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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벌들(과유불급): 2013-08-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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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이 만 우
댓글 0건 조회 587회 작성일 13-08-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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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란 벌들(과유불급))                                                  

 

어제 아내가 사온 통닭 조각을 점심으로 꾸려서 산행 길에 나섰다.  서둘러 주차장에 들어서니 벌써 모여서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병고를 치루고 몇 개월 만에 뵙는 이도 있었다. 모두 반가운 산 사람들.

 

오늘 산행은 비교적 익숙한 코스에 거리도 짧고 완만하여 정오 전에 정상에 도달할 수 있었다. 아침을 거른 차라 도착하자마자 나는 점심을 꺼내 먹기 시작했다. 다른 이들도 주섬주섬 펼친다. 내 점심은 빵 두 쪽에 닭고기 몇 조각에 불과 하지만 다른 이들은 모두 식탁 이상의 진수성찬이다. 회덮밥과 스라이스 스테이크도 등장했다. 서로 먹어보라면서 나누는 따스한 정, 무엇을 먹어도 맛있는 식사는 늘 산행에서 느껴보는  즐거움중 으뜸일  것이다.

 

파리 한 마리도 시장한지 기웃거린다. 언제나 억울하게 멸시당하는 파리, 손을 저으니  맞아 죽을까 보아 알아차리고 줄 행랑이다. 잠시 후 벌 한 마리가 찾아와 내 닭고기 그릇 위를 빙빙 돌더니  덥석 내려앉아 정신 없이 핥고 있다. 산에서 풀과 꽃만 보다가 고기를 보니 정신이 없는 모양이다.  이어 다른 한 마리가 그리고 또 한 마리가 급한 듯이 찾아왔다. 그러더니 어느 놈이 소리쳤는지 20여 마리가 떼를 지어 몰려왔다.

 

벌은 파리보다 친근감이 더 있다. 물론 독침으로 한 번쯤 쏘인 경험이 있으면 두렵기는 하겠지만, 일 터전이 주로 꽃이고 열심히 모은 꿀을 헌사 한다는 점이 우리에게 호감을 준다. 순식간에 닭고기가 노란 벌들로 덮여 있다. 나는 젓가락으로 벌을 피해 가며 내가 그들 것을 얻어먹는 양 같이 먹기 시작했다. 몹시 배가 고팠는지 주위에 아랑곳 없이  먹는 놈, 여왕님에게 상납하려는지 혹은 친구들과 나누려는지 물어뜯으며 조각만 내는 놈도 있다. 또 어떤 놈은 겁이 많아 그런지 주위 깊게  살피면서 동료의 안전한 식사를 위해 망을 보며주위를 빙빙 돌고 있다. 나는 한 녀석을 젓가락으로 잘록한 허리를 집어 보았다. 그 녀석은 운명도 개의치 않고 배고프다며 어서 내려놓으라고 발버둥 친다. 멋진 안경을 끼고 갈색 바탕에 노란 줄무늬를 띈 옷을 입고 있는 녀석들, 누가 그런 옷을 디자인하여 제복처럼 똑같이 입혀 놓았을까. 정말 신기 하다.

 

나는 잠시 벌들을 보면서 나도 그러한 모습으로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살면서 진정 소중한것이 무엇인지 가늠 없이 욕망에 눈이 어두워 누군가의 손에 이리저리 끌리며  몰두하지는 않는지. 자유를 위한, 생명을 위한 길이 노예의, 죽음의 길이 아닌지 살펴 보지 않고 그냥 달리기만 하고 있지 않은지, 마치 지금 젓가락에 물려 있는 벌처럼 말이다. 잠시 숙연해진다. 나는 벌들과 닭고기를 나누어 먹으면서 '살아 있는 것들의 존재방식은 서로 크게 다르지 않구나'하는 생각을 해 보았다.  이제 모두 가라고 몇차례나  손짓을  했으나  아직도  아쉬운지 그  중 몇몇이  다시 달려들어 왔다. 나는 그릇을 닫아 버렸다. 그들의 운명은 저녁에 뚜껑을 열 때까지는 아무도 모른다.

 

하산 후 뒷풀이를 마치고 늦게 집에 돌아와 그릇을 열어 보았다. 몇 마리는 이미 죽은 상태이고(미안) 나머지는 기진맥진 한 상태에서 꿈들이고 있었다. 아마도 후덕진한 통 안에서 몸부림치며 먹을거리에 욕심을 낸 자신의 행동이 매우 어리석었다고 후회했을지도 모른다. 죽은 벌들을 보면서  수고로이 모은 꿀을 송두리째 따다먹으면서 깨알만 한 고기에  너무 가혹한것 같아 마음이 씁쓸했다. 나는 살아남은 놈들을 얼른 밖으로 내보내 주었다. 그러나 내 집에서 발디산까지는 직선거리로 얼른 계산해도 70마일 족히 되고 건강상태도 좋지 않아 집을 잘 찾아갔는지 모르겠다.

 

아내에게 오늘 산에서 있었던 일을 이야기해 주었다. 진수성찬 도시락이야기도 곁들였다. 아내는 조금 미안한 생각이 들었던 모양이다. 나는 얼른 알아차리고 그래도 당신이 사온 닭고기가 제일 맛있었나 봐 벌들은 모두 닭고기만 먹으려 달려 들던데 고놈들이 진정 건강식을 아는 놈들이지. 아내가 빙그레이 웃는다. 지나치면 부족함보다 못하다는 '과유불급過猶不及'이란 교훈, 이는 산행에서 욕심을 부리는 나에게도 해당하는 교훈이다.  앞으로 무리가 없도록 매사에 신중한 주의를 기우려야겠다는 다짐을 한다. 누군가 만든 틀속에서 길드려저 허우적거리는 내 삶, 덥개가 닫히기전 서둘러 나와야 할 터인데. 오늘 정상에서 나타난 벌들은 나에게 이러한 교훈을 일깨워 주기 위해 누군가 보내준 사랑의 아바타가 분명하다.   

 

 

*한미산악회 JMT 정애요원님들 ‘과유불급過猶不及' 입니다.

안전산행하시고 배낭이 비워질때마다  더 많은  아름다운 추억을 가슴에 많이 담아 오세요

이 만 우 합장 (08/26/2013)   http://youtu.be/BVXruL6nwg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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