 세계 대전에서 패전국으로서 많은 아픈 사연들을 다뉴브 강 너는 알고 있으리라.
"이래도 한평생 저래도 한평생 사랑도, 명에도, 돈도 다 싫다."
이 사연을 싣은 '다뉴브 강의 잔물결'이라는 음율이 아코디언, 첼로의 울림과 내 테이블로 다가오는 바이올린 선율이 함께 어우려저 가슴으로 스며들고 있다. 이 무명의 악사들은 가족이라 한다. 돌담 너머 저 아래 한때 자살소동을 빗었던 ‘구루미 선데이’라는 노래, 작곡가 삶을 그린 영화의 본 고장인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 가에는 당시 상황을 재연하는 듯 한 장면 한 장면이 눈 앞에 어른거린다. 유유히 흐르는 다뉴브 강의 잔물결, 그 위를 가로 지른 다리에 설치된 자살 방지용 철조망이 아직도 남아 눈길을 멈추게 하며 흐르는 선율을 가슴속으로 더욱 깊게 깊게 밀어 넣는다. .
이 곡의 도입부의 멜로디를 '사의 찬미'란 제목으로 편곡 1929년 한국에 처음으로 대중가요로 등장하였다. 서정적이고 경쾌한 음률이 처량하고 우울한 노래로 편곡되어 우리에게 기억되고 있다. 더구나 이 노래를 부른 가수 윤심덕이 연인이었던 극작가 김우진과 대한해협을 건너면서 동반 자살한 사건으로 노래는 유명해졌고, 이 가요를 더욱 더 애절한 곡으로 기억하게 했다.
이 멜로디가 지금 내 앞에서 연주되고 있는 것이다. 나는 하마터면 찻잔을 떨어뜨릴 뻔했다. 가슴이 무거워 숨을 고를 수가 없었다. 그 음율이수 많은 세월의 한을 다뉴브 강은 호소하는 것 같았다. 우리네 삶에는 사랑과 아름다움의 추억도 무수히 많았건만 기억 속에는 지난 날의 아픔과 애절함을 더 많이 가지고 있다. 기쁨과 즐거움도 영원성이 없어 끝내 아픔으로 변질하여 뇌리에 도사리고 있다. 행복과 불행은 나의 선택인데 지난 날 기억 속에서 지금 슬퍼하며 괴로워하고, 도래하지도 않은 미래를 앞당겨 두려워하는 것이 우리네 삶이 아니던가. 역사속에 삶도 늘 그래 왔다. 사랑도 돈도 명예도 인생살이가 모두 그런 것 같다. 아마도 다뉴브 강에 도사리고 있는 영혼들도 그랬을 것이다.
"녹수청산은 변함없는데 우리네 인생은 나날이 변한다."
음악에 귀를 내주고 부다페스트 시가를 내려다보며 얼마나 시간이 지나갔을까. 차가 식는다고 아내가 잔을 앞으로 밀어준다. 거칠어진 아내의 손 마디가 내 눈길을 잡는다. 마음이 숙여해 지면서 숨이 차 올라 긴 숨을 내어본다. 함께한 삶들이 한 올 한 올 떠 오르면서 노래 가락과 어울려 가슴으로 파고든다. 눈길이 눈가에 서성이는 잔주름으로 옮겨지면서~. 잠시 음율에 취해 아무 말 없이 '다뉴브 강의 잔물결'을 바라보고만 있었다.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모른 체. 우리네 내면의 삶도 진실을 서로 모른 체 다뉴브 강 처럼 크고작은 물결을 만들며 흘러가는 것이 안닐까 ? 모두가 어우려져 함께 할 바다를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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