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 길 斷想 (Ⅳ): 2013-0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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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전거 길 斷想 (Ⅳ)
이른 아침 자전거 길에 내리는 듯 멈춘 듯싶은 는개霧雨, 은은히 내려 엷게 스러지는 이슬비, 살며시 옷자락에 젖어드는 가랑비細雨, 바람을 불러와 뺨살을 때리는 소나기가 차례로, 또는 뒤바꾸어 하늘에서 땅으로 내려옵니다.
하늘이 온통 희뿌옇습니다. 유난히 춥고 길었던 지난 봄철, 해님이 꽃샘추위를 여러 번 묵인한 벌罰을 받으려 무릎 꿇고 앉아 두 손을 들고 서있기에, 밤에 이어 아침에도 먹구름이 뒤덮은 듯싶습니다. 하지만, 오랫동안은 아니지만 때때로 파란 하늘을 내 보이기도 합니다.
어제와 오늘 이틀 내내 내린 단비甘雨가 메마른 땅을 촉촉하게 적십니다. 비오는 겨울철이 지난 지 오랜, 오월 초순에 내린 단비가, 이곳이 사막 기후이기에 새삼 고맙습니다. 길섶의 한해살이 덩굴더미에, 잘려져 나긴 나뭇등걸에 솟은 새순에도, 높게 뻗은 야자수palm tree의 넓은 잎에도 생기生氣가 돕니다. 짙은 초록색 윤기를 머금은 솔잎, 치렁치렁한 가지를 품은 소나무는 더욱 의연毅然합니다.
해님에게도 벌을 내릴 수 있는 절대자絶對者가 어디엔가 있고, 그 절대자가 잠시 한눈을 파는 사이에 해님이 아픈 팔을 내려서 먹구름이 쫓겨났다고, 혼자만의 황당한 생각에도 빠져봅니다.
지난 5일, 근 반년 만에 처음으로 참가한 산행, MT. Baldy는 고맙게도 새들saddle까지 오름을 허락해 줍니다. 높은 산에 휘감는 삭풍朔風이 산안개山霧를 헤쳐 하늘로 오르게昇天합니다.
아득한 수평선과 드높은 하늘이 맞닿아 펼쳐진 일망무제一望無際는 사람이 땅위에 만든 속계俗界의 모든 흔적을 말끔히 지워서 선계仙界를 보여줍니다.
여태껏 눈앞에 나타난 선계에만 취해 미처 보지 못한 산안개의 승천은 속진俗塵을 거느리고 오르기에 장엄莊嚴합니다. 하여, 장엄은 자연에, 절대자에게 외경畏敬의 마음을 지니게 합니다. 그리고는 고요와 엄숙에 잠기게 합니다.
이삼년 전부터 부쩍 여태껏 알고 지내왔던 주변 사람들이 한명 두명 이승을 떠남을 보아오고 있습니다. 이도 나이 듦을 스스로 깨우치게 합니다.
만난 사람은 반드시 헤어진다會者定離지만, 동년배同年輩나 아직 왕성한 활동할 장년층에 닥친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저절로 인생무상人生無常에 젖게 합니다.
건너편 산 밑동부터 서서히 감아 올라 산마루에 이르러 창공으로 홀연히 사라지는 산안개의 하늘 오름에, 오랜 투병도 헛되이 달포 전에 병마病魔에 쓰러진 조카의 영면永眠을 절대자에게 빕니다. (2013/05/07)
● 흔 적痕 迹
―――철조망 너머 (Ⅲ)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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