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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行 열차, Amtrak Ⅱ: 2013-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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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albert
댓글 0건 조회 485회 작성일 13-10-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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南行 열차, Amtrak Ⅱ


   샌프란시스에서 Bay Bridge를 건넌 곳, Emeryville에서 남행 열차 San Joaquin Line에 오릅니다.

   먼저 타 본, 태평양 연안을 따라 곧바로 내려온 Coast Starlight line과는 많이 다릅니다. 오랫동안 철길을 달려와 곧 퇴역退役을 앞둔 객실의 의자는 작고 간격도 좁습니다. 전망차도 무늬만 그런 듯싶은, 작은 창문은 탁 트인 광경을 가로막습니다. 같은 층에 함께 자리한 카페의 침침한 분위기는 배고픔을 애써 외면케 합니다. 예전의 새마을호 급행열차와 3등 완행열차를 생각게 합니다.


   오전 10시15분, 떠난 기차는 남쪽이 아닌 북동쪽으로 거슬러 올라 샌프란시스코 만을 왼쪽으로 끼고 돕니다.

   한 폭의 그림처럼 짙푸른 바닷물이 고요를 안고 출렁입니다. 그 율동이 어느 높은 산, 그 깊은 골짜기의 청량淸亮한 폭포 소리를 잔잔함과 세참을 함께 기차 안으로 불러옵니다.

   Richmond, Martinez, Antioch를 거쳐 Stockton에 이르러서 남쪽으로 향합니다.

   오전 11시58분, Stockton을 떠난 기차는 10분, 길어야 15분쯤 달리고는 마중 나온 역마다 섭니다. 쉬엄쉬엄 가듯이, 이렇듯 다섯 정거장을 거쳐 Fresno에 닿습니다.

   판박이처럼 고만고만하고 자그마한 플랫폼은 이웃들의 만남의 장소입니다. 마실 다녀오다가 우연히 만나는 기쁨을 얼싸안고 나눕니다. 객실 안에서도 와지끈대는 목소리의 웃음꽃을 피웁니다. 기차 안팎에 훈훈한 인정人情이 넘칩니다.

   그들을 바라보는 이방인異邦人 나그네에게도 흐뭇한 미소를 짓게 합니다. 불현듯, 고국의 70년대의 기차 칸을 떠올립니다. 새댁이 낭군과 함께 첫 친정 나들이 나서는 수줍고 앳된 모습을 봅니다. 그리고 닷새 장에서 산 꾸러미를 무릎에 올려놓고 꾸벅 잠든 노인장老人丈Amtrak 객실에서 만납니다.

   오후 2시16분, 기차는 Fresno를 떠나 농경지대 한 가운데를 뚫고 나갑니다. 따사한 햇살이 비옥한 토양에 쏟아져 내리는 천혜天惠의 농경지, 포도원과 과수원 등이 창문 밖으로 연이어 다가옵니다.

   “The Nation's Salad Bowl”라고 일컬어지는 과일과 야채 재배지의 본고장입니다.

   오후 4시10분, Bakersfield에 닿습니다. 겉모양이 장거리 여객 운송버스 Greyhound와 똑같은 차에 단지 ‘Amtrak Thruway’라고 표시된 5대의 버스가 행선지 푯말 앞에 서있습니다.

   오후 5시40분, 금요일 오후, 붐비는 시간사람들로 늦게 떠납니다. 쾌적하게 냉방된 차에 널찍하고 푹신한 의자는 피로를 씻겨줍니다. F'way 99번을 거쳐 F'way 5번에 올라, 언덕길에 들어섭니다.

   널찍하게 자리한 중앙분리대에, 양쪽에 각각 4차선의 Tejon Pass(해발 4,144 피트)찻길은 로스앤젤레스를 벗어나 북쪽으로 가는 지름길의 관문關門입니다.

   승용차 운전대 잡고 넘나들 때마다 그렇게도 힘겨워했던 같은 고갯길, 승객으로 비스듬히 누워 사방을 둘러보며, 모처럼 느긋함에 젖습니다. 불현듯, 내일부터 뛰지 말고 천천히 걸어, 느긋함이 주는 안온安穩을 얻고 싶습니다.


   느긋한 마음이 못 보던 형상形象을 보여줍니다. 양쪽으로 힘겹게 오르내리는 대형 트럭을 번갈아 보다가, 운전석 가림 막에 투영된 그림자를 봅니다. 왼쪽의 뒤차와 오른쪽에 비춰진 함께 탄 승객의 모습이 억지로 만들어 붙인 합성사진처럼 나타납니다.

   『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는 얼마 전에 작고한 원로 소설가 박완서 산문집 제호題號입니다. 두 번째 타는 남행열차로, 망설이지 않고 바다에서 멀리 떨어진 작은 마을과 마을을 이어주는 내륙內陸 노선을 택합니다. 한 시간 남짓 늦게 출발한 버스는 예정시간에 불과 25분 늦은 7시5분 Union Station에 내려줍니다.

   느긋함의 여유를 깨우쳐준 9시간에 걸친 여행을 고이 간직하고 싶습니다. (2013/10/07)


投 影

                      ――― Tejon Pass를 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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