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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Ⅱ: 2013-0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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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496회 작성일 13-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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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凍結


   해가 바다 품안에 안깁니다. 오늘의 역사役事를 마무리하고, 그리고 내일의 새 날을 잉태孕胎하려 피안彼岸으로 스러지려 합니다. 하여, 해 질녘 바다는 장엄莊嚴합니다.


   파도가 다가와 하얗게 부셔져, 땅위의 모든 목숨붙이들에게 뭍을 벗어나 바다에 몸을 담그라고 유혹합니다. 선남선녀善男善女 한 쌍이 손에 손을 잡고 함께 뛰어듭니다. 일곱 여덟 걸음쯤 첨벙거리다가, 갑돌이가 갑순이의 어깨를 돌려 마주 세우고 등 뒤에 숨겼던 꽃 한 송이를 내밉니다.

   갑순이는 두 팔로 갑돌이의 목을 끌어안습니다. 둘은 한참동안 꼼작하지 않고 그대로 서있습니다. 해가 지평선 너머로 빠져들면서 바람을 불러옵니다. 거세진 바람이 너울을 불러 일으켜 세웁니다. 둘은 포옹을 풀고 급히 되돌아서다가, 갑순이가 쥐었던 꽃을 떨어트립니다.

   기다란 줄기에 달랑 매달린 한 송이 장미薔薇, 짙디짙은 검붉음은 희뿌연 어둠에서 홀로 빛을 비춥니다. 어둠에 휩쓸려 처량凄凉하기만 합니다.

   지구촌 어디서에서가 화훼花卉로 태어나 항공화물로 옮겨져, 오로지 단 한 번의 이벤트event 쓰임새로 전락轉落한 꽃 한 송이, 활짝 피어나지 못하였기에 순결純潔의 꽃술이 안쓰럽습니다.


   해넘이가 남긴 노을마저 가셔지자 어둠이 점차 내리기 시작합니다. 파도타기를 끝낸 장삼이사張三李四 한 명이 널을 옆에 끼고 걸어 나옵니다. 

   바닷물에 이리저리 휩쓸리고 휘둘린 꽃 한 송이와, 밀물이 찍어내고 썰물이 흩뜨려낸 발자국이 찰나刹那에 붙잡혀 맵입니다. 시간의 동결로 자리합니다. (2013/09/24)



숨겨진 것

                      ―――S.F. Ocean Beach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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