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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Ⅲ): 2013-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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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474회 작성일 13-11-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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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Ⅲ)


   금문교金門橋 공원과 이 공원에서 바로 이어지는 Ocean Beach, 그리고 해변을 따라 깎아지른 절벽 위로 연결된 Costal Trail은 샌프란시스코에 머물 때마다 자주 찾는 곳입니다.

   Lincoln Way와 30th Ave.가 만나는 곳의 오솔길로 금문교 공원에 들어갑니다. 뉴욕 Manhattan의 Central 공원과 어깨를 나란히 겨누는, 오히려 더 광활廣闊하고 더 자연그대로 보존해 꾸민 공원은, 아늑해 찾을 때마다 마음을 평온하게 감싸줍니다.

   Martin Luther King Jr. Dr.와 John F Kennedy Dr.(길 이름도 고작 建國 2백 몇 년의 나라답습니다.)를 따라 서쪽 끝까지 내려가면 태평양이 맞이해줍니다. 넘실대는 파도를 왼쪽으로 끼고 Great H'way를 따라 10 여분 북쪽으로 올라가 ‘Family Owned Since 1937' 표지판을 내건 자그마한 cafe에서 커피 한잔을 받아듭니다.

   Lands End를 만나 왼쪽의 Coastal Trail로 들어섭니다. 굽어진 해안을 따라 도는 오솔길은 길섶 곳곳에 ‘낭떠러지’ 경고판을 달고 이어집니다.

   굽이굽이 돌때마다 노송老松가지 사이로 금문교가 “나 여기 있다.”고 얼굴을 내밉니다. 나무 계단이 오르막내리막 길에서 동무해 주고, 발아래로부터 올라오는 철썩이는 파돗소리는 등성이를 만나면 셈과 약함을 운율韻律로 들려줍니다.

   안으로 굽어진 바다가 탁 트여져 보이는 Eagle Point에 닿자, 앞길이 막혔음을 알리는 표지판이 가로막습니다. 출발해서 이곳까지 90여분을 걸었습니다.


   되돌아 나오는 발걸음은 갈 때보다 훨씬 여유롭습니다. 작은 여식女息의 거처에서 딱히 해야 할 일도 뉜들 찾아올 이도 없기에, 유유자적悠悠自適, 내딛어지는 발걸음에 내맡깁니다.

   Mile Rock Beach View Point로 갈라지는 세거리에서 표지판이 가리키는 대로 계단을 내려갑니다. 족히 40° 기울기의 돌과 나무로 만든 가파른 계단을 한발 한발 조심스레 내려딛습니다. 계단이 몇 개나 되나 세어보다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바다 장관壯觀에 취해 셈을 잊습니다. 크고 작은 바위를 안은 바다가 성큼 다가옵니다.

   저 만치 금문교가 엇비슷 눈높이로 바라다 보입니다. 그곳에서 조금 못 미처 산기슭에 둘러싸여 있는 잔잔한 바닷가가 바로 얼마 전에 여식을 받아, 품어준 곳입니다. 멀리 떨어져 아스라이 보이지만, 배 타고 나가지 않고서도 한눈에 알아볼 수 있습니다.

   그날, 아침부터 이른 오후까지 수줍은 새색시인양 일행을 다소곳이 품어주었던 그 바다가, 이제 뒤늦게 찾았음에도, 마음에 없음無心을 꾸짖지 아니 하고 받아줍니다. 찾을 때마다 늘 베풂을 주는 바다, 바다의 품안이 고맙습니다. 그 고마운 마음이 무상무념無想無念, 오랫동안 서있게 합니다.

   짧아진 낮 길이가 해를 뉘엿뉘엿 아래로 내립니다. 곧이어 하늘은 바다와 하나가 되어 수평선을 삼키고 땅위에 어둠을 토해낼 겁니다. 갑자기 어둠이 두려워집니다. 되돌아서서 헉헉거리며 계단을 오르고, 내리막길을 종종 걸음 내딛어 40 여분 만에 남북으로 길게 이어진 Ocean Beach 모래사장에 주저앉습니다.

   세찬 바람이 붑니다. 갑자기 몰아친 바닷바람은 바닷물 색깔도 바꿔놓습니다. 연초록을 머금던 파랑색이 짙은 남빛과 함께 물보라를 일게 합니다. 날카롭게 부서져 밀려오는 하이얀 거품은 싸늘함을 품고 있습니다. 바라봄만으로써 전율케 합니다. 구름을 몰아와 해님마저 쫓아내는 짓궂은 바람, 그 괴력怪力은 누가 일으키고 또 무엇에 연유緣由하는지…….

   오는 듯 아닌 듯 살그머니 다가오고 밀려가는 잔잔함이 아니고, 세찬 바람에 떠밀려와 바다 거품을 토해냄은 무언가 심상치 않은 듯싶습니다. 먹구름이 동서남북 사방에서 몰려와 하늘과 바다를 온통 뒤덮습니다.


   하루의 역사役事를 마무리하고 내일 새날을 위해 저 너머로 슬어지려는 석양夕陽에 두껍고 커다란 먹구름이 밀려와 해넘이의 마지막 소임所任, 장관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우두망찰, 그대로 서있게 합니다. 어둠이 짙어짐에 초겨울 추위가 땅거미 지는 해변에 내립니다. 팔뚝에 소름이 돋습니다.

   뒤돌아섭니다. 아쉬워 대여섯 걸음 옮기고 되돌아봅니다. 그러길 몇 번, 한순간 해님의 붉은 빛 덩이가 먹구름 틈새의 엷은 구름 틈새를 비집고 내비칩니다. 온몸을 불살라 먹구름과 먹구름의 틈새에 밝음을 내려 놉니다.


Memento Mori, 사진은 망각을 막는 것이 아니라 사라짐을 막는 것이다. 사진에서 죽음은 ‘사라짐’이다. 소멸, 잊힌다는 것은 죽음의 차원이다. 이것이 사진의 중요한 존재론적 근간이다. 메멘토 모리는 사라짐을 기억하라는 뜻이다.―――진 동선,『한장의 사진미학』위즈덤하우스, 2008년, 163쪽


   사진은 ‘빛의 그림’이기에 어둠은 사진에서 존재存在인식이고, 어둠으로 가득 찬 빛의 그림자는 어둠이 만든 상image이고, 어둠으로부터 밝음을 인식하는 안목眼目은 단순한 사유思惟의 능력을 넘음이라고 일컬어지고 있습니다.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가 '죽음은 사진의 본질'이라고 말한 메멘토 모리를 Ocean Beach 해넘이에서 봅니다. 구름에 휩싸인 밝음에, 이름 모를 한 마리 바다 새가 수평으로 날고 있습니다.

   온통 시꺼먼 어둠 속에 한 덩이 밝음은 엉뚱하게도 천상천하 유아독존天上天下 唯我獨尊을 떠올리게 합니다. 아니, 실제로 ‘거기 있음實存’입니다. 저 세상彼岸으로 넘기 전의 이 세상此岸에서의 있음이고, 나타나 보여줌顯示이고, 이 순간時間의 동결입니다. 

   언감생심焉敢生心도 일어, 어둠 속의 해넘이는 요절夭折한 여식을 위한 이승에서의 마지막 피날레finale라고 우격다짐하고도 싶습니다. 불현듯, 사십구재 곧 다가옴도 깨우쳐줍니다. (2013/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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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mento Mori

                       ――― S.F. Ocean Beach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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